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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수록 손해인데 재고까지…정유사 코로나19 사태로 '이중고'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입력 2020.04.06 05:00 수정 2020.04.06 07:06

원유가격보다 낮은 석유제품 '역마진' 심화

수요 줄어드는데 공급과잉…재고만 쌓인다

ⓒ데일리안 ⓒ데일리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국제유가마저 배럴당 20달러로 급락하면서 정유업계가 역마진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다. 석유는 예전만큼 소비되지 않고, 제품가격이 원유가격보다 더 낮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6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지난달 2일(현지시간) 국제 휘발유 제품가격은 배럴당 20.68달러로 두바이유(21.55달러) 가격보다 낮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원유를 수입해 정제·가공된 휘발유가 원재료보다 값보다 더 낮게 책정되고 있다.


올해 초 배럴당 50달러를 웃돌던 국제유가는 20달러 선으로 붕괴되고, 주요 산유국 간 증산 경쟁이라는 ‘치킨게임’이 이어지고 있어 제품 가격의 낙폭이 더 큰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대로라면 역마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실제 정유사들의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지표인 정제마진은 지난달 들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이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 제품 가격에서 운영비용과 유가 등 원자재 비용을 뺀 가격이다.


3월 넷째 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1.1달러를 기록했다. 적정 손익분기점으로 4달러는 유지해야 하지만 이익은커녕 적자만 면해도 다행인 셈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에서 가장 돈이 되는 제품인 휘발유 등에서 손해를 보고 있는 형국이라 원유 대금을 대기도 빠듯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정유사들은 재고평가손실에 따른 이익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통상 유가가 하락하면 원재료 투입 시차에 따라 정유업계는 단기간 손해를 보는 구조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원유는 중동 기준 약 20일을 거쳐 국내에 도착한다"며 "그 사이 계약 시점보다 가격이 떨어질 경우 비축분의 가치가 떨어져 손해를 입는데 올해는 예년에 비해 손실 분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내려갔던 2014년 당시 SK이노베이션의 경우 1482억원이 재고자산평가손실로 잡혔다. 전년 대비 277억원 동기 대비 100% 증가한 수치로 그해 231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국제원유 시장은 공급과잉 현상이 일어나면서 유가 하락을 부추기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유조선이 원유를 가득 싣고 출발했지만 정작 수요처가 없어 바다 위에 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영국의 원유 데이터분석업체 오일엑스(Oilx)는 전 세계에 저장된 원유가 약 7억5000만 배럴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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