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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올림픽 올인 아베 내각, 민망한 부흥의 불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0.03.28 07:00 수정 2020.03.28 10:10

왜곡된 수치 앞세워 올림픽 밀어붙인 아베, 연기로 치명상

후쿠시마 부흥과 재건 알릴 ‘상징' 성화도 속절없이 철거

'부흥의 불'로 명명됐던 도쿄올림픽 성화. ⓒ 뉴시스 '부흥의 불'로 명명됐던 도쿄올림픽 성화. ⓒ 뉴시스

스스로 일으킨 중일전쟁 탓에 1940 도쿄올림픽 개최권을 내려놓은 일본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패전국으로 몰락했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다 1964 도쿄올림픽이라는 모멘텀으로 폐허가 됐던 일본의 경제대국 도약의 기틀을 닦았다. 올림픽으로 패전국 이미지를 벗어던진 일본은 1972년 삿포로서 첫 동계올림픽까지 개최, 산업은 물론 문화관광 중심지로 급속하게 떠오르며 부흥을 알렸다.


일본의 경제 성장사를 관통하고 있는 올림픽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아베 신조 총리는 올림픽에 올인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해 폐허가 된 후쿠시마 재건과 부흥을 알리고, 침체된 일본 경기를 끌어올려 자신의 지지도 또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을 품었다. 왜곡되고 통제된 정보와 수치로 방사능 피폭 우려에 휩싸인 도쿄올림픽 강행 의지를 밝히고 버텨왔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사망자와 확진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IOC와 함께 결국 백기를 들었다. 아베가 밀어붙였던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 국면에서 세계인들 반대에 부딪혀 전면 취소만 면한 채 1년 연기로 흐르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2020 도쿄올림픽’ 인프라 구축을 위해 쏟아 부은 돈만 34조 원에 이른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연기로 경제적 손실은 약 7조에 이른다. 연기를 통해서라도 올림픽을 개최해 투자한 비용을 최대한 회수해야 하는 입장에 몰렸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 ⓒ 뉴시스 일본 아베 신조 총리. ⓒ 뉴시스

전쟁으로 인해 올림픽이 취소된 전례는 있지만, 감염병으로 취소된 경우는 없었다. 연기된 사례도 없었다. 취소나 연기는 전쟁에서 패한 것이라는 생각까지 갖고 있던 아베 내각으로서는 참담한 현실과 마주했다.


모든 것을 걸고 준비했던 ‘2020 도쿄올림픽’ 연기로 인해 부흥이 아닌 부담 올림픽이 되어버렸다. 그나마 그리스에서 채화돼 건너온 성화는 아베 총리 제안에 따라 후쿠시마 인근에 마련됐다.


동일본대지진 당시 가장 큰 피해가 발생했던 후쿠시마의 부흥과 재건을 널리 알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며 ‘부흥의 불’로 불렸던 성화는 코로나19의 거센 바람 속에 일본인 첫 성화 봉송 주자에게도 외면당했다.


IOC는 “어려운 시기에 도쿄올림픽이 모든 이에게 희망의 상징이 되어야 한다”며 성화의 의미를 높였지만, 올림픽 연기로 머쓱해졌다. ‘부흥의 불’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민망하기 짝 없게 된 성화는 재앙에 할퀸 좌절의 땅 후쿠시마에서 올림픽 환상에 젖었던 아베의 장밋빛 구상과 함께 빛을 잃어가고 있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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