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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협력사 고통 외면하는 현대차 노조의 민낯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0.03.27 07:00 수정 2020.03.27 06:07

특별연장근로제 논의 난항…노노 갈등 기인

8만대 납품 손실 떠안은 협력사 고통은 외면

현대차 울산 2공장에서 팰리세이드가 생산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현대차 울산 2공장에서 팰리세이드가 생산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활동에도 상도덕이 있습니다. 대안 없는 주장은 청산되어야 합니다."


8만대 생산량 만회에 대한 이상수 현대차지부장의 주장이 가로막힐 위기에 놓였다. 현대차 노조 내부적으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서다.


앞서 현대차 사측은 지난 18일 노조에 현재 주 48시간(주 40시간+토요일 특근 8시간) 근무시간을 한시적으로 주 60시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협의할 것을 제안했다. 이튿날엔 울산 내 38개 부품협력사들이 근무시간을 연장해 달라는 탄원서를 노조에 전달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 생산이 지연됐고, 8만대의 납품 손실분을 떠안게 된 협력사 사정을 감안하면 노조가 속도감 있게 특별연장근로제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상상이 가능하다.


이상수 지부장도 한시적 노동시간 유예제도가 악용소지가 없는지 검증해 가능한 부품협력사 근로자들을 살리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해 합의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막상 지난 25일 열린 확대운영위원회에선 52시간 근무 연장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왜그랬을까. 여기엔 노동계의 복잡한 셈법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은 특별연장근로에 회의적이다. 줄곧 노동시간 단축을 주장해온 이들로서는 연장 근로를 받아들인다는 자체가 자신들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노조 내부적으로도 의견이 엇갈린다. 통상임금의 150%를 받을 수 있는 특근이 8~12시간 추가돼 소득을 늘릴 수 있다고 찬성하는 시각이 있는 반면 정치권 야당에 해당하는 현장조직을 중심으로 주 52시간 근무제에 충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관건은 특별연장근로 여부를 결정하는 확대운영위원회인데 이들 구성원을 감안하면 연장근로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다.


확대운영위원회는 현대차 집행부 임원 6명과 감사 3명, 울산공장 사업부대표 9명, 지역위원회 의장 6명으로 구성돼있다. 최근 치러진 울산공장 9개 사업부대표 선거에서 현 집행부가 기반을 두고 있는 여당 격인 '현장노동자'는 한 명도 없다.


지난해 12월 선출된 지역위원회 의장도 절반인 3명은 현장조직 소속이다. 결국 집행부가 연장근로 제안을 받아들이고 싶어도 이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물거품이 된다.


금속노조와 현대차 노조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히면서 현안 해결이 시급한 부품 협력사들의 고통만 가중되고 있다. 근로자가 자기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또 다른 근로자를 압박하는 형국이다.


자동차 부품업계는 완성차와 달리 평균 가동률이 절반을 겨우 웃도는 수준으로 납품 지연,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특히 부산·경남 지역 부품업체 수는 상대적으로 밀집돼있어 하루 빨리 생산량을 만회하지 않으면 도미노 타격이 우려된다.


코로나19로 전세계가 비상이다. 서로 조심하고 도와야 이 어려운 시기를 넘을 수 있다. 다른 근로자들의 생존을 압박하면서까지 현대차 노조의 주장을 앞세워야만 하는지 묻고 싶다. 협력사들의 고통을 외면한다면 다음엔 현대차 노조 차례가 될 것이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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