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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판다-리틀빅, '사냥의 시간' 이중계약 대립…베를린영화제 성과도 다른 해석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03.23 22:07 수정 2020.03.23 22:13

‘사냥의 시간’, 넷플릭스 공개 결정 후 이중계약 논란

ⓒ넷플릭스 ⓒ넷플릭스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영화 ‘사냥의 시간’의 넷플릭스 공개를 놓고 투자배급사와 해외 세일즈사 간의 갈등이 폭발했다. 서로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향후 쉽게 갈등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관심을 모은다.


시작은 리틀빅픽쳐스가 ‘사냥의 시간’을 4월 10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하겠다고 23일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부터다. 대부분 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극장 개봉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인식했다. 그러면서 개봉이 연기된 한국 영화들이 향후 넷플릭스행으로 이어질지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논란은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사냥의 시간’ 해외 세일즈사인 콘텐츠판다는 리틀빅픽쳐스가 이중계약을 했다면 반발했다. 그리고 바로 리틀빅픽쳐스 역시 이에 대해 반박하고 나섰다.


우선 콘텐츠판다는 리틀빅픽쳐스가 자신들과 충분한 논의 없이 3월 초 구두통보를 통해 넷플릭스 전체 판매를 위해 계약 해지를 요청했고, 3월 중순 공문 발송으로 해외 세일즈 계약해지 의사를 전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콘텐츠판다는 일방적 계약해지는 있을 수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했지만, 리틀빅픽쳐스가 넷플릭스와 글로벌계약을 알리는 과정에서 콘텐츠판다만 누락시켰다고 덧붙였다. 결국 콘텐츠판다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중계약 소식을 최종 확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리틀빅픽쳐스는 충분한 사전협상을 거친 뒤, 천재지변 등에 의한 사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계약서 조항에 따라 법률검토를 거쳐 적법하게 해지했고, 넷플릭스와의 계약은 그 이후에 체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지난 9일부터 콘텐츠판다에 해지 요청 공문을 발송하고 직접 찾아가 면담을 가졌고 부탁을 했으며, 투자사들과 제작사들의 동의를 얻은 이후에도 콘텐츠판다에 손해를 배상할 것임을 약속하며 부탁했지만 거절당했다는 것이다.


콘텐츠판다가 계약해지를 알고 있었는지의 여부와 사회재난인 코로나19가 천재지변으로 해지 가능한 범위인지 여부가 향후 논쟁 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콘텐츠판다는 리틀빅픽쳐스가 극장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 해외 영화사들로부터 기존에 체결한 계약을 번복한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주장하며, 이번 행동이 세계 각국의 영화사들을 피해자로 만드는 무책임한 행동이라 말한다.


그러나 리틀빅피쳐스는 세계 각국 영화사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사냥의 시간’ 판매계약에 대한 손해를 보상하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해외 판매사에 직접 보냈으며, 일부 해외수입사의 경우 다행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런 과정 역시 넷플릭스와 계약 전에 진행되었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해외 계약 결과 역시 양측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콘텐츠판다는 ‘사냥의 시간’을 현재까지 30개국에 선판매했으며, 추가로 70개국과 계약을 앞두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리틀빅픽쳐스는 현재까지 통보받은 해외 세일즈 성과는 14개국이며, 임금된 금액 역시 약 2억 원으로 전체 제작비의 2%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콘텐츠판다의 주장대로라면 이번 넷플릭스 공개 결정으로 인해 피해 국가가 100개국이지만, 리틀빅픽쳐스의 반박을 기준으로 하면 14개국으로 대폭 축소된다.


이러다 보니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의 성과를 놓고는 감정 대립까지 보였다. 콘텐츠판다가 “한국영화 최초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스페셜 갈라 부문에 초청받아 해외에서 성공적으로 론칭했다”고 주장하자, 리틀빅픽쳐스는 “‘사냥의 시간’은 감독과 배우, 제작진이 땀 흘려 만들어낸 영화의 성과로 베를린영화제에 간 것이지, 특정회사가 해외배급대행을 맡아서 베를린영화제에 선정된 것이 아니다. 콘텐츠판다는 해외배급 대행사일 뿐 콘텐츠 저작권자가 아니며, 베를린영화제 과정에 필요한 비용은 리틀빅픽처스 쪽에서 집행했다”며 콘텐츠판다의 주장을 일축했다.


콘텐츠판다는 법적대응에 나설 것이라 전했고, 리틀빅픽쳐스는 합법적 대응과 함께 원만한 해결을 위한 협상도 열어놓았다고 밝혔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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