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매수자 우위 시장’ 전환…“강남 집주인만 급하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입력 2020.03.24 06:00 수정 2020.03.24 10:44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 91.8

집 산다는 사람보다 ‘판다’는 사람 더 많아

강남 일대 10% 이상 하락한 급매 거래되기도

매도자들 “더 저렴한 집 나올 때까지 기다릴 것”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소 모습 ⓒ뉴시스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소 모습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보유세 급등,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 등으로 서울 부동산 시장이 ‘매도자(집주인) 우위 시장’에서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24일 KB국민은행 주택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91.8을 기록하며 전주(101.7) 대비 9.9포인트 하락했다.


매수우위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집을 팔겠다는 사람이 사겠다는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로, 지난해 9월 30일 98.5를 기록한 뒤로 지속적으로 기준선(100)을 상회했지만 23주 만에 그 기세가 꺾였다.


특히 강남지역은 지난주 94.7에서 82.8로 하락했고, 강북지역도 지난주(109.7) 대비 하락한 102.0을 기록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세가 뚜렷하다”며 “서울에서 전반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어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들어서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3월 3주 서울 강남11개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대비 평균 0.03% 감소해 9주 연속 하락세가 지속됐다. 강남(-0.12%)ㆍ서초(-0.12%)ㆍ송파구(-0.08%)는 반포ㆍ잠실동 등 일부 단지에서 최고가 대비 10%이상 하락한 급매가 거래되기도 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을 보면 지난 6일 송파구 잠실리센츠 전용 84㎡가 시세보다 3억원 가량 낮은 16억원에 거래돼 이 일대 부동산 시장이 들썩였다. 가족 간 증여 혹은 특수관계인 간 거래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지만 확실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


리센츠 인근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보유세가 급등한다는 발표 이후 시가보다 저렴한 매물이 조금씩 나오고 있지만, 시세보다 3억 이하로 내놓는다는 집주인은 아직”이라며 “잠실 일대 공인중개소에 리센츠 16억원 매물이 올라온 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정상거래는 아닌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잠실리센츠 84㎡이 18억~19억원, 잠실엘스 84㎡가 19억원, 잠실 트리지움도 18억대로 저렴한 매물이 나왔지만, 16억원 매물이 나왔다는 이슈에 매수자들이 쉽게 거래를 하지 않으려 한다”고 밝혔다.


잠실의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잠실에서 사실상 급매할 정도의 파격적인 매물이 나오고 있는 실정은 아닌데, 16억원 실거래 소식 이후 이 인근 각 부동산에 매물 문의가 수없이 오고 있다”며 “대기손님(매수인)들이 10명 정도 있지만 아파트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을 기대하며 느긋하게 매물을 기다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최근 전용 77㎡에서 시세보다 1억~2억원 저렴한 17억5000만원짜리 급매물이 나왔다. 반포동 반포리체도 60㎡에서 18억원대 급매물이 나오면서 19억원선이 무너졌다.


반포동 C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법이 바뀌면서 10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들이 마음먹고 집을 팔고 있다”며 “매물의 양이 많지는 않지만 종부세와 양도세 등 부담이 큰 집주인들 위주로 지난주부터 매물 문의가 오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12·16대책에서 10년 이상 보유주택을 매도하는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올해 6월 말까지 양도소득세 중과를 유예해줬다. 이에 올해 급증한 보유세를 내지 않으려면 보유세 기준일(6월1일) 이전인 5월 말까지 매도가 완료돼야 한다.


대치동 D공인중개소 관계자는 “6월 전에 매매하려면 이제부터 5월까지는 급매물이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며 “매수인들도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가격이 많이 저렴한 급급매물이 아니라면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이고, 속 타는 것은 집주인들이 될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임 수석연구원은 “다주택자이나 뚜렷하게 월세소득이 없는 분들은 6월 전까지 집을 팔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시장에 집값 하락 자극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반대 시각도 있었다. 대치동의 E공인중개소 관계자는 “6월 전에 매매하려는 다주택자들은 소수이며, 급매물이 나오더라도 소량으로 풀릴 것”이라며 “이미 급한 사람들은 모두 집을 내놨고, 가격을 2억~3억원 내리는 거래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주까지 은마아파트가 실거래로 19억3000만원에 팔렸다”고 말했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