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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도 믿지 못하는 불안…한국은행 지하 금고엔 금이 없다?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입력 2020.03.22 06:00 수정 2020.03.22 06:26

'금값' 요동치자 관심 받는 우리 정부의 금보유량

지정학적 리스크로 2004년 이후 영란은행에 보관

우리나라가 보유한 금은 100톤이 넘는다. 이 금의 대부분은 통화정책을 관장하는 한국은행이 소유하고 있다. ⓒ데일리안 우리나라가 보유한 금은 100톤이 넘는다. 이 금의 대부분은 통화정책을 관장하는 한국은행이 소유하고 있다. ⓒ데일리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금값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까지 처분하면서 현금화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보유한 금은 100톤이 넘는다. 이 금의 대부분은 통화정책을 관장하는 한국은행이 소유하고 있다. 지난 2월 기준 한국은행의 금 보유량은 104.4톤이다.


그렇다면 100톤이 넘는 한국은행의 금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서울 세종대로 한국은행 본점 지하에 위치한 겹겹의 보안 장치로 둘러싼 금고에 보관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은행엔 금괴가 없다. 과거엔 한국은행 대구지점에 쌓아뒀지만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인해 2004년 이후 모든 금괴를 영국 런던 영란은행으로 옮겼다.


국책은행이 엄청난 규모의 금을 사고 팔 때마다 금괴를 옮길 경우 발생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다 보안 리스크도 감안해야하기 때문이다.


영화처럼 중앙은행의 금고가 '털리면' 국가재정에 타격을 입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래서 한국은행이 보유한 금괴는 영란은행 금고에 보관하고 있고, 금을 추가로 사들이면 소유권만 늘어나는 식이다.


한국은행이 영란은행에 보관하고 있는 금괴는 순도 99.5%에 무게는 400트로이온스(12.5㎏) 규격을 따른다. 약 8320개의 금괴가 한국은행 소유로 쌓여있는 것이다.


"그때 팔지 않고 모아뒀다면"…회자되는 '금 모으기 운동'


금에 대한 기억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은 IMF 경제위기 당시 국민적 이슈가 됐던 '금 모으기 운동'이다. 전국적으로 350만 명이 참여해 약 227톤의 금이 모이는 기적을 일으켰다.


현재 한국은행의 금보유량 보다 2배 이상 많은 금붙이가 장롱 속에서 나온 것이다. 당시 금액으로 21억3000만달러에 달했다. 당시 전체 외채가 304억달러였으니 무시 못 할 금액이었다.


그 결과 한국경제는 회복세를 나타내며 재도약을 시작했고, 2001년 예정보다 3년이나 빨리 차입금 전액을 조기상환하면서 IMF 관리 체제에서 벗어났다.


이는 금이 우리 국민들에겐 단순히 '안전자산' 이상의 상징적인 의미로 각인된 사건이었다. 경제운용이나 외환관리에 실패하면 언제든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는 교훈은 여전히 현실과 맞닿아 있다.


정부가 IMF 때 모았던 금을 팔지 않고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으면 금값 폭등으로 나라의 곳간이 넉넉했을 것이라는 얘기는 금융권에서 회자되는 단골 스토리 가운데 하나다. 당시 모았던 금을 현재 시세로 환산하면 100억달러가 넘는 규모다.


실제 한국은행도 금을 팔아 달러를 마련하거나 반대로 금을 사들일 수도 있다. 최근 금값이 이례적으로 하락한 것은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자국 화폐가치 방어에 나서면서 보유한 금을 매각해 달러를 비축해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의 금 보유량은 국제 금시세가 요동칠 때마다 도마에 올랐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의 10%가량을 금으로 보유한데 비해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2013년부터 7년째 금을 사들이거나 되팔지 않고 있다. 우리 외환보유액이 지난 1월 말 기준 4096억5천만 달러로 세계 9위인 가운데 금의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외환보유액 가운데 금의 비중이 우리나라(1.2%)보다 낮은 국가는 브라질(0.7%), 체코(0.2%) 정도다.


금은 달러와 함께 한 나라가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안전판'으로 인식된다. 요동치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금보유량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영란은행 금고에 쌓인 한국은행의 금괴 높이가 더 높아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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