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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해외 공항도 우리 면세점 감면되는데...文정부 무늬만 착한 임대료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0.03.20 07:00 수정 2020.03.20 06:35

중소 면세점 두 곳 6개월 간 25% 감면, 중견·대기업 면세점은 3달간 납부 유예만

인천공항 면세점 수익의 92%는 대기업 부담, 중소기업 비중 3% 남짓..."보여주기식 감면"

신종플루 때는 일괄 인하…홍콩, 싱가포르, 태국 등 공항들도 잇따라 임대료 인하

인천공항 면세점 모습.ⓒ데일리안 인천공항 면세점 모습.ⓒ데일리안

‘돌고 돌아 결국 제자리.’ 지난 한 달여간 인천공항 임대료 감면 문제를 둘러싸고 면세업계와 정부가 합의를 거듭한 결과는 결국 원점이었다. 인천공항에 입점해 있는 중소 면세점 두 곳은 다행히도 이달부터 6개월 간 25%의 임대료 감면 혜택을 받게 됐다. 하지만 중견·대기업 면세점은 3달 간 납부 유예가 전부다. 정부에 기대했던 업계는 서운함과 함께 충격에 휩싸였다.


지난해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수익은 1조761억원, 이중 대기업 9846억원을 납부해 전체 임대료의 91.5%를 차지했다. 중소기업 비중은 3% 남짓에 불과하다. 말이 좋아 '착한 임대료 운동 동참' 이지 사실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코로나 사태로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여객 수는 이달 들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2% 급감했다. 전 세계로 확산되는 탓에 국내에서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은 물론 한국을 찾는 관광객도 모두 감소한 탓이다.


인천공항 면세점의 경우 지난달 대비 이달 들어 매출이 최대 80% 떨어졌고, 서울 시내 주요 시내면세점도 확진자 방문에 따른 임시 휴업과 단축 영업 등을 반복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0% 이상 감소했다.


면세업은 일반 제조업, 서비스업과 달리 면세물품을 취급하다 보니 땡처리 같은 재고 처리도 불가능하다. 판매 대상도 관광객에 한정돼 코로나처럼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된 상황에서는 달리 부진을 메울만한 대안이 없다. 그래서 정부도 임대료 인하 카드를 꺼내든 것이고 말이다.


지난 2009년 신종플루 사태 당시 인천공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임대료를 10% 인하한 바 있다. 하지만 대통령까지 나서서 비상경제위기를 언급하고 ‘전례없는 대책’을 주문하는 가운데서도 중소기업만 지원하는 정부 조치에 업계는 실망감을 넘어 분노를 느끼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공항 수익의 절반 가까이가 기획재정부에 배당 형태로 지급되는 만큼 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 대기업을 희생시킨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세계 1위 공항으로 꼽히는 싱가포르 창이공항의 경우 매장 임대 수수료를 50% 낮춰주기로 했고, 홍콩이나 태국 공항 등도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임대료 감면 정책을 펴고 있다. 현지 공항에 진출한 국내 면세점도 동일한 혜택을 받고 있다. 세계 3대 공항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인천공항의 위상에도 이번 조치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 기업임에도 국내에서 대우받지 못하는 상황에 면세업계의 설움은 더 크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한국 면세산업은 세계 1위 규모다. 세계 면세업체 순위를 보면 롯데가 2위, 신라가 3위, 신세계가 9위에 오르는 등 빅3 업체 모두 10위권에 랭크됐다.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활발하게 사업을 펼치면서 우리 경제에 외화벌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2위 중국의 추격이 매서운 상황에서 한국 면세업체들은 국내에서부터 냉대에 시달리고 있다. 내수 시장이 발판이 돼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발목을 잡혀 해외 경쟁력마저 떨어질 위기다.


코로나 사태로 하늘 길이 막히면서 면세업체들이 버텨낼 방법이 없다. 중국과 일본 노선이 대부분 중단된 김포공항에서는 롯데와 신라 모두 휴업에 돌입한다. 국제선 청사 면세점이 사실상 휴업에 들어간 셈이다.


전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는 코로나 사태도 언젠가는 지나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한 번 기반이 무너진 산업은 재기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때에 나라 곳간 유지만 신경쓰는 이기적인 정부에 신뢰가 쌓이겠는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결과는 혹독하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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