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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순천, 면(面) 단위 쪼개져…주민들, '연비제 정치실험' 희생양 전락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0.03.07 09:14 수정 2020.03.07 10:09

비례대표 47석 유지하느라 지역구 253석 고정

춘천·순천, 분구 안하려 면 떼어내 주변에 붙여

지역구 늘렸으면 해결됐을 일…주민들만 피해

국회본청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들이 처리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회본청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들이 처리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4·15 총선을 치를 전국 253개 지역 선거구 획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범여권이 강행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정치실험'에 따른 후폭풍으로 총선을 불과 40일 앞두고 새벽녘까지 진통을 겪은 끝에 간신히 통과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비례대표 정수를 유지하기 위해 전국 지역구를 253개로 고정하느라고 강원 춘천과 전남 순천은 갑·을로 분구될 수 있는데도 면(面) 단위가 쪼개져 다른 지역구로 떨어져나가는 '희생양'으로 전락했다.


국회는 7일 새벽 세종을 2개 지역구로 분구하고, 경기 군포갑·을을 하나로 통합해 전국 지역구를 253개로 유지하는 내용의 선거구 획정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합의 당시 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을 고정함에 따라, 지역구 증감 없이 인구 변동을 반영해야 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구획정위원회는 머리를 싸맨 끝에 전날 오후 11시에야 국회의장에게 획정안을 제출했다.


획정안을 받아든 국회는 즉시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를 소집했으나 자정을 앞둔 관계로, 7일이 되길 기다려 차수변경을 한 뒤 토론 없이 의결했다. 이후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됐다. 재외국민 선거인명부 열람을 앞두고 '벼락치기' 하듯 의결한 것이다.


이날 의결된 선거구 획정안에 따르면, 인구 상한선을 넘긴 세종특별자치시는 세종갑·을 2개의 지역구로 분구됐다. 갑구가 부강면·금남면·장군면 등 세종특별자치시 남쪽이며, 을구가 조치원읍·연기면 등 세종특별자치시 북쪽이다.


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의 의석 비율을 사전에 고정함에 따라 줄어들어야 하는 지역구 1석은 경기 군포갑·을을 통합해 군포 1석으로 하기로 했다.


재외선거인명부 열람 앞두고 새벽녘 '벼락치기'
세종, 갑·을 분구…조치원·연기가 세종을 형성
경기 군포, 갑·을 통합으로 지역구 1개로 전락


이처럼 분구와 통합을 최소화하기로 함에 따라, 인천광역시와 강원도·경상북도·전라남도 등 여타 권역에서는 행정구역의 일부를 떼서 다른 지역구와 합치는 등 예외적인 선거구 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인천 중동강화옹진 선거구는 동구를 떼어내고 중강화옹진으로 3개 구·군으로 하나의 지역구를 형성하게 됐다. 떨어져나간 인천 동구는 미추홀구(옛 남구)로부터 2개 동을 받아 동미추홀갑·을로 재조정됐다. 미추홀구 도화동과 주안동이 동구와 합쳐져 동미추홀갑이 되며, 미추홀구의 나머지가 동미추홀을이 됐다.


강원도는 인구 상한선을 넘긴 도청소재지 춘천이 쪼개졌다. 신북읍·동면·서면·사북면·북산면 등 춘천 북쪽 일대가 떨어져나가 철원·화천·양구 3개 군과 합쳐 춘천철원화천양구을 지역구가 됐다. 나머지 춘천시내는 춘천철원화천양구갑 지역구다.


5개 군이 한 지역구를 이뤄 '공룡 선거구' 논란이 일었던 강원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와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은 모두 분할됐다.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에서 철원화천양구가 춘천 일부와 붙으면서, 분리된 홍천은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 중 횡성영월평창과 만나 홍천횡성영월평창이 됐다. 인제는 속초고성양양과 합쳐져 속초인제고성양양이 됐다. 태백산맥의 동쪽이자 동해와 맞닿아있는 영동 지방인 속초고성양양과 영서 북부의 인제가 합쳐지면서 인제군민들의 불만이 예상되지만,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 중 횡성영월평창이 홍천과 새로운 지역구를 형성하면서 떨어져나온 태백정선은 동해삼척과 붙어 동해태백삼척정선으로 하나의 지역구를 이루게 됐다.


춘천, 북부 수 개 면 졸지에 철원화천양구로 붙어
순천, 인구 5만5천 해룡면 떨어져나가 광양 등에
'연비제' 한답시고 비례 47석 고정 '걸레멘더링'


이로 인해 갑·을 2개 지역구로 이뤄진 강원 원주와는 달리 도청이 있는 강원도의 수부(首府) 춘천은 계속해서 1개 지역구로 남는 것도 모자라 일부 면 단위까지 인근 군에 빼앗기게 됐다. 선거구 재획정 때마다 해왔듯이 전체 지역구를 2석 정도 늘렸더라면 춘천은 갑·을 2개 지역구가 될 수 있었다. 춘천이 범여권이 강행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정치실험'의 최대 희생양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지역구에서 북부 수 개의 면이 떨어져나가게 된 김진태 미래통합당 의원은 본회의 반대토론에서 "춘천은 지난 몇 년 간의 인구 증가로 분구 기대감이 있었는데, 오히려 가장 큰 피해 지역으로 남게 됐다"며 "게리멘더링을 넘어 '걸레멘더링'을 합법화한 것"이라고 격렬하게 비판했다.


경북은 최교일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무주공산이 된 영주문경예천 지역구가 산산조각이 났다. 예천은 안동과 함께 안동예천이 됐으며, 영주는 영양봉화울진과 한 지역구가 됐다. 문경은 상주와 붙어 상주문경 지역구를 이룬다.


이에 따라 상주에서 분리된 군위의성청송 3개 군은 영덕영양봉화울진에서 떨어져나온 영덕과 붙어 군위의성청송영덕으로 새로운 지역구가 됐다. 경북신도청이 안동과 예천 사이에 들어서면서 안동예천이 하나의 지역구가 된 것은 바람직하지만, 4개 군이 경북 동서를 가로지르면서 묶인 군위의성청송영덕 지역구는 부자연스럽다는 지역구민들의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남은 인구 상한선을 넘긴 순천의 일부가 분리됐다. 순천 남동쪽의 해룡 1개 면을 떼어내 광양곡성구례에 붙이면서 순천광양곡성구례을이 됐다. 기존 순천시내는 순천광양곡성구례갑을 이룬다.


다만 순천의 갑·을 분구를 막기 위해 산업단지와 신대중흥 등 대단위아파트단지가 있어 인구가 무려 5만5000명에 달하는 '1개 면' 해룡면을 분리해 광양곡성구례에 붙인 점은 비판의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기존 광양곡성구례를 지역구로 하던 정인화 무소속 의원은 본회의 반대토론에서 "광양곡성구례 기존 3개 시·군의 면적이 서울의 2.4배에 달하는데 순천의 일부인 해룡면이 우리 지역구에 붙었다"며 "순천과 인접 지역구 사이에서의 형평성 차원에서 인정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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