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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주총-LG전자] 6년 만에 ‘원톱 체제’…권봉석號 출격 준비

이도영 기자 (ldy@dailian.co.kr)
입력 2020.02.28 06:00 수정 2020.02.28 04:32

내달 주총서 단독대표 선임 유력…경험 갖춘 ‘전략가’

TV·스마트폰 부문 회복 중책…‘선택과 집중’ 나설 듯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전경.ⓒLG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전경.ⓒLG

LG전자가 다음달 말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가운데 권봉석 사장이 단독대표이사로 선임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가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2014년 이후 6년만으로 40대 젊은 총수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권 사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다음달 말 제 18기 주총을 개최한다. 날짜가 아직 결정되지 않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주총 개최가 연기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LG전자는 연기를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소는 예년과 동일하게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가 유력하다.


각자 대표서 단독대표로…젊은 총수 구광모의 힘 실어주기


이번 주총에서 이목이 쏠리는 점은 권봉석 LG전자 사장의 단독 대표이사 취임이다. 권 사장은 지난해 말 사장단 인사에서 조성진 LG전자 부사장이 용퇴하며 회사 새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LG전자는 다음달 정기 주총에서 권 사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출할 예정이다. 이어 이사회를 열고 대표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각자 대표를 맡던 조 부회장과 정도현 최고재무책임자(CFO·사장)이 동반 퇴진한 데 따른 조치다.


LG전자가 대표 1인이 주요 경영 방향을 결정하는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2014년 오너가 일원인 구본준 대표(현 LG그룹 고문) 체제 이후 6년 만이다. 이는 40대 젊은 총수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50대 권 사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LG 구광모 LG그룹 회장.ⓒLG

회사는 그동안 단독대표 체제보다는 CEO와 CFO를 중심으로 TV와 가전, 휴대폰 등 주요 사업본부장을 각자 대표로 선임해왔다. 사업부간 조율 등 효율적 업무분담을 위해 2인 이상 대표 체제가 적합하다는 판단에서였다. 2011년 1인 단독 대표로 선임된 구본준 당시 부회장도 CFO였던 정도현 사장과 2014년에 각자 대표로 나눠졌다.


LG전자는 2016년 정 사장과 조성진 홈어플라이언스앤에어솔루션(H&A)사업본부장(사장), 조준호 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MC)사업본부장(사장) 등 3인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하기도 했다.


다음달 단독대표 취임이 유력한 권 사장은 CEO 선임부터 구광모 회장의 ‘젊은 LG’ 의지가 드러났다. 권 사장은 2000년 이후 임명된 LG전자의 CEO 중 최연소다. 구 회장은 권 사장을 필두로 지난해 말 인사에서 상무 승진자 평균 나이가 48세일 정도로 젊은 피를 대거 수혈했다. 이번 권 사장의 단독 대표 선임도 젊은 총수가 젊은 CEO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의미에서 유력하다.


디지털전환부터 스마트폰 부진 탈출까지…무거운 어깨 짊어져


단독대표 취임 예정인 권 사장은 4차 산업혁명의 큰 축인 디지털전환(DT·Digital Transformation)이 회사의 중대한 분기점인 만큼 이를 통해 차별화된 고객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업무를 맡았다. 권 사장은 지난달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0’에서 취임 후 첫 간담회를 통해 “디지털전환은 지속가능한 성장의 초석”이라며 “이를 과감하게 추진해 성장과 변화를 이끄는 동시에 고객에게 가치를 준다는 사업의 본질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마케팅 역량과 현장 경험까지 풍부한 ‘전략가’로 통한다.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7년 LG전자에 입사해 전략·상품기획·연구개발(R&D)·영업·생산 등 사업 전반의 밸류체인(Value Chain)을 두루 경험했다. 디지털전환의 핵심 요소들인 빅데이터·인공지능(AI)·클라우드 등에 높은 이해도와 역량을 갖춰 디지털전환의 최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권 사장은 또 최근 주춤하고 있는 TV 사업 회복과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 탈출의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MC/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장인 권 사장을 CEO로 선임한 배경에도 두 사업부의 부진 회복이라는 중책을 맡기기에 그가 적합했다는 분석이다. 다음달 이사회를 거쳐 단독 대표가 된다면 이를 본격적으로 진두지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권봉석 LG전자 사장.ⓒLG전자 권봉석 LG전자 사장.ⓒLG전자

최근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은 금액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30.9%로 1위를 차지했다. LG전자는 16.3%의 점유율로 2017년 14.6%에서 2018년 16.4%로 높아졌지만 지난해에는 소폭 하락했다.


올해는 TV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올레드, 대형, 나노셀 TV 등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매출성장을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오는 4월 신형 올레드 TV 출시를 시작으로 상반기 롤러블 TV 등으로 앞선 기술력을 내세우며 점유율 회복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권 사장이 사업역량을 가장 집중해야 할 곳은 MC사업본부로 꼽힌다. MC사업본부는 지난해 4분기 매출 1조3208억원과 영업손실 332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북미 등 해외 시장에서 보급형 스마트폰의 판매가 감소하며 전년동기(매출 1조5223억원·영업손실 3180억원) 대비 매출은 하락하고 매출 감소, 마케팅 비용 증가 등의 영향으로 19분기 연속 영업손실이 이어졌다. 지난해에만 1조9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도(영업손실 7901억원) 대비 적자폭이 커졌다.


LG전자는 올해 5세대 이동통신(5G) 시장에서 매스 프리미엄 스마트폰 ‘LG V60 씽큐’와 보급형 스마트폰 ‘K 시리즈’를 전략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국가별 출시 전략을 달리해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고 초기 수요를 선점해 실적개선을 이끌겠다는 목표다.


어려운 사업을 맡을 때마다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한 권 사장은 TV와 스마트폰 사업에서도 같은 기조를 이어가며 부진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HE사업본부장에 부임한 첫해인 2015년 상반기에 본부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그는 HE사업본부의 체질 전환을 위해 2013년 초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차세대 TV 기술로 곱은 ‘커브드 TV’ 판매를 중단시켰다. TV는 거실에서 가족이 함께 보기 때문에 한 명의 시청자에게만 초점을 맞춘 커브드 TV가 주력 제품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신 올레드 TV에 사업 역량을 집중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MC사업본부장을 맡은 지난해에는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평택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올해부터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제조업자개발생산(ODM)을 보급형에서 중가대 제품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스마트폰 라인업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개발 역량을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해 실적개선에 성공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공장 폐쇄·수요 위축 등 리스크가 존재하지만 이 역시 단독대표로서 돌파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재계 한 관계자는 “LG전자는 올해 TV 시장에서의 안정적인 성장과 스마트폰 부문의 수익성 개선이 주요 사업과제로 꼽힌다”며 “올해 주총에서 권 사장이 단독대표로 선임돼 사업역량을 발휘하며 부진탈출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이도영 기자 (ld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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