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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vs. 일자리 창출'...유통업계와 정부 '동상이몽'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0.02.18 06:00 수정 2020.02.17 17:25

롯데쇼핑, 이마트 올해 본격적인 부진 점포 정리 나서

유통업계, 규제 강화하면서 일자리 늘려달라는 정부 요구에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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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월드컵점 모습.ⓒ홈플러스 홈플러스 월드컵점 모습.ⓒ홈플러스

유통업계가 본격적인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했다. 강화되는 정부 규제와 온라인 시장의 급성장으로 신규 출점이 사실상 제한된 데다 기존 오프라인 매장의 수익성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서다.


하지만 대대적인 매장 감축에도 불구하고 인력 감축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자세다. 매장이 줄면 일하는 근로자도 덩달아 감소하기 마련이지만,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는 정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유통업계는 갈수록 더해지는 정부 규제에 갇혀 경쟁력 강화는 커녕 무서운 속도로 뒷걸음질 치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의 지난해 영업이익(연결기준)은 1507억원으로 2018년과 비교해 67.4% 줄었다. 4분기의 경우는 2분기에 이어 두 번째 적자를 기록했다. 온라인 쇼핑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케팅 비용이 증가한 탓이 컸다.


백화점과 마트, 슈퍼 등을 아우르는 롯데쇼핑은 지난해 427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8.3% 감소한 수준으로, 당기순이익은 적자를 냈다. 적자 폭도 전년에 비해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온라인 쇼핑으로 소비자들이 대거 이동한 상황에서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보호라는 명분을 앞세운 정부의 규제 탓에 이제는 적자를 걱정해야 할 처지로 전락한 셈이다.


유통업계도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지난해 대규모 인사에 이어 올해는 오프라인 매장 감축에 나선다.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슈퍼, 롭스 등 오프라인 매장 700여곳 중 비효율 점포 200여개, 약 30%를 정리할 계획이다. 수익성이 좋지 않은 마트와 슈퍼가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트는 올해 전체 매장의 30%를 리뉴얼하고 삐에로쑈핑, 부츠 등 전문점 매장도 순차적으로 축소할 예정이다.


매장 수가 줄면서 관련 고용 인력 축소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점포 수를 줄이면서 정리해고 같은 인위적인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전환배치 등으로 흡수할 수 있는 인력 규모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어서다.


보통 대형마트 1곳에 근무하는 인력은 판촉 사원 등 협력업체 직원까지 합해 약 500명 정도된다. 백화점의 경우 대형점포는 5000명, 중소형 점포는 2000~3000명 정도다.


2018년 대형마트 3사의 매장 수가 전년 대비 첫 감소세를 보이면서 최근 2년새 마트 3사에서만 3000개가 넘는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 때문에 유통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부진 점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인력 축소도 동반될 수 밖에 없지만 일자리를 늘려달라는 정부의 요청으로 인해 인력 구조조정에는 손을 대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매장 수만 줄이고 인력은 그대로 유지할 경우 구조조정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인건비 비중이 큰 만큼 인력 감축이 수반돼야 제대로 된 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롯데쇼핑이 지출한 급여 및 상여금은 1조431억원으로, 이 기간 매출액(13조3080억원)의 7.8%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3844억원)과 비교하면 약 3배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규제는 강화하면서 일자리는 늘려달라는 정부의 이율배반적인 행태에 대한 반발도 커지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온라인 중심으로 소비 환경이 바뀌었지만 거의 10년째 전통시장, 소상공인 보호라는 같은 이유를 내세우면서 대형 유통업체 규제만 강화하고 있다”며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신규출점은 다 막아 놓고 계속해서 일자리를 늘려달라는 정부 요청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매장 수가 줄어들면 고용인원도 필연적으로 감소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판촉사원 및 협력업체 직원 등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고용을 유지하는 방법도 이미 대부분 실행한 상황이다. 계속되는 규제가 결국엔 일자리를 줄이는 부메랑으로 되돌아 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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