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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회수 불능' 3000억 넘어…기업 여신 관리 '촉각'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0.02.18 06:00 수정 2020.02.17 17:38

기업 여신 부실채권 8000억 돌파…4대 은행들 중 '최대'

나 홀로 증가에 우려 점증…불황 속 리스크 관리 시험대

국내 4대 은행 기업대출 중 고정이하여신 현황.ⓒ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은행 기업대출 중 고정이하여신 현황.ⓒ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신한은행이 떠안고 있는 부실 기업 여신이 8000억원을 돌파하며 국내 4대 시중은행들 가운데 최대까지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금액이 유일하게 증가하고 있는데다, 아예 회수불능 상태로 판명된 액수만 3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와중 경기 불황 역풍에 기업 대출 전반의 건전성도 악화되면서 위험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한·KB국민·우리·하나은행 등 4대 은행들이 보유한 기업 여신 중 고정이하여신은 총 2조9600억원으로 전년 말(3조6182억원) 대비 18.2%(6582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3개월 넘게 연체된 사례를 통칭하는 말로, 통상 부실채권을 분류하는 잣대로 쓰인다. 금융사들은 빌려준 돈인 여신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하위 세 단계에 속하는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분을 묶어 고정이하여신이라 부른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이 보유한 부실 기업 여신이 홀로 늘면서 다른 시중은행들보다 많아졌다. 신한은행의 기업 관련 고정이하여신은 같은 기간 7707억원에서 8040억원으로 4.3%(333억원) 늘었다. 반면 하나은행은 9867억원에서 7544억원으로, 국민은행도 1조178억원에서 7097억원으로 각각 23.5%(2323억원)와 30.3%(3081억원)씩 부실 기업 여신이 줄었다. 우리은행의 기업 고정이하여신 역시 8430억원에서 6919억원으로 17.9%(1511억원) 감소했다.


특히 이 같은 고정이하여신 중에서도 추정손실로 평가된 부분만 따로 살펴보면 신한은행의 기업 여신이 상대적으로 더 나쁜 상태에 처해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추정손실은 회수가 불가능한 상태에 빠진 여신을 일컫는 표현으로, 금융사의 여신 건전성 분류 중 최하 단계에 속한다. 상환 불능으로 판명된 만큼, 은행은 해당 액수 전액을 충당금으로 잡아야 한다.


신한은행의 기업 여신에서 추정손실로 나뉜 액수는 2701억원에서 11.6%(313억원) 늘어난 301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조사 대상 은행 전체(6473억원)의 46.6%에 이르는 비중이다. 4대 시중은행의 기업 여신에서 회수불능 처리된 부실채권 가운데 절반 이상이 신한은행 한 곳에 쏠려 있다는 얘기다.


이어 우리은행의 추정손실 기업 여신이 1010억원에서 1603억원으로 58.7%(593억원) 증가하며 많은 편이었지만, 여전히 신한은행에 비해서는 절반 정도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또 국민은행은 1760억원에서 963억원으로, 하나은행은 1482억원에서 893억원으로 각각 45.3%(797억원)와 39.7%(589억원)씩 추정손실 기업 여신이 감소했다.


이처럼 신한은행 기업 여신의 건전성이 나빠지고 있는 것은 경쟁사들에 비해 적극적인 영업에 나선 부작용으로 풀이된다. 신한은행의 기업 여신은 지난해 128조450억원에서 136조1234억원으로 6.3%(8조894억원) 확대됐다. 같은 기간 국민·우리·하나은행의 기업 여신이 375조8811억원에서 295조6509억원으로 5.3%(19조7698억원) 늘어난 것에 비해 높은 증가율이다.


부실채권을 넘어 신한은행 기업대출의 전체적인 질도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신한은행이 기업들에게 내준 대출에서 1개월 이상 상환이 밀린 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기준으로 한 연체율은 지난해 말 0.28%로 나머지 3개 조사 대상 은행들의 평균(0.26%)보다 높아졌다. 1년 전만 해도 신한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이 0.25%로 국민·우리·하나은행의 평균(0.29%)보다 낮았지만 이제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더욱 문제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영에 드리운 먹구름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 경기가 안 좋아질수록 이들과 연계된 대출에도 이상신호가 발생할 개연성이 커지게 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올해 1월 국내 전체 산업의 업황 BSI는 75로 한 달 전(76)보다 1포인트 더 떨어지며 100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업황 BSI는 기업이 인식하는 경기 상황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치인 100보다 낮으면 경기를 비관하는 기업이 낙관하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신한은행 내부에서도 기업 여신의 리스크 관리 강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국내 기업의 경영과 경제적 측면에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만큼 선제적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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