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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수사 암초 만난 신라젠, 반전 가능할까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입력 2020.02.14 06:00 수정 2020.02.14 09:31

신장암·소화기암으로 넓히고 병용 임상에 속도

지지부진한 검찰수사 불안요소

신라젠은 간암 이외에 다른 암종의 임상 확대로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작년부터 이어온 검찰 수사가 발목을 잡고 있다. ⓒ신라젠 신라젠은 간암 이외에 다른 암종의 임상 확대로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작년부터 이어온 검찰 수사가 발목을 잡고 있다. ⓒ신라젠

신라젠이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펙사벡'의 가능성을 다시 입증하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신라젠은 간암 이외에 다른 암종의 임상 확대로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조기 종료된 간암 임상 3상을 제외한 나머지 임상시험은 아직 초기 단계인데다 작년부터 이어온 검찰 수사가 발목을 잡고 있다.


펙사벡은 바이러스 기반의 면역항암제다. 신라젠은 지난 2016년부터 미국, 한국 등에서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펙사벡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는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미국 DMC(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로부터 펙사벡 임상시험을 중단할 것을 권고 받았으며, 이후 펙사벡의 간암 분야 글로벌 임상3상은 종료됐다.


펙사벡의 역사는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의 H.Kirn이라는 의학자가 천연두 백신인 우두바이러스를 이용해서 3세대 면역항암제를 만드는데, 이것이 바로 펙사백이다. Kirn 박사는 이를 천연두로부터 인류를 해방시킨 제네의 이름을 따서 '제네렉스'(Jennerex)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이를 알게 된 부산의 대학교수들이 200억원을 투자, 2006년 동아대 창업지원센터에 제네렉스 하청회사를 세우고 회사 이름을 신라 처용가에 포함된 천연두 역신 설화와 제네렉스를 합쳐 '신라젠'이라고 짓는다. 이후 신라젠이 2014년 제네렉스를 300억원에 인수하고, 문은상 대표가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때 이철 벨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가 등장한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는 2013년부터 4차례에 걸쳐 신라젠에 450억원을 투자한 신라젠 지분 14%를 가진 최대주주였다. 금융사기 혐의를 받는 이철 대표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를 매개로 유시민 이사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5년 신라젠 항암기술 설명회에 유 이사장이 참석해 벨류인베스트먼트 직원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검찰수사가 '발목'


신라젠은 펙사벡 임상3상 중단 발표 직전 최대 주주와 임원이 거액의 지분을 매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한 것 아니냐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러한 혐의에 대한 수사가 작년부터 이어져온 가운데 신라젠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최근 폐지됐다. 합수단은 자본시장법 위반 사범을 잇따라 재판에 넘기며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렸지만, 비(非)직제 조직이라는 이유로 지난달 폐지됐다. 이에 신라젠과 관련해 수사력 약화가 불가피한 게 아니냐는 지적과 정권 유착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문은상 신라젠 대표는 지난 6일 회사 홈페이지에 주주 호소문을 게재하고 “정치권과 당사를 연관 짓는 일각의 주장은 터무니없다”며 “연구개발 및 회사의 운영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와 연루된 사실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제네렉스는 항암제 개발에 대한 열정을 가진 대한민국 의료인들의 순수한 자금과 일부 금융기관의 투자금이 모여 인수됐다”며 “밸류인베스트코리아의 자금으로 제네렉스를 인수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또 “투자금은 과거 경영진의 관계에 의해 운영자금 투자를 받은 것이며, 현재 경영진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진행 중인 펙사벡 임상시험에 대해서는 “신장암 등 현재 진행 중인 임상들은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되면 추후 파트너사 협의 등 관련 절차에 따라 주주들과 암 환우에게 공개하겠다”며 “임상 데이터는 회사가 즉흥적으로 발표할 수 없으며, 충분한 데이터의 축적 및 검증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라젠은 현재 항암 바이러스와 표적치료제, 항암 바이러스와 면역관문억제제의 병용요법 등 다수의 병용요법에 대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펙사벡 소화기암 분야의 임상에 새롭게 도전할 계획이다. 이번 임상은 지난해 분당차병원과 맺은 MOU에 따라 진행하는 간 전이 소화기 암종 대상의 국내임상 2상이다.


또한 신라젠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펙사벡의 신장암 분야 임상시험의 대상 환자 범위를 넓히는 내용의 임상 승인을 받았다. 해당 임상은 현재 한국·미국·호주 등에서 후기 1상을 진행 중이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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