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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삼성의 준법 경영 의지 흔드는 정치권

이도영 기자 (ldy@dailian.co.kr)
입력 2020.02.11 07:00 수정 2020.02.11 06:00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개최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제1차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데일리안 이도영 기자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개최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제1차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데일리안 이도영 기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지난 5일 첫 공식회의를 열고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삼성그룹 임직원의 법 리스크를 감시하는 첫 외부기관이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간 것이다.


준법감시위 출범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추구하는 뉴삼성의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삼성이 국내 최대 기업 그룹으로서 많은 성과로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좋은 기업으로 인식됐다면 이제 이를 뛰어넘어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존경을 받을 수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삼성은 준범감시위원회 출범에 앞서 각 계열사별로 자체적으로 준법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함으로써 준법감시에 대한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한 바 있다. 삼성전자를 포함해 삼성SDI·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중공업 등 10개 계열사는 기존에 법무실·팀 산하에 있던 준법조직을 대표이사 직속 조직으로 격상했다. 이로써 준법감시조직을 최고경영자(CEO) 조직을 직속으로 운영하는 계열사는 기존 삼성화재 1개사에서 10개 계열사가 추가돼 총 11개로 늘었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제일기획 등 기존에 준법감시 전담조직이 없이 법무팀이 업무를 겸했던 계열사들은 이번에 독립적인 준법감시 전담조직을 신설했고 삼성 계열사들의 준법감시조직 부서장은 변호사로 지정해서 전문성을 강화했다.


하지만 준법감시위가 첫 발을 떼자마자 정치권의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이제 막 걸음마 단계인 기업의 법 위반 리스크 감시기구를 두고 재판부와 위원회에 압력을 가하며 본인들 입맛에 맞는 행동을 강요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준법감시위의 첫 회의가 열린 날 정의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봐주기 재판’ 시나리오의 일환이자 감형을 위한 이벤트일 뿐이라는 의심을 지울 길이 없다”는 대변인 논평을 내놨다. 그러면서 재판부가 준법감시위 설치를 핑계로 이재용 구하기에 나선다면 법경유착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노동·사회 시민단체는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준법감시위를 급조된 조직이라고 폄하한 바 있다.


특히 정의당은 삼성 준법감시위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준범감시위의 당위성을 인정하는 이중적인 모습까지 연출했다. 재판부를 향해서는 준법감시위가 ‘시나리오’이자 ‘이벤트’라고 깎아내리더니, 정작 준법감시위에 삼성의 노조파괴를 감시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한 기업의 법 위반을 감시하는 기구가 본인들의 입맛대로 움직이길 바라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김지형 위원장은 지난 9일 내정 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자율성과 독립성을 가진 위원회 운영을 위해 그룹 총수의 확약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 부회장을 직접 만났다"며 "이 부회장도 흔쾌히 수락해줬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위원회가 해야 할 철저한 외부 감시자, 파수꾼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물론 준범감시위의 출범 자체가 기업의 준법경영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준법감시위가 미국처럼 효과를 거두려면 무엇보다도 김 위원장이 언급한 것 처럼 자율성과 독립성이 확보되야 한다. 삼성이든 정치권이든 간섭을 시도하는 순간 준법감시위의 존재 의미 자체는 사라진다. 검찰 대응이 아니라 국민과의 약속이라는 차원에서 준법 경영에 나서겠다는 삼성의 진심어린 의지를 정치권이 더 이상 흔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도영 기자 (ld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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