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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영화계 '코로나 공포' 무방비…도미노 사태 우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입력 2020.02.09 07:04 수정 2020.02.10 17:38

관객 급감에 영화 행사 취소-개봉 연기 잇따라

장기화 시 심각한 타격, 마땅한 대책 없어 '발 동동'

광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나온 이후 첫 주말인 8일 광주 서구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관람객 발길이 뚝 끊겨 한산한 모습이다. © 뉴시스 광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나온 이후 첫 주말인 8일 광주 서구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관람객 발길이 뚝 끊겨 한산한 모습이다. © 뉴시스

"불가항력적 천재지변 사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공포가 영화계를 뒤흔들고 있다. 자칫 영화 산업 전반에 도미노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관객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물론, 개봉이 임박한 작품들의 홍보 활동도 발이 묶였다. 각종 쇼케이스와 제작발표회는 취소되거나 온라인 행사로 축소 진행됐다. 오는 25일 한국 영화 100주년을 기념해 열릴 예정이었던 제56회 대종상 영화제 역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인해 잠정 연기됐다. 사실상 '일시 정지' 상태나 다름없다.


실제로 올해 1월 영화 관객 수가 8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총관객 수는 1684만 994명으로 지난 2012년(1662만 8650명)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개봉 영화들의 상황은 최악이다. 설 연휴 극장가를 장악하며 승승장구하던 '남산의 부장들'은 누적관객수 400만 명을 넘어선 이후 사실상 제자리 걸음이다. 손익분기점(500만 명)이 코앞이지만, 달성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랫동안 준비했던 콘텐츠들이 외면받게 되면서 업계 관계자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설연휴 극장가를 장악하며 기세를 올리던 '남산의 부장들'은 코로나 직격탄을 맞으며 손익분기점 마저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 뉴시스 설연휴 극장가를 장악하며 기세를 올리던 '남산의 부장들'은 코로나 직격탄을 맞으며 손익분기점 마저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 뉴시스

극장 측의 타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의 동선에 영화관이 포함된 사실이 알려진 CGV 성신여대점, CGV 부천역점 등은 한때 임시 휴업을 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관객들의 공포심은 극에 달했다. 일부 영화관은 소독을 마치고 영업을 재개했지만 관객들의 발길은 뚝 끊겼다. 영화는 보통 2시간이 넘는 긴 시간 밀폐된 공간에서 상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막연한 공포심으로 활동이 위축될 필요는 없다고 강조하지만, 매출 감소로 인한 고통이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여러 작품이 개봉 연기가 결정됐거나 논의 중인 상황인 만큼, 사태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영화계가 받는 타격은 심각해진다.


기대작들의 개봉이 밀리면서 3월 이후 개봉 예정이던 작품들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저예산 영화들은 개봉관을 잡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의 위기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땅한 대책을 찾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극장들은 개인 감염 예방을 위해 곳곳에 손 세정제와 체온계를 비치하고 보건소 방역과 함께 자체 방역도 추가로 실시하고 있지만 관객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엔 아직 역부족이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이 잦아든 이후, 멀리 보고 대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영화계와 정부 당국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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