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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연임 드라이브…금감원 중징계 '정면돌파'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0.02.06 16:36 수정 2020.02.06 17:01

이사회 긴급 모임 갖고 입장 정리…손 회장 체제 유지키로

최종 징계 미루기 위한 소송 가능성…금융당국과 '대립각'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손태승 회장 체제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이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손실 사태의 책임을 물어 손 회장에게 연임을 막는 중징계를 내렸지만, 최종 결론이 나기 전까진 손 회장에게 힘을 싣겠다는 메시지다. 금융당국의 제동에 맞서 손 회장의 연임 시도를 이어감과 동시에 소송에 들어가도 승산이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당분간 금감원과 우리금융 사이의 불편한 관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6일 우리금융에 이사회 멤버들은 서울 명동 본사에서 긴급회의 성격의 간담회를 열고 손 회장의 거취를 논의했다. 그 결과 금융당국의 최종 제재가 나올 때까지 손 회장 체제를 지속하기로 했다. 당초 우리금융 이사회는 오는 7일 정기 이사회에서 이 같은 입장 표명을 하려고 했으나 일정을 하루 앞당겼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그룹 지배구조에 대해 기존에 결정된 절차와 일정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는데 의견을 모았다"며 "아직 제재와 관련된 금융위원회의 절차가 남아 있고, 개인에 대한 제재가 공식 통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견을 내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전했다.


이는 금감원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손 회장의 연임 도전을 지지하겠다는 행보로 해석된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말 열린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손 회장을 임기 3년의 차기 최고경영자 후보로 단독 추천해둔 상태였다. 이에 따라 손 회장은 다음 달 열리는 주주총회를 통해 공식 회장으로 취임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최근 손 회장이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맞게 되면서 연임은 위기에 빠졌다. 금감원은 지난 달 30일 제재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DLF 상품 판매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 회장을 상대로 내부통제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의결했다. 금융사 임원이 문책경고를 받으면 원칙적으로 연임이 불가능해진다. 금감원이 손 회장의 임기 연장에 브레이크를 건 셈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손 회장의 연임이 물거품이 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 이상을 받은 금융사 최고경영진이 업무를 이어간 사례가 없어서다.


그럼에도 우리금융이 손 회장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서기로 한 데에는 법률적 계산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즉, 법적 공방으로 들어갈 경우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최근 우리금융은 금융당국의 제재에 대해 내부적으로 법적 검토를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려면 금융위의 최종 징계 확정 시점을 오는 3월 24일로 예정된 우리금융 주총 이후로 미뤄야 한다. 이를 위한 유일한 카드는 사실상 소송뿐이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은 금융위로부터 최종 징계안을 전달받는 즉시 곧바로 법원에 행정처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고 행정소송을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권에서는 소송만을 놓고 보면 손 회장 측이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DLF 사태로 금융사 경영진을 제재하겠다는 금감원의 법적 해석에 설득력이 미약하다는 해석이다. 금감원은 손 회장에 대한 중징계 근거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의 제24조 '금융회사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와 관련 시행령 제19조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규정을 들었다.


그런데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제24조에 대한 개정에 나선 금융위는 그 취지로 '대표이사, 대표 집행임원에게 내부통제 기준, 위험관리 기준의 준수 여부를 점검하도록 하고, 관리의무를 소홀히 해 다수의 금융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등의 경우 금융위가 해당 임원들을 제재할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결국 현재 해당 조항으로는 금융사 임원을 제재할 근거가 없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 같은 논리 다툼과 별개로 소송이 현실화할 경우 우리금융의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금융사에 대한 감독 권한을 쥔 금융당국과 사실상 맞서 싸우는 형국이 되는 탓이다.


당장 DLF에 이어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사태에서도 우리금융은 금융당국의 예의주시 대상으로 올라 있는 실정이다. 수익률 조작과 폰지 사기 등이 뒤엉킨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중 3분의 1 가량을 시중은행이 팔았는데, 우리은행 판매 잔액이 가장 많은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라임 사태는 우리은행을 포함한 16개 금융사가 공동 대응하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이 진행하고 있는 실사 결과가 나와야 구체적인 피해 규모를 확정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제 관심은 우선 최종 징계의 칼을 쥐고 있는 금융위의 반응에 쏠린다. 다만, 이와 관계없이 우리금융이 소송 모드에 돌입하기로 하면서 금융위가 어떤 방침을 내놓더라도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하는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금감원 중징계에 따른 손 회장의 연임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자 "임원 선임은 금융사의 주주·이사회가 결정할 사항"이라며 "여러 제반 사정을 감안해 회사와 주주가치 제고에 가장 부합하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낸 바 있다.


그보다는 지체되던 우리은행장 인선이 어떻게 흘러갈지에 시선이 쏠리는 분위기다. 우리금융은 지난 달 말 차기 우리은행장을 정할 계획이었지만, 손 회장이 중징계를 통보받으면서 이를 무기한 연기해둔 상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일정을 정하지는 못했다"면서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우리은행장 인사를)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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