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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강타한 '신종 코로나' 악재…車·항공 이어 반도체·배터리까지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이홍석 기자, 조인영 기자, 김희정 기자, 이도영 기자
입력 2020.02.04 10:40 수정 2020.02.06 09:31

中 현지 공장 가동중단 잇달아…부품·소재 공급난으로 국내공장도 영향

업계 “신종 코로나 사태 장기화될수록 피해 규모·범위 확산 우려”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후폭풍이 전 산업계로 번지고 있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대한항공 여객기,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LG디스플레이 광저우 OLED공장, 현대차 울산공장. ⓒ각사.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후폭풍이 전 산업계로 번지고 있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대한항공 여객기,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LG디스플레이 광저우 OLED공장, 현대차 울산공장. ⓒ각사.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후폭풍이 전 산업계로 번지고 있다. 여행객 이동 제한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항공업계에 이어 자동차,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제조업체들도 중국 정부의 연휴 연장 조치가 거듭되면서 현지 공장 가동 중단은 물론, 글로벌 부품·소재 공급망에도 차질이 생겨 국내 공장 가동까지 비상이 걸렸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항공업계는 중국 노선 중심이었던 운항 중단 및 감편을 홍콩·마카오 등 중화권 노선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항공사들은 신종 코로나 확산 추이와 정부의 여행 경보 등을 감안해 추가 축소를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올해 실적은 시작부터 큰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항공업계, 중국 노선 이어 중화권 노선까지 운항 중단 확산


대한항공은 오는 7일부터 22일까지 중국 본토 노선 31개 가운데 9개 노선 68편을 추가 감편키로 했다. 앞서 인천~우한 직항노선 운항을 내달 27일까지 중단한데 이어 지난 2일부터 중국 노선들에 대한 운항 중단과 감편을 단행해 왔는데 추가로 이뤄진 것이다.


이로써 대한항공이 운영하는 중화권 노선 총 34개 중 홍콩과 타이베이를 제외한 중국 본토 노선 31개 중 22개 노선이 운항 중단(10개) 또는 감편(12개)에 들어가게 됐다.


아시아나항공도 현재 인천~구이린 등 4개 노선을 중단했고 인천~베이징 등 8개 노선을 축소하는 등 중단과 감편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들도 마찬가지다. 이스타항공은 중국 본토 노선뿐만 아니라 홍콩·마카오 등 중화권 노선으로 운항 중단 조치를 확대하고 있다. 본토 노선 7개에 중화권 노선 3개를 더해 현재 11개 운항 노선 중 제주~홍콩 노선을 제외한 10개 노선에 대해 운항 중단 조치가 이뤄졌다.


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도 인천~옌타이 등 4개 본토 노선과 함께 하이난(싼야·하이커우) 3개 노선 등 총 7개 노선을 중단 조치한 상태다. 에어부산은 총 9개 운항 노선 중 인천~선전 등 7개 노선을 중단하고 부산~옌지 노선은 감편에 들어갔고 부산~칭다오도 조정을 검토 중이다.


티웨이항공도 인천~선양 등 5개 노선을 운항 중단한데 이어 인천~칭다오도 운항 중단을 검토 중이다. 중국 노선이 2개뿐인 에어서울(인천~장자제·린이)과 진에어(제주~시안·상하이) 등은 이미 운항을 중단해 중국행 비행기가 아예 뜨지 않는 상황이다.


◆자동차, 부품 공급 차질로 현대차, 기아차, 쌍용차 등 가동중단


제조업계에서는 자동차 업체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중국 정부 지침에 따라 춘제(春節, 음력 설)부터 이뤄진 현지 공장 가동 중단을 오는 9일까지 연장키로 한 데 이어 국내 공장도 부품 재고 상황에 따라 순차적으로 가동을 멈출 예정이다.


제네시스 등을 생산하는 현대차 울산 5공장 일부 라인은 이날 오전 작업조부터 생산을 멈췄으며, 부품 재고가 바닥나는 대로 다른 공장들도 순차적으로 가동을 멈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지난 3일 노동조합과 긴급 협의를 갖고 부품 공급 차질에 따른 휴업에 대해 논의했다. 노조는 생산중단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공감했으나 휴업 시기와 기간, 휴업기간 중 임금지급 문제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이날 오전 10시 운영위 간담회를 열고 휴업 수용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노조가 회사 제안을 받아들이면 울산 1공장, 4공장, 아산공장 등도 순차적으로 휴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공급 차질이 가장 심각한 부품은 자동차의 신경에 해당하는 와이어링하니스다. 주요 공급업체는 레오니와이어링시스템즈코리아, 유라코퍼레이션, 경신 등으로, 이들 기업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중국에 상당수 생산 기지를 두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 지침에 따라 이들 기업의 중국 현지 공장이 9일까지 휴업에 들어가며 국내로의 부품 공급이 끊긴 것이다.


현대차와 대부분의 부품을 공유하는 기아차도 이미 화성공장과 광주공장에서 차량 생산 감축을 실시하는 등 생산 속도 조절에 들어갔고, 조만간 가동 중단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쌍용차는 이미 와이어링하니스 재고가 바닥나 이날부터 12일가지 1주일간 평택공장 가동을 멈추기로 한 상태다.


◆LG디스플레이 중국 일부 공장 가동중단…반도체는 최소 인력으로 가동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는 현지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 수율(정상제품비율)과 설비 등을 조정하는 데 비용이 크게 발생하기 때문에 현재 생산을 계속하고 있지만 사태 장기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가장 강도 높은 대응에 들어갔다. 옌타이 액정표시장치(LCD) 모듈 공장은 지방정부 권고에 따라 춘절연휴를 연장해 현재 가동하고 있지 않다. 난징 공장도 지난 주말부터 9일까지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LG디스플레이는 패널을 생산하는 광저우 공장의 경우 멈췄다가 재가동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점을 감안해 가동을 유지하고 있다. 광저우 공장은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핵심 생산기지로 준비에 문제가 없어 이달 중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쑤저우·톈진·동관에 공장이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공장도 가동 중이다. 다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과 춘절 연휴 등의 영향으로 가동률을 조정 중이다.


반도체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삼성전자 시안과 쑤저우에 위치한 반도체 생산라인은 춘절 연휴에도 최소 인력으로 가동해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시안 2공장 증설에 차질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삼성전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의 우시 공장도 최소 인력으로 가동 중이며,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중국 내 원재료 생산기지를 둔 배터리 업체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소재‧부품 등 서플라인 체인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중국 장쑤성 정부 지침에 따라 창저우 배터리 조립공장의 가동을 오는 9일까지 중단한다. 장쑤성 관내에 있는 옌청 배터리 공장 건설도 춘제 연휴부터 중단된 상태다. LG화학도 난징 배터리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해운·철강, 신종 코로나 사태 장기화시 시황악화 우려


해운, 조선, 철강 등 거시경제지표와 시황이 연동되는 업종은 신종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해운업계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춘절 연휴가 길어지면서 수요 감소로 시황 회복이 더뎌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중국 산업 활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원자재 수요 감소, 제품 생산 차질, 해운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연휴가 최대 9일까지 연장되면서 철강, 석탄, 원유 정제 등을 담당하는 주요 도시들의 휴무일도 늘어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먼저 철광석 등을 실어나르는 건화물선(벌크선)의 경우 철광석 가격이 약세인데다 공장 휴무로 산업활동 재개 일정도 늦어지면서 운임이 떨어지고 있다. 유조선도 원유 수요 감소에 여행객 역시 줄어들면서 항공유, 자동차용 연료유 수요가 동반 감소하며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컨테이너선 역시 중국발 수출이 타격을 입으면서 글로벌 선사들이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임시결항이 보다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조선사들은 아직까지는 피해가 크지 않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산동성 옌타이시에 불록공장인 '대우조선해양산동유한공사'를 두고 있다. 연간 블록생산 능력은 30만t이며 아직까지 신종 코로나로 인한 피해는 크지 않다. 다만 상황이 악화될 경우 주재원을 철수시킬 예정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중공업도 저장성 닝보와 산동성 웨이하이에 블록공장인 '영파법인', '영성법인'을 각각 두고 있다. 중국 정부 지침에 따라 2곳 사업장도 9일까지 가동을 중단한다. 연간 생산능력은 각각 20만t, 50만t이다. 아직까지 휴무일 연장에 따른 피해는 없으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철강 제품 수요 감소를 주시하고 있다. 다만 단기적인 여파는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큰 위험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포스코는 지난 31일 2019년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중국이 휴무를 2월 9일까지 연기한 상황이라 단기적으로는 수요 위축이 예상된다”며 “시장 안정화나 수요 회복을 위해 중국 정부도 경기부양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여, 휴무 이후 자동차 등 생산계획이 수립되면 중기적으로는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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