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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우한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공포에 '유령도시'가 따로 없는 명동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입력 2020.02.03 06:00 수정 2020.02.03 09:29

중국인·일본인 관광객 발길 끊겨 '휑'...파리 날리는 화장품 로드숍

박스 채 마스크 사재기… 손소독제도 '품절 대란'

31일 오전 서울 명동에서 한 중국인 관광객 가족이 마스크를 박스 채 구매해 들고 지나가는 모습. ⓒ데일리안 31일 오전 서울 명동에서 한 중국인 관광객 가족이 마스크를 박스 채 구매해 들고 지나가는 모습. ⓒ데일리안

서울 명동 거리가 텅 비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진원지로 지목 된 이후 유령도시가 돼 버렸다는 중국 우한 시내 풍경이 이런 모습일까.


지난 31일 오전 찾은 명동 거리는 평소 금요일이면 하루 종일 북적대던 것과 달리 한산하기 이를 데 없었다.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과 몇몇 중국인 관광객들만 드문 드문 보였다. 관굉객들은 여행용 캐리어에 밀어넣은 것도 모자라 한 손에는 마스크 수십개를 우겨 넣은 봉지까지 들고 거리를 분주히 걸었다. 일행에게 쇼핑한 마스크 보따리를 맡겨 두고 마스크를 더 구매하기 위해 다시 매장으로 돌아가는 관광객도 있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진 헬스앤뷰티(H&B)스토어 올리브영 명동점 역시 평소보다 다소 한산해 보였다. 립스틱과 쿠션, 아이브로우 등을 발라보고 체험할 수 있는 코너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만지거나 스치면 바이러스라도 옮는 듯 매장 내 사람들은 손이나 어깨가 부딪히는 것도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올리브영 매장 직원은 "손소독제는 물량이 부족해 구하기가 너무 어려운데, 어제 들어온 300장은 몇 시간 만에 모두 품절됐다"면서 "오늘은 구매할 수 있는 손소독제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화장품이 어디 있냐는 질문보다 손소독제랑 마스크는 어디 있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올리브영 명동점에서 마스크를 대량으로 구매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들. ⓒ데일리안 올리브영 명동점에서 마스크를 대량으로 구매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들. ⓒ데일리안

명동의 또 다른 올리브영 매장 관계자도 "마스크를 박스 채 사가는 중국인 고객들이 많아서 물류가 들어오기 바쁘게 새로 주문하고 있다"며 "1인당 구매 갯수 제한이 없다 보니 몇 박스씩 대리 구매해 가는 보따리상도 많다"고 했다.


글로벌 뷰티공룡 '세포라'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 체면을 구겼다. 세포라 명동점은 한 달 전 오픈 때와 달리 사람 구경을 하기가 어려웠다.


지난 달 야심차게 문을 연 세포라 명동점에 손님이 끊긴 모습. ⓒ데일리안 지난 달 야심차게 문을 연 세포라 명동점에 손님이 끊긴 모습. ⓒ데일리안

세포라 매장을 찾은 김모(23·여)씨는 "중국인들이 많이 방문하는 명동이라서 화장품을 테스트하기도 립스틱을 발라보는 것도 조금 두렵다"면서 "앞으로는 온라인으로 구매할까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세포라의 경쟁 편집숍 브랜드 '시코르' 매장도 코로나 바이러스 영향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달 문을 연 시코르 명동점은 금싸라기 위치로 꼽히는 입지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의 발길이 뜸했다.


세포라나 시코르는 화장품 전문 편집숍이기 때문에 마스크나 손소독제를 팔지 않는다. 이 때문인지 매장 내에 중국어가 들리지 않았고, 손님 자체가 적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긴 명동 로드숍 거리. ⓒ데일리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긴 명동 로드숍 거리. ⓒ데일리안

"가뜩이나 어려운데"… 토니모리·더페이스샵 등 화장품 로드숍 '휑'


올리브영이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사려는 사람들로 가득찬 반면 화장품 로드숍은 '텅텅' 비었다. 장사가 잘 되지 않는 일부 로드숍은 마스크를 팔고 있다고 써붙이거나 바깥에 마스크를 전시해놓고 손님을 유도하고 있었다.


LG생활건강의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 '더페이스샵' 명동점, 아모레퍼시픽의 '에뛰드하우스', '토니모리', '네이처리퍼블릭' 등 로드숍 매장은 적막하리만큼 손님이 뚝 끊긴 모습이었다.


한 화장품 로드숍 매장에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데일리안 한 화장품 로드숍 매장에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데일리안

한 로드숍 매장 직원은 "명동이다보니 아무래도 중국인 손님들이 많은데, 화장품 특성상 바르고 만지고 한 테스트 제품들을 정리할 때면 혹시 나도 감염되지 않을까 두렵다"면서 "장사는 그 전에도 잘 안됐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다 싶게 안 된다"고 토로했다.


명동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남대문시장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 한산했다. 삼삼오오 모인 상인들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걱정을 털어놓고 있었다. 이날 만난 한 노점 주인은 "사드 때도 이렇게까지 중국인 관광객이 없진 않았는데 요즘 특히 심하다"며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보다 장사가 안 되는 게 더 겁난다"고 털어놨다.


남대문시장이 한산한 가운데 손소독제와 마스크만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데일리안 남대문시장이 한산한 가운데 손소독제와 마스크만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데일리안

남대문시장에서 손님들이 가장 많았던 곳은 화장품을 판매하는 네이처리퍼블릭 매장이었는데 이곳에선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손소독제와 손세정제들을 내다팔고 있었다. 시민들과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마스크와 손소독제 앞에서 머물렀고, 마스카라나 스킨·로션 등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뷰티 업계에서는 국내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있는데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어들면서 화장품 매출이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부 헬스앤뷰티 스토어에서도 마스크와 손소독제만 날개 돋친듯 팔려나가고 화장품 판매는 주춤하는 모양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지난 설연휴를 포함한 최근 일주일간 마스크 판매량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배나 증가했다"면서 "손소독제와 마스크 판매량이 늘어나는 것에 비해 화장품 매출은 크게 향상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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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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