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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시장 규제] 대출 막아버린 정부…세입자도 집주인도 '멘붕'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입력 2020.01.24 06:00 수정 2020.01.23 22:04

매매·전세길 막히면서 세 부담 '준전세' 늘어

교각살우식 규제 우려에 위헌 소지 논란도…

ⓒ데일리안 ⓒ데일리안

부동산 규제 대책으로 고가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이 막히면서 1주택자를 비롯한 무주택자의 고민이 커져가고 있다. 여유자금이 넉넉한 다주택자들의 경우 규제와 상관없이 대출 유지 등이 가능한 반면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한 고민이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12·16 부동산 대책'에 따라 투기과열 지역서 15억원을 초과 아파트는 주택담보대출을 내주지 않고 있다. 9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선 9억원 초과분에 담보대출인정비율인 LTV를 기존 40%에서 20%로 축소하는 방안 등을 실시했다.


이달 20일부터는 후속조치로 9억원 이상 주택자를 대상으로 보증부 전세대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실행했다.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공사, 서울보증보험(SGI) 등에서 보증을 받아 대출을 받지 못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자녀 학교 문제로 지방에서 서울로 이주하거나 직장 문제 등으로 이사하는 문제가 아니면 원칙적으로 1주택자에겐 대출을 내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무주택자가 고가주택자가 된 즉시 관련 대출을 회수할 예정이다.


규제를 피할 방법은 여유자금으로 집을 구입하거나 기존 전세 대출의 만기 연장 시 대출 한도를 증액하지 않는 방법 뿐이다. 덕분에 집값이 높은 서울을 중심으로 전세 거래량은 줄고, 세 부담이 있는 준전세 수요가 느는 이상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일어난 전세 거래량은 7128건으로 11월(8454건) 대비 감소했다. 이 기간 준전세는 송파구 등을 중심으로 급증했다. 12월 준전세 거래 건수는 1528건으로 11월(1139건) 대비 늘었다. 2018년 11월 1902건에서 그해 12월 1873건으로 축소됐던 현실에 비하면 이레적인 수치다. 같은 기간 전세는 9515건에서 1만581건으로 늘어난 바 있다.


준전세란 임차인이 월세로 나온 매물의 세 부담을 조금이나마 적게 하고자 보증금을 높이는 대신 월세를 축소시키는 거래를 말한다. 보증금이 월세의 240%를 초과하면 준전세로 분류된다.


준전세 시장은 정부의 12. 16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 늘어난 상황이다. 주로 학군이 형성돼 있는 송파구 등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송파구의 준전세 계약은 543건으로 11월 149건 대비 큰 폭으로 늘어난 상황인데 정부 대출 규제와 맞물려 더욱 수요가 확대된 것으로 전해졌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출 한도도 조정된데다 전세대출까지 막아 놓으면서 반전세 수요가 늘어난 추세"라며 "자녀 학교 입학 시기 등을 앞두고 이사를 고민하는 맹모들로선 대출에 대한 고민이 커져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인근에서 근무 중인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집주인은 사실상 문제가 없지만 대출 한도 등에 제약이 따르면서 들어오는 사람의 고민이 더 커져가는 상황"이라며 "매수세는 끊겼지만, 현금이 있는 다주택자들의 경우 오히려 이번 기회를 삼아 급매 처분되는 주택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출 규제에 대해 '갭투자'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교각살우(矯角殺牛)'식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대책은 1가구 2주택, 무주택자가 전세를 안고 집을 사는 것까지 막아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고가주택과 그 이하 가격의 주택에 대한 양분화만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헌적 발상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정부가 투기 과열지역서 15억을 초과하는 아파트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한 것에 대해 헌법에 위배되는 지를 두고 사전 심사 심리에 착수했다.


지난해 12월 정희찬 안국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관련 규제가 헌법서 규정하는 재산권과 국민의 행복추구권, 평등권, 개인과 기업이 경제상 자유와 창의권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12·16대책에 포함된 금융부문 대응조치들은 시중자금의 부동산 부문으로의 지나친 쏠림현상을 개선하려는 거시건전성 관리조치의 일환이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어 "금융감독 관련법령이 위임한 범위 내의 조치로 판단하고 있고, 향후 진행되는 헌법소원심판 심리 과정에서 동 조치의 합헌성에 대하여 적극 의견을 개진해 나갈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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