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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시장 규제] 갑을 프레임에 속 타는 가맹본부, 마진 공개 이어 이익공유제까지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0.01.22 06:00 수정 2020.01.21 19:11

가맹본부는 ‘갑’, 가맹점은 ‘을’이라는 프레임 전환 필요

규제 보다는 자율적 상생이 효과…적합업종 사례 벤치마킹해야

제43회 프랜차이즈서울에서 창업 상담을 받고 있는 예비 창업자들.ⓒ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제43회 프랜차이즈서울에서 창업 상담을 받고 있는 예비 창업자들.ⓒ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20대 국회 들어 75건 발의돼 56건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법률안.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얘기다. 20대 국회 들어 단일 법률안 중 가장 많은 법안이 발의된 법률안이기도 하다.


그동안 일부 가맹본부의 갑질 사건이 사회적인 문제로 확산되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발의된 대부분 개정안이 가맹사업자 보호에 치중돼 있다 보니 가맹본부 입장에서는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프랜차이즈산업은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함께 발전해야 성장할 수 있는 구조이지만 규제 당국이 가맹본부를 ‘갑’, 가맹점을 ‘을’ 이라는 프레임으로 규정하고 가맹본부에 대한 규제만 강화하면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프랜차이즈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차액가맹금 공개 문제였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가맹사업법 개정안 시행령은 가맹본부가 등록하는 정보공개서에 필수품목 마진 정보(차액가맹금) 등을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업계는 원가와 마진 정보 공개는 기업 영업 비밀에 해당한다며 헌법소원과 함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지만 헌법재판소의 가처분 결정이 계속 미뤄지면서 결국은 차액가맹금 공개가 추진됐다.


최종 결정까지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헌법소원을 대신해 시간을 벌기 위해 가처분 신청을 함께 냈지만 결국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셈이다.


규제 당국은 차액가맹금의 경우 예비 창업자들이 가맹본부에 요청할 경우에 한해 공개한다는 방침이지만, 창업을 가장해 경쟁사가 요청할 경우 거부할 명분이 없어 사실상 기업비밀이 노출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필수품목이 단순한 일부 브랜드의 경우 차액가맹금을 바탕으로 해당 기업의 수익구조를 파악할 수 있어 기업 운영에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는 차액가맹금 문제가 가라앉기도 전에 초과이익공유제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이익공유제의 경우 예전에 한 차례 언급됐다가 반시장적인 제도라는 이유로 외면 받았지만 최근 남양유업이 사실상 협력이익공유제의 내용을 담은 대리점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도마에 올랐다.


지난 2017년 5월 강창일 의원이 발의한 ‘가맹사업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는 가맹본부의 이익 중 가맹본부가 설정한 목표를 초과한 이익을 가맹점사업자와 공유하는 내용의 초과이익공유제를 가맹사업 분야에 도입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차액가맹금 공개로 마진 구조가 공개된 상황에서 이익 일부를 가맹점과 나눠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프랜차이즈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가맹본부의 브랜드와 노하우를 가맹사업자가 활용해 수익을 내는 구조인 만큼 가맹본부의 연구개발 활동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익을 공유할 경우 당장은 가맹점 이익이 늘겠지만 신메뉴 개발이나 마케팅 등에 대한 투자가 줄어 결국에는 브랜드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또 일각에서는 가맹본부의 목표치를 초과한 이익에 대해 공유하는 것인 만큼 가맹본부가 목표치를 높게 설정할 경우 법안의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프랜차이즈업계 한 관계자는 “공유하는 이익을 줄이기 위해 가맹본부 의도적으로 목표치를 높게 정할 경우 오히려 가맹점과의 신뢰가 깨질 것”이라며 “이익을 공유하거나 하지 않거나 양쪽 모두 브랜드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초과이익공유제 같은 강제성이 더해진 제도보다는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 자율협약 형태의 상생안을 마련하는 편이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최근 자율협약을 통한 상생안이 늘고 있는 것은 적합업종 분야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한층 강화된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가 도입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협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율협약이라는 제도적 한계로 인해 강제성을 띤 법안, 제도 보다는 효과가 낮을 것이란 일각의 우려도 있지만 적합업종 제도를 바탕으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양쪽이 협의를 통해 내용을 정하는 만큼 도입에 따른 부담이 적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정부가 강제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것보다 상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공정거래위원회나 동반성장위원회 등 정부 기관의 부담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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