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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운명 짊어진 신동빈 “과거의 롯데는 버려라”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0.01.20 06:00 수정 2020.01.19 23:29

“기존의 성공 스토리 모두 버려라”…스스로 판을 바꾸는 게임체인저 주문

호텔롯데 상장, 온라인 강화 등 목표 달성 위한 조직개편 단행

신동빈 롯데 회장ⓒ롯데지주 신동빈 롯데 회장ⓒ롯데지주

“과거의 롯데는 모두 버려라! 지속성장 아닌 생존을 위해 게임 체인저가 되자.”


지난 15일 올 상반기 LOTTE VCM(Value Creation Meeting/사장단 회의)’에서 신동빈 회장이 강조한 내용이다.


지난 19일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별세로 신동빈 회장은 재계 5위 롯데의 운명을 오롯이 짊어지게 됐다. 신 명예회장에 이어 창업 2세대 시대를 열게 된 신 회장은 올해 사장단 회의에서 “스스로 새로운 시장의 판을 짜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되자”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의 성공 방식에 매달리거나 현재의 상태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며 “모든 직원들이 ‘변화를 반드시 이뤄내겠다’,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열정과 끈기로 도전해 나가는 위닝 컬처(Winning Culture)가 조직 내에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는 지난 2016년 사드 후폭풍으로 중국 사업이 부진을 겪은 데다 지난해 7월부터 확산된 일본 불매운동 여파까지 겹치면서 그룹의 주력 사업인 유통 부문의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그 사이 신 회장이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구속 되면서 총수 부재 사태도 겪어야 했다. 기업으로서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에 모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다 지난해 대법원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으면서 총수 부재 리스크를 해소했고, 지주사 전환 작업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국면 턴어라운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연말 단행한 임원인사에서는 22개 계열사 대표가 교체됐고, 발탁 인사를 통해 젊은 경영진도 전면으로 내세웠다.


상반기 VCM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는 감지됐다. 신 회장은 이날 “오늘은 듣기 좋은 이야기를 드리지는 못할 것 같다”며 최근 롯데의 경영성과에 대한 뼈아픈 성찰과 함께 변화에 대한 의지를 촉구했다.


그룹의 양대 축이라 할 수 있는 유통 부문과 화학부문의 실적이 부진할 뿐 아니라 기타 다른 부문의 성장도 둔화됨에 따른 우려를 표명한 셈이다.


그는 “현재와 같은 변화의 시대에 과거의 성공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기존의 성공 스토리와 위기 극복 사례, 관성적인 업무 등은 모두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의 경제상황은 과거 우리가 극복했던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완전히 다르다”며 “저성장이 뉴 노멀이 된 지금,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지속 성장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친인 신격호 명예회장 등 재계 창업 1세대들이 겪었던 위기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안팎의 경영상황에 대한 위기감이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 회장은 올해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원롯데 달성과 더불어 또한 그룹 계열사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올 상반기에는 백화점, 마트 등 주요 유통 계열사 온라인몰을 통합한 '롯데온'을 선보이고 2023년까지 이커머스 취급 규모를 현재 3배 규모인 20조원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호텔롯데 상장은 신 회장의 원톱 체제 구축과 그룹 지배구조 강화를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다. 일본 롯데홀딩스 등 사실상 일본 주주들이 소유하고 있는 호텔롯데를 상장해, 롯데지주와 합병함으로써 일본 롯데와의 연결 고리를 끊고 1인 체제를 확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일본 불매운동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던 롯데로서는 일본 기업이라는 꼬리표도 함께 뗄 수 있는 셈이다.


지난달 연말 단행된 인사에서는 그룹 재무통인 이봉철 롯데지주 사장이 호텔&서비스 BU장으로, 그간 이커머스 사업을 진두지휘해 온 강희태 롯데백화점 대표가 신임 유통BU장으로 선임된 것도 호텔롯데 상장과 온라인 사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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