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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소대가리" 비난도 인내하던 靑…"오해를 피하자"에 발끈

이배운 기자 (karmilo18@naver.com)
입력 2020.01.17 20:00 수정 2020.01.17 22:05

해리스 "남북협력 사업 논의해야"…靑 "대통령 발언언급 대단히 부적절"

남북협력 의지에 "설레발 친다"는 北김계관…청와대 유감표명 無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협력 구상을 견제하는 발언을 내놓은 것에 대해 청와대는 하루만에 "대단히 부적절했다"고 맞받아쳤다.


"푼수 없는 자랑질",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 등 북측의 도넘은 비난들을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반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7일 기자들과 만나 "미국과는 항시 긴밀하게 공조하면서 협의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대사가 주재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언론에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앞서 해리스 대사는 지난 16일 기자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남북협력 사업 구상에 대해 "한미는 나중에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실무 그룹을 통해 남북협력 사업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한국이 개별 관광을 추진할 경우 미국의 대 한국 제재(세컨더리 보이콧)를 받을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되면서 정부여당의 거센 반발을 일으킨 상황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그러나 한편에서는 미국 보다 북한에 먼저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 순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은 지난 11일 담화에서 청와대를 겨냥해 "한집안 족속도 아닌 남조선", "끼어들었다가 본전도 못 챙기는 바보 신세", "주제넘은 설레발"이라며 대화 중재 노력을 깎아내린 바 있다.


또 북한 선전매체들은 최근 문 대통령의 남북 협력의지를 거론하며 "가소로운 넋두리", "푼수 없는 추태"라고 비난하고, 지난해에는 "사방에서 얻어맞는 동네북", "보기 드물게 뻔뻔스러운 사람",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다"며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처럼 북한의 잇따른 막말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공식 입장 없다", "선전매체 내용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며 일체 유감 표명 없이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상황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지금 북한은 통미봉남이라고 할 정도로 남한데 대한 불신을 얘기하고 있다"는 기자의 지적에도 "이제는 북미 대화만을 바라보지 않고, 남북 협력을 좀 증진시킬 필요가 있다"며 오히려 북한을 두둔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어설프게 중재자 역할에 나서다가 이제는 미국에게는 무시당하고 북한에게는 모욕을 사서 듣는 처지가 됐다"며 "북한에 무조건 선의로 대하면 선의로 되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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