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다주택자 편법 전세대출 금융권 확산일로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입력 2020.01.16 08:21 수정 2020.01.16 08:23

전북은행 이어 새마을금고도 다주택자에 전세대출

정부 부동산 규제 회피 수단 된 '무보증 신용대출'

서울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한 아파트 단지 전경ⓒ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서울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한 아파트 단지 전경ⓒ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여전히 규제를 피한 대출 영업이 금융권에 횡행하고 있다. 다주택자는 주택 구입을 비롯해 전세자금에 필요한 대출을 받을 수 없지만, 무보증 신용대출을 통해서라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6일 발표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이후 다주택자는 원칙적으로 주택 구입과 전세보증금 마련에 필요한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이 조치는 1금융권인 은행을 포함해 상호금융, 보험사 등 2금융권에도 적용된다.


하지만 일부 금융사에선 여전히 다주택자도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2채를 보유 중으로 투기 지역서 약 3억 원 상당의 아파트 전세 대출이 가능한지 상담했을 때 새마을금고를 거치면 전세금의 최대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정식 대출모집법인을 거친 뒤 지역 금고 등에 직접 문의해 확인한 결과다.


상담을 진행한 A지역 소재 금고 대부계(여신) 담당자는 “다주택자 여부와 관계없이 전세보증금의 최대 80%까지 한도가 나올 것"이라며 "우대금리 등을 포함하면 금리는 4.3% 수준으로 전세 계약서와 함께 은행에 채권을 양도하겠다는 약속만 집주인으로부터 받아달라"고 당부했다.


다주택자도 대출이 가능한 이유는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 등에서 보증서를 끊은 뒤 돈을 받는 일반 전세대출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증서 없이 순수 신용도 책정만으로 대출을 받는 식이다. 임차인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집주인에게 준 보증금에 대한 채권을 금융사가 먼저 행사하는 것을 조건으로 대출이 실행된다.


이 대출은 기존에도 취급돼 왔던 방식이지만 다주택자가 규제를 회피할 방법으로 이용돼 문제가 지적된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대책 취지를 벗어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최근 지방은행인 JB전북은행 또한 다주택자에게 이 같은 방식으로 대출을 내줬다가 금융당국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바 있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다주택자에 대해 무보증 신용대출로 전세자금 대출 시 규제 회피로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련 대출이 크게 늘어나지 않도록 모니터링 등의 관리·감독 방안에 나서겠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전 금융사에 대한 감독은 불가능해 여전히 현장에선 관련 대출로 규제를 피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규제를 피해 대출을 받을 수 있냐는 문의가 늘어나 일부 금융사를 중심으로 눈치보듯 관련 영업이 일어난 상황"이라며 "은행 입장에선 리스크가 높은 대출 상품인데 관련 수요가 많아져 일부 금융사가 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러한 대출은 금융권 부실의 숨은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어 우려가 나온다. 금융사들이 무보증 신용대출로 전세 보증금을 내줄 때 채권 양도 약속을 받는 것 또한 부실 위험을 줄이려는 의도다.


보증기관을 통한 보증서 대출 시 차주가 대출금을 돌려줄 능력이 없을 때 은행들은 보증기관을 통해 대위변제에 나선다. 반면 무보증 신용대출은 최대 100%까지도 손실이 가능해 회수가 어렵다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대출 금리 또한 보증서 담보 대비 높은 수준이다.


이번 대출을 포함해 최근 은행권은 가계대출이 막히자 신용대출 등에서 풍선효과가 일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은행권의 가계대출 가운데 신용대출 등이 포함된 기타대출은 전월 대비 1조6000억원 늘어난 233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증가폭(5000억원)과 비교하면 수요가 확대된 추세다. 정부의 주택 대출 규제로 담보대출이 어려워지자 주택 구매자들이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받아 주택 구매 자금에 보탠 영향이라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