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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인사 '시계제로'…경영전략 골든타임 속 '발목'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0.01.13 06:01 수정 2020.01.13 22:14

"낙하산 NO" 노조 반발에 윤종원 행장 열흘째 본점 출근 무산

조만간 임기 끝나는 경영진 공백 우려…새해 청사진 구상 표류

6일 오전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기업은행 노조가 윤종원 신임 IBK기업은행장 출근 저지 투쟁을 하고 있다. 한편 지난 3일 첫 출근에 나선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은 노조원들의 저지로 약 10분간 대치하다가 건물로 들어가지 못하고 돌아간바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6일 오전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기업은행 노조가 윤종원 신임 IBK기업은행장 출근 저지 투쟁을 하고 있다. 한편 지난 3일 첫 출근에 나선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은 노조원들의 저지로 약 10분간 대치하다가 건물로 들어가지 못하고 돌아간바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윤종원 신임 행장을 둘러싼 낙하산 논란이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IBK기업은행의 인사 시계도 사실상 멈춤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구체적인 한 해 청사진을 그려야하는 골든타임의 시점에 발목을 잡히면서 경영전략 수립에도 차질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핵심 경영진은 물론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임기가 줄줄이 끝나가지만, 노동조합의 반발로 윤 행장이 사무실에 발조차 들이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기업은행을 둘러싼 우려는 커져만 가고 있다.


13일 기업은행에 따르면 이번 달 3일 신임 기업은행장으로 공식 임명된 윤 행장은 열흘이 지난 지금도 서울 을지로 본점에 출근을 하지 못한 채 인근 은행연합회 건물 내 금융연구원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이는 윤 행장 선임 당일부터 계속되고 있는 노조의 출근 저지 때문이다. 이번 행장 인사를 앞두고 기업은행 노조는 ▲관료 배제 ▲절차 투명성 ▲기업은행 전문성 등 3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이런 원칙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물리적 행동에 나서겠다는 예고한 바 있다. 그럼에 청와대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낸 윤 행장 임명을 강행하자 본격 행동에 나선 것이다.


아울러 노조가 윤 행장을 넘어 정부와 여당을 상대로 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해법 찾기는 더욱 어려워지는 모습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대통령은 금융노조와 국민의 반대와 비판을 포용하지 않았고, 구태라던 낙하산 인사를 혁신하지 않았으며 밀실에서 회전문·보은 인사로 공정의 가치를 파괴했다"며 "총선 낙선, 정권 퇴진 운동까지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강경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이런 와중 기업은행의 주요 경영진의 임기 만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윤 행장과 노조의 대립이 계속될 경우 주요 임원 인사에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특히 윤 원장이 부재하는 와중 기업은행 내 2인자로서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전무이사의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은 염려스러운 대목이다.


기업은행에서 조만간 공식 임기가 끝나는 부행장급 이상 임원은 모두 5명이다. 수석부행장인 임상현 전무이사와 배용덕·김창호·오혁수 부행장의 임기는 이번 달 20일 만료된다. 최현숙 부행장의 임기도 다음 달 20일까지다.


주요 계열사 CEO들의 여건은 더욱 심각하다. 김영규 IBK투자증권 대표, 장주성 IBK연금보험 대표, 서형근 IBK시스템 대표, 시석중 IBK자산운용 대표 등은 이미 공식 임기가 종료됐지만 차기 인선이 이뤄지지 않아 임시로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처지다.


이 때문에 통상 1월 중순을 전후해 단행되던 기업은행 인사가 올해는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행장이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구성원들의 면면을 파악해야 할 시기에 발이 묶이다 보니, 당장 노조와의 갈등을 풀고 정상 출근에 나서더라도 예전보다 인사가 늦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만약 노조와의 관계 개선 없이 현 상태에서 인사를 강행한다면 더 큰 반발에 직면할 수도 있다.


더욱 걱정스러운 대목은 이로 인해 올 한해 경영 계획을 세우는 데에도 난항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한창 바쁘게 경영전략을 세워야하는 연초부터 수장이 암초에 부딪히면서 세부적인 플랜을 짜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새 행장과 함께 중심적으로 업무를 수행해야 할 임원진조차 꾸려지지 않은 현실에서 사업계획 구축이 제대로 이뤄질리 만무하다"며 "중소기업들을 위한 특수 은행으로서 기업은행이 혁신금융 시장에서 해 줘야 할 역할이 많은데 안타깝다"고 전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비록 임시 사무실이지만 윤 행장이 신임 CEO로서 해야 할 업무를 진행해 나가고 있고, 인사도 예전보다 늦어지지 않도록 최대한 준비 중"이라며 "언제든 노조와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인 만큼, 빨리 갈등 해소의 실마리를 찾긴 바란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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