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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이라크 파병' 반면교사…총선 앞둔 '지지층 이탈' 어떻게 막나

이충재 기자
입력 2020.01.07 06:00 수정 2020.01.07 05:17

호르무즈 파병 둘러싼 고민 깊어진 文정부 '정무적 판단' 주목

미국-이란 무력충돌에 따른 '참전'수준에 진보진영 우려 클 듯

호르무즈 파병 둘러싼 고민 깊어진 文정부 '정무적 판단' 주목
미국-이란 무력충돌에 따른 '참전'수준에 진보진영 우려 클 듯


문재인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로 고민에 빠졌다. 17년 전 노무현 대통령의 '기장 고통스러웠던 결정'이었던 이라크 파병 결정을 반면교사 삼으려는 문 대통령이다. (자료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로 고민에 빠졌다. 17년 전 노무현 대통령의 '기장 고통스러웠던 결정'이었던 이라크 파병 결정을 반면교사 삼으려는 문 대통령이다. (자료사진)ⓒ청와대

"우리가 파병하지 않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더 큰 국익을 위해 필요하면 파병할 수도 있다. 그것이 국가경영이다. 진보·개혁 진영이 집권을 위해선 그런 판단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문재인 대통령의 저서 <운명>중에서)

"이라크 파병은 정무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사안인데 상당기간 안보실에서만 논의가 됐고, 이후 비판여론이 생긴 다음에 정무쪽에서 논의에 참여하게 됐다. 보다 일찍 정무가 논의에 참여했으면 똑같은 결정을 하더라도 조금 더 여론을 설득해가면서 할 수 있었다."(2017년 5월 25일 수석보좌관회의)

문재인 대통령은 2003년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파병'을 반면교사로 삼고자 했다. 문 대통령은 <운명>에서 "임기 첫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장 고통스러워했던 결정이 이라크 파병이었다"고 했다. 운명처럼 문 대통령은 그때와 꼭 닮은 결단의 순간과 마주하게 됐다.

17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 대통령은 "청와대 내의 정무분야 참모들은 파병을 반대했다. 나도 반대였다"고 했다. 이라크 전쟁이 '정의롭지 못한 전쟁'이었고, 희생 장병이 생길 경우 비난여론을 감당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었다. 결국 파병에 따른 '명분'과 '여론'이 문제라고 봤던 것이다.

참전으로 비화될 수도...'신중 또 신중'

현재 문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로 고민에 빠졌다. 문 대통령의 판단은 과거 민정수석시절처럼 정무적일 수만은 없다. 한미동맹과 이란과의 외교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접근해야 한다. 정부와 청와대는 "파병과 관련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며 어느때 보다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당초 정부는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에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내부적으로 파병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이 이란 군부 실세 솔레이마니를 제거하고, 이에 이란이 '피의 보복'을 선언하면서 돌발변수가 생겼다. 자칫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상황에 따라 파병이 예상치 못한 참전(參戰)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6일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 등을 논의했다. 청와대 공식 브리핑에는 '파병'이라는 단어가 거론되진 않았지만, "역내 우리 국민과 기업의 보호, 선박의 안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면밀히 점검하고 동 지역 정세 안정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는 방안도 검토 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파병 문제를 둘러싼 결정은 저서 <운명>의 "더 큰 국익을 위해 필요하면 파병할 수도 있다"는 말미에서 짐작해 볼 수 있다.(자료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의 파병 문제를 둘러싼 결정은 저서 <운명>의 "더 큰 국익을 위해 필요하면 파병할 수도 있다"는 말미에서 짐작해 볼 수 있다.(자료사진) ⓒ청와대

文정부 내세운 파병 '명분'은 무엇일까

현재 문재인 정부에게 필요한 건 '명분'이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물론 향후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한미공조를 고려하면 이미 꺼내놓은 파병카드를 다시 뒤집긴 어려운 상황이다.

그동안 정부는 아덴만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청해부대의 작전구역을 호르무즈해협으로 확대하는 방식의 파병을 추진하는 계획을 검토해왔다. 상대적으로 진보진영의 반발을 줄일 수 있는 방식이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6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우리의 필요에 의해 파병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파견 지역에 관해서는 유사시에 우리 국민의 권익보호 활동을 위해 청해부대에 지시되는 해역도 포함된다고 국회로부터 동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호르무즈 해협은 우리 원유 수입(선박)이 70% 이상이 통과하고 있는 곳"이라고도 했다.

청와대의 설명을 종합하면, 국내로 들어오는 원유의 70%가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우리 선박에 대한 '안전 조치'로 이곳을 지켜야 할 명분을 내세울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금과옥조로 여기는 비핵화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문 대통령의 파병 문제를 둘러싼 결정은 <운명>의 "더 큰 국익을 위해 필요하면 파병할 수도 있다"는 말미에서 짐작해 볼 수 있다. 이어진 문 대통령의 설명은 이렇다.

"파병을 계기로 북핵문제는 (노무현) 대통령이 바라던 대로 갔다. 미국의 협조를 얻어 6자회담이라는 다자외교 틀을 만들어 냈다. 6자회담을 통해 북핵문제를 대화를 통한 외교적 방법으로 풀어 갈 수 있었다. 한때 북폭까지 주장했던 네오콘의 강경론을 누그러뜨리면서 위기관리를 해 나갈 수도 있었다."

진보진영 반발 '여론'은 어떻게 잠재울까

당장 청와대 외교‧안보라인만큼 정무라인은 바빠질 수밖에 없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라크 파병 결정으로 지지층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던 상황을 누구보다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이 파병을 결정할 경우, 핵심 지지층인 진보진영의 격렬한 반대가 불 보듯 뻔하다. 총선을 앞둔 정부여당의 최대 리스크다.

그동안 여권으로 분류되던 정의당이 가장 강력한 반정부 투쟁을 벌이는 야성(野性)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파병 추진에 든든한 '우군'이 될 수 있다. 전통적으로 보수정당은 여야를 떠나 파병을 반대한 사례가 없었다.

실제 2003년 4월 통과된 이라크 파병 동의안도 당시 제1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의 동의를 등에 업고 국회 문턱을 넘었다. 찬성 179표 가운데 당시 여당인 민주당은 49명만 동의한 반면, 한나라당은 무려 118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반대표를 찍은 의원들의 면면을 보면 문재인 정부에서 요직에 있거나 중책을 맡았던 인물이라는 점이 아이러니다. 이해찬 대표, 설훈 최고위원, 송영길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반대표를 던졌고,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자 문재인 정부 초대 행정안전부장관을 지낸 김부겸 의원도 반대표를 행사했다.

이 때문에 지지층을 움직이는 여권 인사들이 어떤 의견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열렬한 파병 반대파였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003년 당시 "반전평화의 길을 밝히는 거대한 횃불을 만들자"며 파병 반대운동에 나섰다. 하지만 3년 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원칙적 입장이 있지만, '국익을 고려해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해야 하는구나'라는 것을 알아가게 됐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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