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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왝더독' 쌍용차, 복직자 46명이 흔드는 건?

박영국 기자
입력 2019.12.31 12:22 수정 2019.12.31 13:40

70% 임금 주겠다는데…5000명 일자리 뒤흔드는 행위 중단해야

70% 임금 주겠다는데…5000명 일자리 뒤흔드는 행위 중단해야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이 30일 오후 중구 대한문 앞에서 쌍용차 복직 유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이 30일 오후 중구 대한문 앞에서 쌍용차 복직 유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9년 이른바 ‘쌍용차 사태’로 2646명의 근로자들이 회사를 떠났다. 회사의 구조조정에 반발한 ‘옥쇄파업’ 끝에 일부는 무급휴직, 일부는 희망퇴직으로 구조조정 대상이 됐고, 마지막까지 희망퇴직을 거부하고 농성을 이어간 100여명은 해고됐다.

이후 10년간 이어진 그들의 고단한 삶은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당시 파업 진압작전이 과잉진압이었다는 경찰 진상조사위의 조사결과도 나왔다.

하지만 그때 2646명을 내보내지 않았다면 지금도 평택공장에서 자동차가 만들어지고 있을지, 5000여명 근로자들의 안정적인 일터가 유지되고 있을지 생각해 볼 일이다.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시간이 흘러 쌍용차의 경영이 정상화되고 판매량도 늘어 추가 인력 수요가 생기면서 무급휴직자와 희망퇴직자 순으로 복직이 이뤄졌다.

지난해에는 노노사정(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쌍용차 노조, 쌍용차 사측,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합의를 통해 정리해고 근로자들까지 순차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해고자 중 지난해 말 71명이 복직했다.

야속한 얘기일 수 있지만 2646명을 내보내며 ‘감량’에 성공한 덕에 5000여명의 일자리, 그리고 그들이 다시 돌아올 직장이 유지될 수 있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기왕이면 마지막 해고자까지 모두 복직시켜 현장에 투입했으면 좋았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게 됐다. 판매 부진으로 생산량은 감소했고 자금난으로 새해 신차 출시도 어려워져 내년 생산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쌍용차는 해고자 중 마지막 46명은 올해 7월 복직시켰고, 당초 내년 1월부터 현장에 배치할 계획이었으나, 연간 16만대를 생산하던 인력이 14만대를 생산하며 지금도 유휴 인력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추가로 인원을 배치할 수는 없게 됐다. 결국 회사측은 이들을 유급휴직 신분으로 전환하고 통상임금의 70%를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복직자 46명은 회사의 결정을 따를 수 없다며 내년 1월 6일부터 출근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사 상황이 어떻건 약속을 지키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10년 전 쌍용차가 생사기로에 놓였을 때 마지막까지 희망퇴직을 거부하고 농성을 이어가던 모습과 오버랩된다. 공교롭게도 당시 ‘파업투쟁’을 이끌던 동일한 인물들이 이번엔 ‘출근투쟁’에 나서는 모습이다.

쌍용차는 지금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여야 할 상황이다. 기존 직원들의 상여금을 반납하고, 복지를 축소하고, 안식년제를 시행해 실질 근무인력을 축소하기로 했다.

추가 복직자들과의 현장 배치 약속을 뒤엎겠다고 한 것도 아니다. 유급휴직 신분으로 집에서 쉬면서도 현장복귀 시점까지 임금의 70%를 지급받는 조건이다. 회사 재무상황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결정이다.

지금은 다시 일터로 돌아가기보다는 자신들에게 유급휴직 임금을 챙겨주고 언젠가 다시 받아들여줄, 더 넓게 보면 5000가구의 생계가 달려 있는 회사를 살리는 데 힘을 보태야 할 때다. 10년 전에 그랬듯이 ‘투쟁’으로 회사를 뒤흔들어서는 안 된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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