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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돈맥 기로에 서다-①] '4중고' 곳곳 신음…성장 절벽 위기감 고조

이미경 기자
입력 2020.01.01 06:00 수정 2020.01.01 12:46

주식시장 박스권 장기화, 저금리로 금융상품 매력↓…부동산만 호황

정부 정책기조, 숫자 맞추기에 급급…기업 투자 등 질적성장 맞춰야

주식시장 박스권 장기화, 저금리로 금융상품 매력↓…부동산만 호황
정부 정책기조, 숫자 맞추기에 급급…기업 투자 등 질적성장 맞춰야


새해가 밝았지만 대한민국 경제 곳곳에는 저금리·저성장·저출산·고령화 여파로 인한 경고등이 하나씩 켜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차원이 다른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체감 경제성장률이 1%도 안되는 실질 마이너스 금리 시대. 부동자금만 1200조로 추산될 만큼 유동성은 한껏 풀려있는데 투자할 곳이 없는 이른바 머니 그레이존(회색지대) 시대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본지에서는 신년 기획을 통해 돈맥 기로에 서있는 대한민국 경제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돌파구를 모색해 보고자 한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기준금리 연 1.25%', '성장률 전망치 2%대', '전국평균 출산율 0.91%' 현재 2020년 한국경제의 암울한 현주소를 가리키는 지표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이미 제로금리에 공습당한 상태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그나마 1%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일본과 유럽 등은 이미 마이너스 금리 시대로 진입한지 오래다. 그러나 한국도 조만간 제로금리 시대가 머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초저금리 여파, 금융상품 매력저하…단기상품·부동산 등으로 쏠림

제로금리 공습이 달갑지 않은 것은 금융상품에 대한 매력이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 예적금 상품에 대한 가입 매력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 예적금 상품은 각종 혜택을 합해도 세금을 제하고 나면 연 이자율이 1% 대를 넘기기 힘들 정도다. 사실상 예적금 0% 시대에 진입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식시장도 매력이 예전만 못하다. 2019년 마지막 거래일 코스피 지수는 전년대비 7.7% 상승에 그친 2197.67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23.8% 감소세를 보였다. 올해 세계 주요국 증시 전체 시가총액이 24% 오르는 동안 국내 시총은 9.8% 상승에 그쳤다. 한국증시는 박스권 장세가 몇년째 지속되고 있다. 과거에는 금리가 낮을수록 주가가 올랐지만 최근에는 기준금리 변동이나 이벤트에도 주가지수가 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히려 금리가 낮아질수록 리스크는 크지만 고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생겨난다. 때문에 위험하지만 고수익의 파생결합상품들에 투자자들이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원금손실에 대한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위험회피 현상도 뚜렷해진다. 단기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으로 자금이 쏠리는 이유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MMF의 11월 순자산총액은 121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체 국내펀드 순자산 규모(663조3000억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MMF는 지난 9월(103조2000억원) 이후 순자산규모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갈곳잃은 자금들이 단기상품으로 대거 몰린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금리가 낮아질수록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급격하게 쏠리고 있다는 점도 우려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2000조원을 돌파했는데 이 중 가계여신은 1049조6000억원이며 기업여신은 부동산업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확대로 1년 새 36.6%가 늘어난 734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실물경제 맥빠져…돈의 흐름 이상현상 "정부 정책 질적성장에 초점맞춰야"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2.4%를 목표치로 내세웠다. 지난해 11월 3대 지표(생산·소비·투자)가 트리플 반등한 것을 놓고 올해 경기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정부는 경제여건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긍정론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지표로 보여주는 숫자만으로 경기상황을 판단하는 것은 앞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올바른 경제판단이 힘들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실물경제 맥이 빠져있고 돈의 흐름의 이상이 생기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한다고 경고한다.

공산품 등의 물가 하락으로 디플레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부동산 시장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어 구조적인 문제로 정착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특히 지난 3년사이에 신용불량자 연체금액 규모는 8조원 규모로 2년전에 비해 3조원 규모가 급증했다. 저금리로 시중에 유동성이 대거 풀려있지만 생산적인 분야로 흘러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동시에 부실금융자산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등 악순환이 지속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저금리 여파로 시중에 돈은 많이 풀려있는데 실물경제로 흘러들지 않으면서 돈의 흐름에 이상이 생기고 있다"며 "더 큰 문제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린후 갚지 못한 신용불량자 채무 금액이 3조원이 늘면서 부실대출이 증가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의 정책기조가 숫자 맞추기에 급급하기 보다 질적성장을 위한 방향성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성장을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활성화 유도를 위한 정책기조 변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생아·생산가능인구 '뚝'…초고령화로 경제 악순환 우려

올해 출산율은 전국 평균 0.91명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특히 대도시를 중심으로 출산율 하락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10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자연증가율은 1983년 관련 통계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0.0%를 기록했다. 자연증가율은 2017년(-0.4%)과 2018년(-0.9%) 계절적 요인에 따라 일시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지표만을 본다면 앞으로 인구절벽이 올 날이 머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연도별 자연증가율을 살펴보면 2013년 3.4%, 2014년 3.3%, 2015년 3.2%로 꾸준히 감소하다가 2016년 2.5%로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어 2017년 1.4%, 2018년 0.5%대로 줄어들었다. 이러한 자연증가율 감소세는 출산율이 줄어든 여파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0월 누계 출생아 수는 25만7965명으로 전년대비 7.5%가 줄었다.

출생아 수가 매년 줄어드는데 15~64세 생산가능인구 감소수도 가팔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세로 줄면서 향후 10년안에 생산인구는 260만명이나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 2018년 생산가능 인구는 3697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초고령화 시대로 진입했다는 점이다. 생산가능 인구가 본격적으로 줄면서 은퇴한 고령자수가 급격히 늘었다. 우리나라 총인구는 2028년 5194만명을 시작으로 2067년 3939만명까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생산가능인구가 줄면 노동력 감소, 생산성 하락, 수출 부진이라는 악순환 고리로 이어져 잠재성장률을 지속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기업들의 투자 촉진 정책을 펼쳐야한다고 강조한다. 정부는 올해 정부예산 가운데 직접적 투자 지원 외에 금융 세제 등 민간투자를 위한 예산을 책정한 상태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정부예산은 512조원으로 지난해보다 약 10% 정도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100조원은 민간, 민자, 공공 3대 분야에서 프로젝트 발굴 및 집행목적으로 사용할 예정"이라며 "직접적 투자 지원외에 금융, 세제 등 민간투자 촉진 방안을 발표해 친시장 흐름으로 가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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