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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적 문희상" 외침 속 "날치기"…그와중에 야당 의원 조롱까지

정도원 기자
입력 2019.12.28 03:00 수정 2019.12.28 06:34

국회의장이 야당 의원 짓밟고 의장석 향해

"어이, 입법차장" 야당 의원 끌어내라 지시

"의회 죽었다"는 말에 "맞다. 이미 죽었다"

국회의장이 야당 의원 짓밟고 의장석 향해
"어이, 입법차장" 야당 의원 끌어내라 지시
"의회 죽었다"는 말에 "맞다. 이미 죽었다"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피켓을 뿌리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피켓을 뿌리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역적 동탁"이라는 외침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문희상 국회의장이 제1야당 의원들을 국회 경위를 동원해 차례차례 끌어내고 '게임의 룰'인 선거법을 "날치기"라는 소란 속에서 강행 의결했다.

"국회는 죽었다"는 야당 의원들의 한탄에 문 의장은 "맞다. 허깨비만 남고 다 죽었다"며 국회의장이 스스로 '국회의 사망'을 자인하거나, 의사진행 도중 "내가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거냐"라며 야당 의원들을 조롱하는 등 국회의장으로서의 최소한의 명예조차 스스로 내던지는 모습을 보였다는 평이다.

문희상 의장은 27일 오후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의사일정과 관련한 야당 의원들의 항의와 연좌농성이 이어지자 질서유지권을 발동, 국회 경위를 동원해 야당 의원들을 강제로 끌어내며 의장석으로 나아갔다.

야당 의원들은 회기 결정을 하기에 앞서 안건을 의결하는 것은 국회법 제106조 8항에 위배된다며 항의하는 중이었다.

김정재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회기 결정을 하기 전에 선거법을 통과시키겠다는 것은 휘슬을 불기도 전에 골을 넣겠다는 것"이라며 "(회기 결정 전에) 선거법이 통과되더라도 원천무효"라고 단언했다.

이런 국회의원들을 국회의장이 짓밟으며 의장석으로 나아가는 초유의 모습에 본회의장에서는 탄식이 들끓었다. 문 의장은 계단 바닥에 주저앉아 농성 중이던 안상수 한국당 의원의 등을 짓밟고 앞으로 나아가려 했으며, 의장석에 앉은 뒤 마치 동정을 사려는 듯 가슴을 움켜쥐어 되레 빈축만 샀다.

의사진행과 관련해 연좌농성으로 항의의 뜻을 표하던 야당 의원들을 강제로 끌어낸 문 의장은, 끌려나간 야당 의원들이 외치는 "문희상 역적"의 구호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일방적 의사진행을 시작했다.

문 의장이 보고사항과 표결 방법 변경 요구, 전자투표 및 그 결과를 낭독하는 동안, 한국당 의원들은 "이게 뭐냐" "이런 식으로 의사진행을 하면 안된다" "선거법을 왜 날치기하느냐. 선거법을 날치기하면 안되지 않느냐"고 아우성쳤다.

문희상, 국회경위 동원해 야당 의원 끌어내
"내맘대로 해도 되는 거냐" 야당 의원 조롱
격앙된 야당 의원들 "문희상은 역적 동탁"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저지를 뚫고 의장석에 앉아 가슴을 부여잡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저지를 뚫고 의장석에 앉아 가슴을 부여잡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그러자 문 의장은 "어이, 입법차장"이라고 국회공무원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질서유지하라"는 한 마디로 '의회민주주의 파괴'에 항의하는 야당 의원들을 기어코 의장석에서마저 강제로 끌어내려 내쫓았다.

불법·위법 논란 속에서 선거법이 의결 강행되자 야당 의원들은 "의회주의는 죽었다"고 탄식했다. 그러자 문 의장은 기다렸다는 듯 "맞다. 이미 죽었다. 허깨비만 남았다"며, 의장 스스로 '의회주의의 종언'을 자인하는 모습을 보여 의원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문 의장을 가리키며 "독재의 앞잡이" "권력의 앞잡이" "물러가라" "국회의장이란 사람이 권력의 주구가 됐다" "민주주의 파괴자" "좌파독재 앞잡이"라고 저주했다.

문 의장의 일방적인 의사진행이 이어지는 가운데, 백승주 한국당 의원과 김정재 한국당 의원은 문 의장의 국회운영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자신들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제안설명을 요구하는 문 의장의 지시를 묵살했다. 앞서 문 의장은 예산부수법안 수정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임의로 봉쇄한 적이 있었다.

포항지진 진상조사·피해구제 특별법이 상정되자 그동안 선거법을 먼저 처리하기 위해 안건 순서를 임의로 바꿔 결과적으로 지진 피해자를 외면했던 문 의장은 갑자기 생색이라도 내듯 "이게 포항지진법"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김정재 의원이 문 의장의 의사진행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항의의 태도를 보이자, 문 의장은 "내가 맘대로 해도 되는 거냐"라며 "김정재 의원이 제안설명을 하지 않는다니, 꼭 기록에 남겼다가 포항분들에게 얘기해달라"고 야당 의원을 조롱하고 포항지진 피해자들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런 문 의장의 모습에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참지 못한 듯 "의장은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다. 역적 동탁!"이라며 "좌파독재 앞잡이 물러나라"고 부르짖었다. 이에 문 의장이 불쾌한 듯 "그만해"라고 하자, 심 원내대표는 굴하지 않고 "역적, 역적이다"라고 외쳤다.

이후 법안 처리 과정에서 한국당 의원들은 전원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한국당 중진의원은 로텐다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의장의 편파적·당파적 의사진행이 상상을 초월한다"며 "공천을 받아야 할 자식이 한 명 더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마저 들 정도"라고 경악스런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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