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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 한때 무파업 모범이었는데...이젠 현대차 본받을 판

조인영 기자
입력 2019.12.13 06:00 수정 2019.12.12 21:38

현대차 노조, 국가적 위기 상황 공감…아집 버리고 화합 택해

19년 무분규 전통 버린 현대중, 매년 갈등 수위 높여

현대차 노조, 국가적 위기 상황 공감…아집 버리고 화합 택해
19년 무분규 전통 버린 현대중, 매년 갈등 수위 높여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지난 9월 2일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 결과를 집계하고 있다.ⓒ금속노조 현대차지부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지난 9월 2일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 결과를 집계하고 있다.ⓒ금속노조 현대차지부

국내 제조업을 대표하는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의 노사 분위기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양사는 노조 규모가 국내 최대인데다, 같은 지역인 울산에 사업장을 두고 있어 노사 관계가 언급될 때마다 비교 대상에 오르내린다.

그간 강성 노조하면 가장 먼저 거론되던 현대차는 '뻥파업' '묻지마 투쟁' 등 비효율적인 파업과 투쟁을 중단하고 협력적인 노사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반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오랜 기간 이어온 '무분규' 전통을 버리고 파업·소송으로 회사측과 대립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현대차에서는 향후 회사의 방향성을 가늠할 두 번의 큰 변화가 있었다. 지난 9월 임금·단체협상(이하 임단협) 잠정합의안 가결로 2011년 이후 8년 만에 '무분규' 타결에 성공한 데 이어 이달 초엔 온건·실리 성향 노조가 들어서면서 6년 만에 세대교체를 이뤄냈다.

최근 치러진 현대차 새 집행부 선거에서 '강성' 후보를 꺾고 차기 위원장으로 선출된 온건·실리 노선의 이상수 후보는 당선 후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현대차는 오래갈 수 없고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고용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다"고 언급하며 변화 없이는 고용도 없음을 분명히 했다.

특히 소모적인 파업과 투쟁을 지양하고 대화를 통한 노사 관계 구축에 힘쓰는 등 노조의 역할을 재정립했다. 그는 "조합원들은 이제 '뻥파업'이나 '묻지마 투쟁'에 속지 않을 뿐더러 속상해 한다"고 말하며 회사와 무의미한 대립을 멈추고 국민의 신뢰 회복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노조의 변화는 현 집행부에서부터 점진적으로 확산돼왔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어려운 대외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장기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지양하기로 뜻을 모았다.

같은해 3월 하부영 현 현대차지부장은 인터뷰를 통해 "현대차 노조는 그동안 양극화 개선을 위한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노력이 부족했다"며 "노조의 운동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언급하며 그간 노조의 방향성과 관련해 '반성'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 결과 작년 7월 잠정합의안을 가결하면서 교섭 장기화 악습을 끊고 2010년 이후 8년 만에 여름 휴가 전 타결에 성공했다. 올해는 한 발 더 나아가 지난 9월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가결하며 2011년 이후 8년 만에 무분규 타결을 이뤄냈다.

이같은 현대차 노조의 태도 변화는 자동차 산업 구조 변화로 노조의 노선도 변경이 불가피함을 보여준다. 친환경·자율자동차 등의 기술 발전은 곧 고용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무작정 강경 투쟁을 앞세우는 것 보다는 근로자의 권리 및 고용 안정에 우선순위를 두고 회사와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6월 14일 사측의 법인분할 주총을 무효화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6월 14일 사측의 법인분할 주총을 무효화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반면 현대중공업은 현대차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2010년대 초반까지 파업 보다 대화를 선택해온 노조는 2013년 말 강성 노조 출범 이후 해마다 갈등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우조선과의 기업결합 이슈가 불거진 지난해 말부터는 회사를 상대로 법적다툼까지 벌이고 있다.

실제 노조는 올해 5월 물적분할(법인분할) 주주총회 결과가 무효라며 지난 6월 회사측에 주주총회 결의 효력정지 등 가처분신청과 분할 무효 청구 소송을 냈다. 다음달 회사는 노조가 주총장을 점거하고 생산을 방해한 책임을 물어 3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노사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으며 극으로 치닫자 파업도 배로 늘었다.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대중공업 노조 파업 횟수는 2017년 8회에서 지난해엔 21회, 올해는 34회로 증가했다.

이와 함께 지난달 말 치러진 새 집행부 선거에서는 강성 노선의 현 집행부가 재집권에 성공했다. 이로써 2013년 이후 네 차례 연속 강성 성향이 노조를 이끌게 됐다.

업계는 강성 노조의 집권으로 회사와의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한다. 노조는 7년 전만 하더라도 파업 대신 타협으로 임단협을 이끌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실제 1995년부터 2013년까지 노사는 19년 연속 무분규 타결에 성공했다.

그러나 2013년 말 12년 만에 강성 성향의 노조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2014년 노조는 임단협 갈등을 이유로 2001년 이후 처음으로 중노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했고 결국 그 해 말 파업을 벌였다.

올해 역시 노사 입장차만 확인하며 '빅3' 중 유일하게 임단협을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이달 교섭에서 별다른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4년 연속 연내 타결에 실패하게 된다. 현대차가 임단협 조기타결로 어려운 경영환경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조선 산업은 올해 글로벌 발주가 40% 가까이 줄어드는 등 어려운 때를 보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10월 말 기준 30척을 수주하며 연간 목표 대비 달성률이 5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남은 일감은 102척으로 최악의 수주난을 겪었던 2016년 96척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노조는 사실상 업계 최고 대우를 요구하며 회사가 내놓은 임금안을 반려했다. 노사는 매주 두 차례 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진전될 가능성은 미지수다.

업계는 '모범 노사 문화' 사례로 손꼽혔던 현대중공업과 '강성 노조'로 지탄받았던 현대차의 입장이 최근 완전히 뒤바뀐 점을 지적하며 시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대중공업 노조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예전엔 현대차 노조가 현대중공업 노조를 본 받아야 한다는 분위기였다면 이제는 현대중공업이 현대차를 보고 배워야 하는 상황"이라며 "시대 변화를 받아들일 줄 아는 것도 노조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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