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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대출 급제동…대기업도 돈 빌리기 어려워졌다

  • [데일리안] 입력 2019.12.10 06:00
  • 수정 2019.12.09 17:17
  • 부광우 기자

4대銀 대기업 대출 60.4조…올해만 4조 줄며 역성장 모드로

'불황의 늪' 연체율 악화에 속도조절…정부 당근에도 등 돌려

4대銀 대기업 대출 60.4조…올해만 4조 줄며 역성장 모드로
'불황의 늪' 연체율 악화에 속도조절…정부 당근에도 등 돌려


국내 4대 은행 대기업 대출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국내 4대 은행 대기업 대출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은행들이 대기업들에게 내준 대출 규모가 올해 들어 4조원 넘게 쪼그라들며 60조원대 초반까지 내려앉은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 추세가 주춤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역성장으로 돌아설 정도로 은행들이 급제동을 건 모습이다. 그나마 경영 여건이 나아 보였던 대기업들마저 빚을 갚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따른 역풍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정부가 기업 대출에 인센티브를 주겠다며 당근을 들고 나섰음에도 은행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점은 위기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달 말 기준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 국내 4개 은행들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총 60조4025억원으로 지난해 말(64조4457억원)보다 6.3%(4조432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봐도 모든 곳들의 대기업 대출이 일제히 감소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14조7749억원에서 14조1435억원으로, 하나은행 역시 15조1928억원에서 14조6503억원으로 각각 4.3%(6314억원)와 3.6%(5425억원)씩 대기업 대출이 축소됐다. 국민은행의 대기업 대출은 18조2464억원에서 15조7362억원으로 13.8%(2조5102억원)나 줄며 감소폭이 가장 컸다. 우리은행도 16조2316억원에서 2.2%(3591억원) 줄어든 15조8725억원의 대기업 대출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조사 대상 은행들의 전체 대출 규모가 50조원 이상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대기업 여신의 상반된 흐름은 더욱 뚜렷해진다. 4대 은행들의 원화대출금은 지난해 말 875조8528억원에서 지난 달 말 927조5021억원으로 5.9%(51조6493억원) 증가했다.

이렇게 은행들이 대기업 대출에 유독 소극적인 자세로 돌아선 요인으로는 예전만 못해진 대출의 질이 꼽힌다. 빚을 제 때 갚지 못하는 대기업들이 늘자, 은행들이 건전성 관리 강화 차원에서 전보다 돈을 빌려주는데 조심스러워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올해 3분기 말 조사 대상 은행들의 대기업 대출 잔액에서 1개월 이상 상환이 밀린 연체 금액 비중은 0.12%로 지난해 말(0.09%)보다 0.02%포인트 높아졌다. 그 만큼 빚으로 인한 부담을 느끼는 대기업들이 늘었다는 의미다. 연체 액수 역시 같은 기간 991억원에서 1179억원으로 19.0%(188억원) 증가했다.

대부분 은행들에서 이 같은 대기업 여신 건전성 악화 조짐이 감지됐다. 우리은행의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0.12%에서 0.19%로 0.07%포인트 상승했다. 신한은행 역시 0.14%에서 0.18%로, 국민은행도 0.01%에서 0.06%로 각각 0.04%포인트와 0.05%포인트씩 대기업 대출 연체율이 높아졌다. 하나은행만 0.10%에서 0.03%로 대기업 대출 연체율이 0.07%포인트 낮아졌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앞으로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업황을 둘러싼 먹구름이 점점 짙어지고 있어서다. 당사자인 기업들은 물론 이들에게 대출을 내준 금융권에서도 불안이 확산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지난 달 국내 대기업들의 업황 BSI는 78로 전달보다 2포인트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업황 BSI는 기업이 인식하는 경기 상황을 지수화한 것으로, 이 수치가 낮아졌다는 것은 향후 경영 여건이 더 나빠질 것으로 보는 기업들이 늘었다는 의미다. 또 기준치인 100보다 낮으면 경기를 비관하는 기업이 낙관하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이와 더불어 은행들의 대기업 대출 축소에 더욱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그 시점에 있다. 은행들로 하여금 천문학적으로 불어난 가계 빚은 억누르게 하는 대신, 기업 대출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 개선이 임박해 있어서다. 즉, 정부가 나서 기업 대출에 따른 무게를 덜어주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은행들은 도리어 대기업 대출을 줄였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이 손질하기로 한 제도는 예대율이다. 예대율은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예금과 비교해 대출금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로, 100%를 넘기면 대출을 제한받게 된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이 같은 예대율을 산정할 때 매기는 가중치를 가계 대출은 15% 상향하고, 기업 대출은 15% 하향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은행 입장에서 가계 대출에 따른 부담은 늘리고 기업 대출에 대한 짐은 덜게 하겠다는 취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대기업들에 대한 여신까지 줄이고 있는 현주소는 국내 경기 불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드러내주는 또 하나의 단면"이라며 "연체율 악화에 은행들로는 앞으로 리스크 관리 수위를 높여 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과거처럼 대마불사의 논리에 기댄 대출은 현실적으로 점차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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