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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변화의 모범' 보여준 허창수, 그리고 현대차 노조

박영국 기자
입력 2019.12.04 13:37 수정 2019.12.04 13:57

허창수 GS 회장 "디지털 혁신 리더십 갖춘 리더 필요" 외치며 용퇴

현대차 노조, "파업 지양" 선언한 실리성향 지부장 뽑으며 '변화' 택해

허창수 GS 회장 "디지털 혁신 리더십 갖춘 리더 필요" 외치며 용퇴
현대차 노조, "파업 지양" 선언한 실리성향 지부장 뽑으며 '변화' 택해


3일 용퇴를 선언안 허창수 GS 회장(위), 4일 8대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으로 선출된 실리 성향의 이상수 후보(아래사진 가운데)와 임원들. ⓒGS/금속노조 현대차지부 3일 용퇴를 선언안 허창수 GS 회장(위), 4일 8대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으로 선출된 실리 성향의 이상수 후보(아래사진 가운데)와 임원들. ⓒGS/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변해야 산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너도나도 ‘변화’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말이 행동으로 반영되는 경우를 보긴 힘들다. 미래가 불안할수록 과거에 안주하거나 내 것만 지키려는 아집 또한 강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변화의 모범’을 보여주는 소식들이 연이어 들려왔다.

하나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용퇴’다. 그는 지난 3일 사장단 회의에서 그룹 회장직 퇴임 의사를 밝히고, 내년부터 막내동생인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에게 자리를 넘기기로 했다.

허창수 회장은 ‘GS그룹의 역사’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4년 LG와 계열분리 후 이듬해 GS그룹이 출범할 당시부터 15년간 그룹을 이끌어 왔다.

출범 당시 매출액 23조원, 자산 18조원, 계열사 15개 규모였던 GS그룹을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 68조원, 자산 63조원, 계열사 64개 규모로 3배 이상 성장시키는 등 경영 성과도 인정받았다.

본인이 원하고 건강만 허락한다면 일정기간 더 총수 자리를 유지해도 뭐라 할 사람은 없었다. 임기도 2년이나 남았다.

조직을 이끌며 좋은 성과를 낸 리더는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특히 국내 10대그룹 총수로서 누려온 사회적 지위와 명예를 내려놓는 건 범인(凡人)으로서는 생각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 15년간 ‘밸류 넘버1 GS’를 일궈내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다진 것으로 나의 소임은 다했다. 글로벌 감각과 디지털 혁신 리더십을 갖춘 새로운 리더와 함께 빠르게 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대응해야 한다.”

허 회장이 직접 밝힌 퇴임 배경이다.

그동안의 GS의 경영 방향이 ‘안정적 성장’이었다면 앞으로는 ‘혁신’을 통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게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가장 급진적인 변화인 ‘총수 교체’를 스스로 결정한 것이다.

허 회장은 “혁신적 신기술의 발전이 기업의 경영환경 변화를 가속화시키고 있고 이런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면 우리도 언제 도태될지 모른다는 절박함 속에서 지금이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할 적기로 판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GS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겸허히 내려놓은 용단이다.

하루 뒤인 4일 새벽, 국내 제조업 중심지인 울산으로부터 또 따른 ‘모범적인 변화’의 소식이 전해졌다. 대표적인 강성노조로 불리던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에 중도·실리 성향의 집행부가 들어선 것이다.

현대차 노조 조합원들은 8대 지부장으로 중도·실리 성향의 이상수 후보를 선출했다. 그는 선거운동 시절 ‘무분별한 파업을 지양하고 민주노총·금속노조가 초심으로 돌아가는 역할을 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었다.

이 후보 외에 나머지 3명의 후보는 모두 ‘강성’으로 분류되는 계파에 속해 있었지만 조합원들은 2차례에 걸친 투표를 통해 결국 중도·실리 성향의 집행부를 선택했다.

각국의 무역장벽 강화에 따른 회사 실적 악화와 자동차의 전동화에 따른 작업 수요 감소 등 고용불안 이슈가 산적한 상황에서 노사 모두에게 독이 되는 ‘떼쓰기 파업’기조를 이어가기보다는 ‘실리’와 ‘고용안정’을 챙겨줄 수 있는 지도자를 선택한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투쟁 일변도의 노선을 고수해온 민주노총 금속노조 내에서도 가장 큰 조직이다. 대립적 노사관계가 우리 산업 경쟁력을 저해한다는 우려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이런 현대차 노조 조합원들이 스스로 택한 ‘변화’는 우리 산업계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져준다.

GS그룹의 총수 교체나 현대차 노조의 지도부 교체 모두 ‘변화의 대상’이 스스로 변화를 택했다는 점에서 희망적이고 존경스럽다. 변화의 모범을 보여준 GS그룹과 현대차 노조의 앞날을 응원한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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