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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뱅크런까지' 불안한 中 금융에 4대銀 묶인 돈 16조

부광우 기자
입력 2019.12.03 06:00 수정 2019.12.02 20:38

중국 시장 익스포저 16조 돌파…1년 새 1.5조↑

"은행 1/10 이상 파산 위기" 현지 경고음 '촉각'

중국 시장 익스포저 16조 돌파…1년 새 1.5조↑
"은행 1/10 이상 파산 위기" 현지 경고음 '촉각'


국내 3대 은행 중국 익스포저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3대 은행 중국 익스포저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은행들의 자금 가운데 중국 시장과 연계된 금액이 올해만 1조5000억원 가까이 불어나며 16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안에서 뚜렷한 성장 발판을 찾기 어렵게 되자 은행들이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현지 은행 10곳 중 1곳 이상이 파산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이른바 뱅크런으로 불리는 예금 대량 인출 사태까지 벌어지는 등 중국 금융을 둘러싼 불안이 확산되면서 국내 은행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 국내 4개 은행들이 중국에 보유한 익스포저는 총 16조1762억원으로 지난해 말(14조7132억원)보다 9.9%(1조463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익스포저는 금융사의 자산에서 특정 기업이나 국가와 연관된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주로 신용 사건 발생 시 받기로 약속된 대출이나 투자 금액뿐 아니라, 복잡한 파생상품 등 연관된 모든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손실 금액을 가리킨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의 중국 내 익스포저가 같은 기간 5조5499억원에서 6조1665억원으로 11.1%(6166억원) 늘며 가장 많았다. 이어 우리은행이 3조8443억원에서 4조5574억원으로, 신한은행 역시 4조2990억원에서 4조3636억원으로 각각 18.5%(7131억원)와 1.5%(646억원)씩 중국 시장 익스포저가 확대됐다. 국민은행의 중국 관련 익스포저도 1조200억원에서 1조887억원으로 6.7%(687억원) 증가했다.

이처럼 은행들의 중국 내 자금이 불어나고 있는 배경으로는 글로벌 사업 강화 전략이 꼽힌다. 가계 빚이 1600조원에 육박하는 등 국내 대출 시장이 사실상 과포화 상태에 빠지면서, 영업을 확대하기 힘들게 되자 은행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이런 흐름에 힘입어 각 은행들의 중국 사업은 빠르게 덩치를 불리고 있다. 올해 3분기 말 조사 대상 은행들의 중국 법인 총 자산은 23조5593억원으로 전년 동기(21조2040억원) 대비 11.1%(2조3553억원)나 늘었다.

하나은행 중국 법인의 자산이 같은 기간 7조9186억원에서 8조9996억원으로 13.7%(1조810억원) 증가하며 최대였다. 우리은행 역시 5조2188억원에서 5조9604억원으로, 신한은행도 5조3812억원에서 5조5162억원으로 각각 14.2%(7416억원)와 2.5%(1350억원)씩 중국 법인 자산이 늘었다. 국민은행 중국 법인 자산은 2조6854억원에서 14.8%(3977억원) 증가한 3조831억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중국 금융 시장의 여건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외부의 우려를 넘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스스로 강한 경고음을 내면서 위기감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그동안 중국 경제의 잠재적 리스크로 꼽혀 오던 부채 증대가 은행을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인민은행은 최근 중국 내 은행들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1~10등급과 그 아래인 D등급(파산 등)으로 나눈 리스크 등급을 제시했다. 해당 등급이 낮을수록 재무 건전성이 떨어진다는 의미인데, 중소 은행 4355곳 중 13.5%에 달하는 587곳이 고위험군에 속하는 8~10등급 내지 D등급을 받았다. 양호한 건전성을 뜻하는 1~3등급에 속한 중소 은행은 8.5%(370곳)에 그쳤다.

이에 대해 인민은행은 "글로벌 경제가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 정세에 놓여 있어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고 중국 금융 리스크는 새로운 특징을 띠면서 진화하고 있는 추세"라며 "정부의 잠재 부채 규모가 크고 회사채 시장과 부동산 시장에서 부실 위험이 커지면서 관련 위기가 전체 금융 시스템에 전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은행들의 경영 여건에 대한 의구심은 이미 올해 초부터 커져 왔다. 네이멍구자치구에서 영업을 하던 바오상은행이 지난 5월 파산하면서다. 중국에서 은행이 파산해 법정관리로 넘어간 사례는 20여년 만의 일이었다. 비슷한 규모의 몇몇 은행들도 위험에 처했지만 정부 보조금 등을 받아 겨우 위기를 넘겼다.

최근에는 중국 랴오닝성 남부 잉커우의 한 은행이 파산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예금주들이 뱅크런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치안당국은 100여명의 경찰을 6개 은행 지점에 배치해 혼란 사태를 경계했고, 소문을 유포한 4명을 체포했다. 뱅크런은 금융권에 불안이 조성되면서 은행의 예금 지급 불능 상태를 염려한 고객들이 대규모로 예금을 인출하는 일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이 같은 중국의 분위기에 국내 은행들 사이에서도 긴장감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국외에서 튄 불똥이 국내에까지 번지지 않도록 충분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의 중국 내 자산 규모가 아직 그렇게 크지 않아 현지의 리스크가 다소 확산되더라도 당장 문제가 불거지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면서도 "전염성이 강한 금융 위기의 특성과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글로벌 사업 비중을 감안하면, 이전보다 위험 관리 수위를 높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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