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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 청와대가 '박원순 첩보'로 수사를 벌였다면...

이충재 기자
입력 2019.11.29 02:00 수정 2019.11.29 04:51

선거 앞둔 野후보 '비위첩보' 전달이 "정상적절차"라는 靑

'선거개입 의혹' 일파만파…정황 드러났는데도 "행정 절차"

선거 앞둔 野후보 '비위첩보' 전달이 "정상적절차"라는 靑
'선거개입 의혹' 일파만파…정황 드러났는데도 "행정 절차"


여권은 지난해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 주변을 겨냥한 경찰 수사가 청와대의 하명에 의해 이뤄졌다는 의혹에 대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자료사진)ⓒ데일리안 여권은 지난해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 주변을 겨냥한 경찰 수사가 청와대의 하명에 의해 이뤄졌다는 의혹에 대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자료사진)ⓒ데일리안

여권은 지난해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 주변을 겨냥한 경찰 수사가 청와대의 하명에 의해 이뤄졌다는 의혹에 대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이번 의혹이 정권을 뒤흔들 메가톤급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 입장에선 '선거개입 의혹'이라는 엄중한 사안을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관건이다.

야당후보 떨어뜨린 수사 '청와대 첩보'에서 비롯돼

여당과 청와대, 여권인사들까지 동원된 전방위 해명에도 의혹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선거를 불과 석달 앞둔 시점에서 야당후보의 주변을 겨냥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도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은 이례적 정황부터 풀리지 않았다.

당시 경찰은 김기현 전 시장이 자유한국당 울산시장 후보로 공천을 받은날, 그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던 김 전 시장은 정치적 치명상을 입었고, 결국 선거에는 '울산의 노무현'으로 불린 송철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현재 김 전 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가 청와대의 첩보로 시작됐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청와대도 김 전 시장 관련 첩보를 수집해 경찰에 전달한 사실을 확인했다. 의혹 해소의 관건은 청와대의 '하명수사'여부다.

'합법적'이라는 靑…"기억나지 않을 정도"라는 백원우

청와대는 경찰에 '김기현 첩보'를 내려준 것은 맞지만, "정상적 절차"라고 밝혔다. '하명'(下命)이 아니라 합법적 절차에 따른 '이첩'(移牒)이라는 것이다.

비위첩보의 전달자로 지목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도 28일 입장문을 통해 "단순한 행정적 처리일 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야당 유력후보이자 현직 시장에 대한 비위첩보가 들어왔는데도 "특별히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라며 수많은 첩보 가운데 하나였다고도 했다.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朴정부 청와대가 '박원순 첩보'로 수사를 벌였다면...

청와대와 백 전 비서관의 설명대로라면, 박근혜정부 청와대가 서울시장 선거 앞두고 박원순 시장의 첩보를 수집해서 수사당국에 이첩하고, 경찰이 선거 직전 압수수색을 벌였어도 "정상적 절차"이며 "단순한 행정적 처리"가 된다.

하지만 대통령 비서실 직제를 규정한 대통령령에 따르면, 민정수석실이 비리 첩보를 수집하는 대상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공직자'로 제한돼 있고, 선출직 공무원은 대상이 아니다. 즉, 청와대가 선출직인 김 전 시장에 대한 첩보를 수집한 것 자체가 월권 소지가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청와대가 경찰의 수사 상황을 보고받거나 소통한 사실이 확인되면 더 이상 '이첩'이라고 주장할 수도 없게 된다.

조국정국 이후 접어둔 '검찰개혁' 피켓 다시 꺼내나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이번 사안을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야기한 사건'으로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경찰이 청와대로부터 김 전 시장의 비위 첩보를 넘겨받아 수사에 들어간 정황을 뒷받침하는 물증과 관련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여권은 검찰을 겨냥해 "정치적 의도가 의심된다"며 방어논리를 쌓고 있다. '성역 없는 수사로 의혹을 남기지 말라'는 흔한 정치적 수사조차 없었다. 오히려 여당 인사들은 검찰을 향해 "피의사실 유출에 주의하라"고 압박했고, 의혹과 관련한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부풀리기 보도", "악의적 소설"이라고 비판했다.

설령 선거 개입 정황이 수사결과를 통해 드러나더라도 검찰개혁 추진에 반발한 '검찰의 농간', '가짜뉴스 언론탓'으로 돌리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조국정국에서 본질을 흐리게 만드는데 효과를 봤던 전술이다.

하지만 이번 이슈는 단순히 진보인사의 위선적 삶에 대한 국민적 공분 차원을 넘어 청와대라는 권력의 '선거개입'으로 비화될 수도 있는 위중한 사안이다. 여권 내에서도 "검찰을 지켜봐야겠지만, 적당히 넘어갈 사안은 아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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