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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 성장 그림자…농협생명 유배당 계약 '후폭풍'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19.11.28 06:00 수정 2019.11.28 17:52

배당금 지급 생보업계 최대로 불어…1년 새 2배 '껑충'

외형 성장 집착한 과거 '부메랑'…적자 탈출 '브레이크'

배당금 지급 생보업계 최대로 불어…1년 새 2배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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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 성장 집착한 과거 '부메랑'…적자 탈출 '브레이크'


유배당 계약 배당금 지급 상위 10개 생명보험사.ⓒ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유배당 계약 배당금 지급 상위 10개 생명보험사.ⓒ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NH농협생명이 유배당 보험 계약자들에게 내준 배당금 규모가 1년 새 두 배 가까이 늘면서 국내 생명보험사들 가운데 최대까지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재무적 위험에 일찌감치 손을 뗀 다른 생보사들과 달리 외형 성장을 위해 끝까지 유배당 상품을 놓지 않았던 농협생명은 뒤늦게 후폭풍에 직면하고 있다. 적자 쇼크에서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쓰는 와중 드리운 조삼모사의 그늘에 농협생명의 주름이 깊어가는 가운데 애꿎은 다른 고객들까지 부담을 나눠지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8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국내 24개 생보사들이 유배당 보험 가입자들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총 2308억원으로 전년 동기(3367억원) 대비 31.5%(1060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유배당 보험은 보험사가 계약자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운용해 발생한 이익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구조를 갖는 상품으로, 무배당 보험의 반대 개념이다.


생보사별로 보면 농협생명의 유배당 계약 배당금이 같은 기간 573억원에서 1032억원으로 80.2%(459억원) 급증하며 액수가 가장 컸다. 해당 시점에 유배당 보험 배당금 비용이 1000억원을 넘긴 생보사는 농협생명이 유일했다. 아울러 이 액수가 100억원을 넘는 대형사들 중 증가세를 나타낸 곳도 농협생명뿐이었다.


반면 생보 빅3의 유배당 계약 배당금은 일제히 줄어든 모습이었다. 우선 삼성생명의 유배당 보험 배당금 지급액은 1597억원에서 563억원으로 64.8%(1034억원)나 감소했다. 한화생명 역시 264억원에서 246억원으로, 교보생명도 126억원에서 112억원으로 각각 6.6%(18억원)와 10.8%(14억원)씩 유배당 계약 배당금이 축소됐다.


농협생명의 유배당 보험 관련 비용이 이렇게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비교적 최근까지 유배당 상품 영업을 계속해왔기 때문이다. 반대로 다른 대형 생보사들은 이미 수십년 전부터 유배당 보험을 취급하지 않아온 덕분에 이에 연계된 배당금도 빠르게 쪼그라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원래 유배당 상품은 우리나라 생보업계의 전통적인 상품 유형이었다. 그런데 1990년대부터 국내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던 외국계 생보사들의 소비자 선택권을 넓힌다는 명분으로 무배당 보험을 선보이면서 판이 달라졌다. 무배당 상품은 배당이 없는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험료를 앞세워 소비자들의 마음을 끌었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유지비용이 적은 무배당 상품을 마다할 까닭이 없었던 탓에 유배당 보험은 점차 보험업계에서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농협생명은 2012년 농협법 개정에 따른 신용·경제 분리방침에 의해 기존 농협공제에서 별도 보험사로 분리된 다음에도 유배당 보험을 꾸준히 팔았다. 오히려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유배당 상품에 힘을 실었다. 경쟁사들보다 대면 영업 채널이 부족하고 방카슈랑스에 특화돼 있던 사업 구조에 기대 유배당 즉시연금 등 일시납 저축성 보험을 내세워 입지를 키웠다. 신경 분리 후 이어진 농협금융으로부터의 자본 수혈은 이런 행보에 뒷받침이 됐다.


문제는 2010년대를 기점으로 저금리 기조가 심화하면서 불거졌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시장 금리가 크게 하락하면서, 유배당 상품 약관에 보장된 금리로 인한 보험사의 짐은 무거워졌다. 금리 추락과 함께 보험업계의 자산운용 수익률이 밑돌면서 이차 역마진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실제로 2008년 평균 5.51%였던 생보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은 올해 상반기 3.21%로 10여년 새 2.30%포인트 급락했다. 이 수치는 보험사가 보유 자산을 현금이나 예금, 부동산 등에 투자해 올린 성과 지표로, 낮아질수록 자산운용 능력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이 같은 유배당 보험으로 인한 역풍은 실적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농협생명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고객들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은 대목이다. 보험사의 수익 악화는 장기적으로 가입자 전체 보험료에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지난해 농협생명은 1141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손실을 냈다. 과거의 저축성 상품 중심 관행에서 탈피해 보장성 보험으로 영업 체질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실적 정체가 있었던 데다, 환율 관리 비용 확대와 주가 지수 급락 등으로 인한 투자 손실이 겹치며 적자 폭이 커졌다. 다만 올해는 3분기까지 24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흑자 전환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농협생명은 뒤늦게 시장에 참여하게 된 한계를 극복하고자 미래의 재정적 부담을 감안하고 유배당 상품을 통한 외형 성장에 주력해 왔는데, 금리가 생각보다 더 바닥을 밑돌면서 짐이 가중되고 있다"이라며 "손실을 공유하는 보험 사업의 기반을 고려하면, 이와 무관한 고객들까지 잠재적 손실을 나눠지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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