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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지주 합병방식 규탄”···거리 나서는 오렌지라이프 소액주주들

백서원 기자
입력 2019.11.21 06:00 수정 2019.11.21 08:08

주주들 “주가 바닥 다지자 합병 발표, 소액주주 지분 헐값에 강탈”

신한지주 “오히려 주주들 배려…기말 배당 등 주주환원 장치 마련”

주주들 “주가 바닥 다지자 합병 발표, 소액주주 지분 헐값에 강탈”
신한지주 “오히려 주주들 배려…기말 배당 등 주주환원 장치 마련”


서울시 중구 소재 신한금융그룹ⓒ신한금융그룹 서울시 중구 소재 신한금융그룹ⓒ신한금융그룹

신한금융지주가 주식교환 방식을 통해 오렌지라이프의 잔여 지분을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오렌지라이프 소액주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주가가 낮을 때 계약이 체결돼 교환가액이 큰 폭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손실 가능성이 높아지자 소액주주들은 집단 대응을 예고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와 오렌지라이프는 지난 19일 포괄적 주식 교환 계약을 체결했다. 신한지주는 앞서 14일 이사회를 열어 오렌지라이프의 잔여 지분 40.85%에 대한 주식 교환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신한지주는 지분 59.15%를 확보하고 있는 생명보험사 오렌지라이프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게 된다. 주주 확정 기준일은 이달 29일, 주주총회 예정일은 내년 1월 10일이다.

교환 비율은 신한지주 주식 1주당 오렌지라이프 주식 0.66주, 교환가액은 신한지주 4만3336원에 오렌지라이프 2만8008원이다. 주식교환가액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이사회 결의일과 주식 교환 거래를 체결한 날 중 앞서는 날의 전날인 지난 13일을 기준으로 최근 1개월, 최근 일주일간 거래량에 따른 가중산술평균종가의 평균가로 산정됐다.

오렌지라이프 소액주주들은 이러한 신한지주의 결정에 제동을 걸었다. 이들 소액주주는 “이번 합병 기준가인 2만8200원은 1년 전 신한지주가 MBK파트너스로부터 인수한 주당 4만7400원의 60%에 불과하고, 상장 당시 공모가인 3만3000원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오렌지라이프 소액주주모임과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권익 보호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소액주주와 한투연은 보도자료를 내고 “주가가 3만5000원 수준이던 올해 상반기에는 합병을 하지 않다가 주가가 바닥을 다지고 더 이상 떨어지지 않는 시점에 합병을 발표한 것은 신한의 계산된 의도”라고 주장했다.

소액주주들과 한투연은 이번 신한지주의 합병 방식이 이뤄질 수 있었던 관련 제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소액주주에게 피해를 주는 현재의 인수합병과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에 관한 법규 및 제도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들은 “신한지주가 소액주주 지분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택한 현재 시장 주가를 기준으로 한 주식교환 방식은 과거부터 대주주나 인수 주체의 이익을 위해 소액주주 지분을 싸게 사는 방법으로 악용돼왔다”며 “인위적 주가 조작이 가능하고 기업의 본질 가치와 무관하게 주가가 형성되는 게 다반사”라고 강조했다. 또 “소액주주 지분을 헐값에 강탈하는 것이 거대 금융사인 신한지주가 자랑하는 선진 금융기법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4만5000원 이상에서 거래되던 주가는 신한지주가 MBK파트너스로부터 인수를 추진한다는 얘기가 나온 뒤부터 급락했는데 이때부터 ‘보이지 않는 손’이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며 “그게 아니라면 지속적인 주가 하락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들은 “명확한 증거를 일반 개인이 찾을 수는 없는 현실이기에 금융감독 당국의 조사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한지주는 오히려 소액주주들에 대한 배려와 배당 의지를 포함해 내린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그동안 저금리 기조와 보험업 불황으로 주가가 더 낮을 때도 있었지만 연말 배당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최저점을 지나 어느 정도 반등한 상태”라며 “내년 또 금리 인하 이슈가 불거지면 보험 등 금융업의 주가가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라서 그에 앞서 주주들에게 도움을 드리고자 시점을 지금으로 잡았다”고 밝혔다. 주식 교환 시기를 내년 초로 이연한 것도 주주에게 밝힌 대로 기말 배당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란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가격에 대한 문제는 ‘시장가’란 측면에서 봐야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희는 경영권을 60% 보유한 상태에서 상법상으로 권한을 다 가지고 있음에도 주식 교환 시기를 유리하게 잡거나 배당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실질적인 배려를 하는 것”이라며 “주주들은 주식매매청구권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내년 신주를 발행하면서 주식 소각을 할 계획”이라며 “기존 신한지주 주주들에 대한 주주환원이면서, 동시에 오렌지라이프 주주들이 신한지주로 오게 되면 주가가 상승할 수 있게끔 장치도 마련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신한지주는 오렌지라이프 보유 자사주(약 430억원)와 주식교환 과정에서 발행될 신한지주 신주(약 3600억원) 규모 범위 내에서 자사주 매입 및 소각계획을 발표했다.

오렌지라이프 주주들은 “눈치껏 최대한 낮은 가격에 잔여 지분을 사들인 뒤 투자자 반감을 누르려는 시도로, 최종적으로는 오렌지라이프 주주들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오렌지라이프 소액주주모임과 한투연은 신한지주의 합병 방식 저지에 고삐를 죄겠다고 밝혔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신한지주 앞에서 다음주부터 1개월간 릴레이 시위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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