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갭투자 뒷북 규제' 5대銀 전세대출 올해만 14조 '눈덩이'

부광우 기자
입력 2019.11.19 06:00 수정 2019.11.18 17:35

3분기 말 76조8419억…지난해 말보다 19.8% 늘어

투기 수요가 확대 부채질…소 잃고 외양간 고치나

3분기 말 76조8419억…지난해 말보다 19.8% 늘어
투기 수요가 확대 부채질…소 잃고 외양간 고치나


국내 5대 은행 전세자금대출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은행 전세자금대출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은행들이 내준 전세자금대출이 올해 들어서만 14조원 가까이 불어나며 8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추락으로 이자 마진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그나마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전세대출에 은행들이 힘을 쏟는 와중, 갭투자를 노린 투기 수요가 맞물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 최근 정부가 본격 규제에 나서기 시작했지만, 이미 전세대출이 커질 대로 커져버린 뒤에 나온 조치란 점에서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들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총 76조9257억원으로 지난해 말(62조9761억원)보다 22.2%(13조9496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보면 농협은행의 전세대출 증가세가 제일 가팔랐다. 같은 기간 농협은행이 보유한 전세대출은 9조2302억원에서 15조148억원으로 62.7%(5조7846억원) 급증했다. 또 하나은행의 전세대출이 9조2475억원에서 12조2282억원으로 32.2%(2조9807억원)나 늘었다. 국민은행 역시 12조5754억원에서 15조3884억원으로, 신한은행도 16조845억원에서 18조4021억원으로 각각 22.4%(2조8130억원)와 14.4%(2조3176억원)씩 전세대출이 증가했다. 우리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15조8385억원에서 0.3%(537억원) 늘어난 15조8922억원을 기록했다.

이렇게 은행들이 전세대출 영업에 공을 들이는 요인으로는 안정성과 수익 면에서의 장점이 꼽힌다. 우선 전세대출은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 등이 90% 이상을 보증해 은행의 손실 부담이 거의 없는 상품이다. 또 이자 마진도 상당하다. 지난 9월 기준 주금공의 전세자금대출 은행 평균 가산금리는 1.63%로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 1.24%보다 훨씬 높았다. 신용대출(1.78%)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을 정도다.

여기에 갭투자 세력이 전세대출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로 주택담보대출이 막히자 전세대출을 이용한 갭투자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어서다. 1주택자들이 집을 팔고 전세대출을 받아 인근 전셋집에 입주한 뒤 기존 주택 매매금을 활용해 전세를 끼고 다른 아파트를 매입하는 식이다.

여기에 보증금을 실제보다 부풀려 계약하는 수법이 만연하고 있는 실정도 전세대출 증대를 부채질하고 있는 요소로 거론된다. 집주인과 세입자가 짜고 계약서 상 전세금을 올려 적는 이른바 업계약이다. 이를 통해 세입자는 전세금 전액을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고, 집주인은 그만큼 갭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처럼 현장에서 전세대출을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지자 마침내 정부도 칼을 빼들었다. 국토교통부와 금융당국은 이번 달 11일부터 9억원 이상 주택 소유자에 대한 전세대출의 공적 보증을 막기로 했다. 고가의 집을 가진 이들이 담보대출 대신 전세대출을 받아 시세차익을 노린 갭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공적 보증은 주금공과 주택도시보증공사가 해 주는데, 이 보증이 없으면 은행에서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없다.

금융권에서는 앞으로 전세대출에 대한 옥죄기가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부의 종합적인 가계대출 규제 강화 기조 속에서 마지막 구멍으로 지목돼 온 부분이 전세대출이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타이밍을 놓친 처방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갭투자가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위험의 핵심으로 지목되면서 전세대출에 대한 규제 압박은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본다"며 "다만, 이와 관련된 문제의식이 꽤 오래 전부터 피어오르고 있었던 현실을 고려하면 대책이 너무 늦게 나온 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