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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백배 레바논 원정, ‘베이루트 참사’의 기억

김태훈 기자
입력 2019.11.14 14:11 수정 2020.01.15 08:40

7년 전 1-2 패했던 스포츠시티스타디움서 또 만나

당시 패배 조광래 감독 경질의 결정적 빌미 돼

조광래 감독이 지휘한 한국 축구대표팀은 2011년 11월 15일 레바논 베이루트 원정서 졸전 끝에 1-2 패했다. AFC 중계화면 캡처 조광래 감독이 지휘한 한국 축구대표팀은 2011년 11월 15일 레바논 베이루트 원정서 졸전 끝에 1-2 패했다. AFC 중계화면 캡처


'또 베이루트'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매우 부담스러운 레바논 원정에 나선다.


벤투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피파랭킹 39위)은 14일 오후 10시(한국시각) 레바논 베이루트 카밀 샤문 스포츠시티스타디움서 킥오프하는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4차전 레바논(피파랭킹 91위)과의 원정경기를 치른다.


한국은 2승1무(승점7)로 북한(승점7)과 조 선두를 다투고 있고, 레바논(승점6)이 뒤를 쫒고 있다. 험난했던 북한 원정을 무승부로 마친 대표팀에 레바논 원정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정이다. 자칫 레바논 원정에서 패하면 조 3위로 추락할 수 있다. 레바논 원정은 조 2위도 최종예선행을 장담할 수 없는 2차 예선에서 가장 큰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현재 레바논은 어수선하다. 반정부 시위가 한창이다. 대표팀이 레바논에 도착한 날도 시위대가 타이어에 불을 질러 공항에서 베이루트 시내로 가는 길이 막혔다. 경찰 호위 속에 대표팀 선수들은 안전하게 숙소에 도착했지만 많은 취재진은 우회도로를 통해 이동해야 했다. 이런 불안한 정세 때문에 대표팀은 레바논 현지 적응훈련을 생략했다.


피파랭킹과 통산 상대전적(9승2무1패 한국 우위)만 놓고 보면 과잉 우려로 보이지만 베이루트 전적만 놓고 보면 괜한 우려가 아니다. 역대 베이루트에서의 전적은 1승2무1패로 팽팽하다. 그나마 거둔 1승도 26년 전이다.


최근 3경기에서는 2무1패로 열세다. 지난 2011년 11월15일 열린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5차전에서는 1-2로 졌다. 이른바 ‘베이루트 참사’다. 후폭풍은 거셌다. 감독의 경질까지 불러왔다.


조광래(2010년 7월~2011년 12월) 감독은 A매치 12승6무3패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지만, 레바논전 패배와 한일전 참패(0-3)로 1년 4개월 만에 경질됐다. ⓒ 연합뉴스 조광래(2010년 7월~2011년 12월) 감독은 A매치 12승6무3패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지만, 레바논전 패배와 한일전 참패(0-3)로 1년 4개월 만에 경질됐다. ⓒ 연합뉴스


당시 대표팀은 기습적인 선제골을 얻어맞았다. 전반 5분 한국 진영 오른쪽에서 레바논의 코너킥 때 수비수 맞고 굴절된 볼을 레바논의 수비수가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을 열었다. 너무나도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내준 조광래 감독도 당혹한 기색이 역력했다.


반격에 나선 한국은 몇 차례 결정적 득점 찬스를 놓쳤지만, 전반 20분 페널티킥으로 동점골을 만들었다. 레바논 페널티박스 안에서 이근호가 상대 파울로 얻은 페널티킥을 구자철이 침착하게 골로 마무리했다. 불과 10분 뒤 구자철은 페널티박스에서 골을 걷어내려다 상대 선수를 무릎으로 가격했다. 레바논의 페널티킥이 선언됐고, 키커에 골을 허용한 뒤 1-2로 패했다.


홈에서 가진 3차 예선과 최종예선 6-0, 3-0 대승을 거뒀던 대표팀은 베이루트에서 예상 밖의 패배를 당했다. 비기기만 해도 자력으로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할 수 있었지만 그 기회를 놓쳤다.


당시 사령탑이었던 조광래(2010년 7월~2011년 12월) 감독은 A매치 12승6무3패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지만, 레바논전 패배와 한일전 참패(0-3)로 1년 4개월 만에 경질됐다. 대한축구협회 수뇌부와 갈등이 경질의 주요 원인이라는 축구계 안팎의 관측도 있었지만 레바논전 패배가 결정적 빌미가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최강희 감독도 2013년 6월5일 레바논전에서 진땀을 뺐다. 후반 추가시간 터진 극적인 동점골 덕에 간신히 1-1 비겼다).


벤투 감독이 베이루트 참사의 기억을 지워낼 만한 통쾌한 승리를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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