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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병 연예인 사진 규제 당연하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입력 2019.11.14 08:20 수정 2019.11.14 08:04

<하재근의 이슈분석> 술에 관대한 사회에 경종을 울려야

<하재근의 이슈분석> 술에 관대한 사회에 경종을 울려야

ⓒ데일리안 ⓒ데일리안

최근 보건복지부가 술병에 연예인 사진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하자 큰 반발이 일었다.

‘누가 술병에 연예인 사진 보고 술 먹냐?’
‘이런 사소한 거도 제재하려는 국가는 정상적인 국가는 아니지’
‘개돼지로 보이나 연예인 사진 유무가 뭔 상관인가’
‘정부 하는 짓이라고는 유치해서~~ 옛날로 돌아가서 장발도 단속해야지’

이런 식의 반발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나타났고 뉴스 대담이나 신문 칼럼에서도 이것과 유사한 논리의 반발이 있었다. 한 마디로 ‘국민이 연예인 얼굴 보고 술 먹는 줄 아느냐’는 주장이다.

하지만 인간이 그렇게 합리적이지 않다는 게 불편한 진실이다. 광고는 인간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다만 그 영향이 의식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영역 아래에서 이루어지다보니 우리가 자각을 못할 뿐이다. 그런 영향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독자적인 합리적 선택이라고 믿는 것이 인간의 착각이다.

광고를 하기 위해서, 연예인 얼굴 사진을 붙이기 위해서 술 회사는 거액을 쏟아 붇는다. 효과가 없다면 기업이 그런 일에 예산을 쓸 리가 없다. 오랜 역사 동안 효과가 검증 됐기 때문에 수많은 기업이 연예인 얼굴 사진을 쓰기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바로 그런 효과 때문에 OECD 회원국들은 술병에 연예인 광고 사진을 붙이지 못하게 한다. 연예인 사진을 붙여도 되는 나라는 OECD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외국인들은 우리 술병에 붙은 사진이 연예인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려보이는 아이돌 사진을 보고 실종아동이냐고 묻기도 한다.

보건복지부가 술병 연예인 사진 금지 검토를 하게 된 것은 국정감사에서 질의가 나왔기 때문이다. 술과 담배가 모두 1급 발암물질인데, 담배엔 경고그림을 붙이면서 왜 술에는 연예인 사진을 붙이도록 놔두느냐는 질의다. 이러한 문제제기가 나온 이상 술병 연예인 사진 금지는 필연이다.

담배는 독가스를 살포해 사람들을 해치지만 그 피해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반면에 술은 수많은 폭력, 강력 범죄 사건에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음주운전 문제도 심각하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7조1258억원일 때 음주로 인한 비용은 9조4000억원이었다.

이런데도 우리 사회엔 술에 아주 관대한 문화가 있다. 범죄도 술 먹고 저지르면 봐줬다. 이러다보니 술병에 버젓이 어려보이는 연예인 사진이 찍히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이다.

이제라도 술에 관대한 사회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술병에 연예인 사진을 안 붙이는 것은 당연하고, 더 나아가 술광고 자체에 대한 규제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담뱃갑에도 앞으로는 아예 브랜드 이미지가 노출되지 못하도록 하는 등 규제강화를 논의해야 한다. 호주, 캐나다, 프랑스 등이 담뱃갑을 강력히 규제한다.

우리나라에선 담배 피고, 술에 취하는 것이 대단히 당당한 일로 인식된다. 국가와 언론이 함께 술, 담배에 관대한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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