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살아있네'…내부 비판에 보류된 '1호 영입'
입력 2019.10.31 01:00
수정 2019.10.31 05:15
배우자 기소된 박찬주 '1호 영입' 보류하기로
모르고 있던 최고위원들, 황교안에 보류 건의
대전까지 내려가 공들였지만…내부 비판 수용
배우자 기소된 박찬주 '1호 영입' 보류하기로
모르고 있던 최고위원들, 황교안에 보류 건의
대전까지 내려가 공들였지만…내부 비판 수용
자유한국당의 박찬주 전 육군 대장 '1호 영입' 계획이 엎어졌다. 사전에 알지 못했던 최고위원들이 발표 직후 민심의 동요를 들어 보류를 건의했으며, 황교안 대표가 받아들인 것이다.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당의 내부 비판 기능은 살아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한국당은 31일 열릴 영입인재 환영식에서 당초 '1호 영입'으로 예정했던 9명 중 박찬주 전 대장의 영입을 보류하기로 했다.
박 전 대장은 앞서 이른바 '공관병 갑질 의혹'에 휘말렸다. 본인은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됐으나, 배우자 전모 씨는 △식물을 잘못 관리했다는 이유로 추운 겨울날 공관병을 발코니에 남겨두고 문을 잠가 한 시간여 갇혀있게 한 혐의 △공관병의 얼굴에 수시로 물건을 집어던진 혐의(감금·폭행) 등으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러한 박 전 대장의 '1호 영입' 사실이 30일 보도되자, 한국당 사무처에는 하루종일 항의전화가 빗발친 것으로 전해졌다. 당 홈페이지에도 부정적 의견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황 대표는 박 전 대장을 영입하기 위해 대전까지 직접 내려간 것으로 알려졌는데도, 정작 지도부와는 이같은 정보가 전혀 공유되지 않았다. 최고위원들도 이날 오전 조간신문을 보고서야 영입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조경태 수석최고위원은 "그야말로 금시초문"이라며 "(당대표가 대전까지 내려가 만났다는 것은) 처음 들은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직후에 반대 의견이 벌써 불거졌다.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다 국민들의 우려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조경태 수석최고위원을 필두로, 최고위원들은 이날 오후 박맹우 사무총장을 불러 박 전 대장의 영입 경위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고 국민의 우려를 전달했다.
조경태·정미경·김순례·김광림·신보라 최고위원은 박 전 대장의 '1호 영입' 부적절성을 강조하면서 이날 건국대 특강 직후 부산에 내려가 외부일정을 소화 중인 황 대표에게 재고의 뜻을 전달해달라고 요구했다.
조 최고위원은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장의 1호 영입은) 금시초문으로, 언론을 통해 들었다"며 "'영입 1호'로 적합하지 않다는데 최고위원들의 의견은 일치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우리 당의 '영입 1호'는 청년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영입 1호'는 상징성이 있는 것 아니냐. 그런 부분에 대해 신중하게 작업했어야 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박 총장으로부터 최고위원들의 집단적 의사를 전달받은 황 대표도 영입 보류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관계자는 "'조국 사태' 당시 국민들은 조국 전 법무장관 배우자와 딸 등 일가의 행태에 분노했던 것이고, 우리 당도 그런 지점을 집중 비판했다"며 "총선을 겨냥한 '영입 1호'가 하필이면 공관병에 대한 갑질 혐의로 배우자가 기소된 분을 모신다는 것은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조국 사태' 내내 청와대를 거슬러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었던 민주당에 비하면 이번 '영입 1호'가 엎어지는 과정에서 한국당의 모습은 그래도 내부 비판 기능이 살아있는 모습이 아니냐"라고 나름대로 긍정적인 측면을 짚었다.
박 전 대장 영입을 보류한 한국당은 향후 적절한 시점에 다시 영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박 총장은 "박 전 대장은 공을 많이 들인 분인 만큼 (영입) 발표 시점을 조정할 것"이라며 "훌륭한 분인데 잘못 알려진 점들이 있어 시기를 조율하겠다"고 밝혔다.
최고위원들도 '1호 영입'이 아니라면 영입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한 최고위원은 "상징성이 큰 '1호 영입'에서 일단 빠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대표가 직접 대전까지 내려가 영입에 공을 들였는데, 아예 영입 자체가 엎어져서도 대표가 난처해지는 일이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다만 박 전 대장이 '1호 영입'이 엎어지는 과정에서 '정치적 상품성'에 흠집이 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애초부터 박 전 대장의 충남 천안 또는 논산·금산·계룡 출마를 염두에 두고 영입을 추진했기 때문에, 흠집이 난 이상 영입이 추후에 다시 성사될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를 계기로 황 대표가 인재영입에 관해 지도부가 더욱 폭넓게 소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영입 1호'는 국민에게 주는 '울림'이 없었다"며 "특히 황 대표가 평소 청년·여성을 강조했는데, 그런 측면에서 보면 확실히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황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영입인사 발표는 (1호 영입이) 전부가 아니라 계속 발표해나갈 것"이라며 "더 좋은 분들을 모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국당 핵심관계자는 "많은 분들을 추천받아 광범위하게 접촉하고 있다"며 "접촉대상은 굉장히 많지만, 야당에 영입돼 정치에 뛰어든다는 결단을 쉽사리 내리지 못하는 분들이 많아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