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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군산 전기차공장 마저 '파업천국' 만들려는 금속노조

박영국 기자
입력 2019.10.27 07:00 수정 2019.10.26 20:46

협약서상 '상생협의회', '임금관리위원회' 역할 문제삼아

적정임금 유지 위한 장치 두고 '노동 부정' 비난

협약서상 '상생협의회', '임금관리위원회' 역할 문제삼아
적정임금 유지 위한 장치 두고 '노동 부정' 비난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전라북도 군산시 명신 군산 프레스공장에서 열린 전북 군산형 일자리 상생협약식에 참석, 상생협역식에 서명을 한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전라북도 군산시 명신 군산 프레스공장에서 열린 전북 군산형 일자리 상생협약식에 참석, 상생협역식에 서명을 한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2018년 5월 한국GM의 군산 완성차 공장 폐쇄는 군산 지역경제를 극한으로 몰아넣었다. 수천 명의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수십 곳의 협력사들이 일감을 잃었다. 인근 음식점들은 파리를 날렸고, 지역 부동산 가격도 급락하는 등 도시 전체가 초토화되다시피했다. 공장 한 곳이 근로자들과 산업 생태계에, 나아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 단적인 예였다.

다행히 텅 비었던 군산공장을 다시 채울 방법이 마련됐다. 한국GM이 철수한 군산공장과 새만금 산단 지역에 명신컨소시엄(명신·MS오토텍)과 새만금컨소시엄(에디슨모터스·대창모터스코스텍·엠피에스 등)을 중심으로 완성차와 부품까지 망라하는 전기차 클러스터를 구축하기로 한 것이다.

이와 관련, 지난 24일 군산 명신 프레스공장(옛 한국GM 군산공장)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군산형 일자리 상생 협약식’까지 열렸다.

하지만 군산 지역경제 회생의 계기가 될 잔칫날에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시비를 걸고 나섰다. ‘군산형 일자리 공장’에서는 임금을 무한정으로 올릴 수도 없고 마음껏 파업을 할 수도 없으니 이번 협약은 ‘노동을 부정한 협약’이라는 것이다.

금속노조는 협약식 직후 성명을 내고 군산형 일자리 공장의 참여기업과 노동자, 원하청의 이해 보장을 위해 만든 ‘상생협의회’와 그 산하 ‘임금관리위원회’의 역할을 문제삼고 나섰다.

협약서에는 임금관리위원회가 생산효율 보장 차원에서 ‘적정임금’을 유지하기 위해 매년 임금 구간과 상승률을 결정해 노사에 통보하도록 돼 있고, 참여기업 노사는 이 결정 한도 내에서만 임금을 논의할 수 있다.

또, 생산개시 후 5년 간은 노사간 이견이 발생할 경우 상생협의회의 조정을 수용하도록 했다. 이같은 조항을 어길 경우 지방자치단체는 지원금을 전액 회수하도록 협약서에 명시돼 있다.

금속노조는 “임금관리위원회는 노사간의 자율협상을 배제한 일방적인 임금통제기구에 불과하다”면서 “협약서대로라면 교섭할 거리도 없고 파업이 일어날 리도 없는 장치”라고 지적했다.

또, 상생협의회의 조정 권한에 대해서는 “5년간 무파업사업장으로 갈 수밖에 없는 장치”라 비판했고, 지자체의 지원금 회수 조항에 대해서는 “노동자와 노조가 정당한 요구를 제기하면 지방정부가 나서서 폐업하고 일자리를 날려버리겠다는 협박”이라고 주장했다.

군산형 일자리 공장에 적정임금 통제 장치를 만들어 둔 것은 기존 완성차업체의 임금구조와 노사간 힘의 불균형을 유지하는 조건 하에서는 신규 공장 설립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노조가 수시로 파업을 통해 생산라인을 멈추고 사측에 막대한 타격을 입혀 가며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기존 완성차업체의 구조를 그대로 도입한다면 시작은 중소기업 임금으로 시작했더라도 결국은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와 같은 연봉 1억원에 육박하는 고임금 사업장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구조라면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사업자도, 물량을 주겠다는 원청도 없을 것이고 결국 공장 설립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이를 감안해 불가피하게 만든 일종의 안전장치를 금속노조는 ‘노동을 부정한 협약서’라며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 협약에는 전라북도와 군산시, 참여 업체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군산지부는 물론, 금속노조와 같은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군산지부도 참여했다. 몰락한 군산 지역경제를 되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에 지자체와 노사 모두가 중지를 모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발표된 금속노조의 성명은 ‘노조에 극단적으로 편향된 노사간 힘의 균형을 유지하고 임금을 무한대로 올릴 수 있는 사업장이 아니라면 아예 만들지도 말라’는 메시지와 다를 바 없다.

망해가는 집에서 가까스로 가게를 열어 입에 풀칠이라도 해보려는데 ‘그런 식으로 장사할 것이라면 차라리 굶으라’고 핀잔을 주는 것만큼이나 무책임하고 잔인하게 느껴진다.

광주형 일자리나 군산형 일자리는 갈수록 척박해지는 제조업 환경 속에서도 어떻게든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는 몸부림이다. 금속노조가 ‘귀족노조’라 불리는 고임금 사업장 노조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새 일자리로 향한 청년들의 꿈을 짓밟아서는 안될 것이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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