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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고사 직전의 자금조달 시장⋯상생의 묘수 절실하다

최이레 기자
입력 2019.10.25 07:00 수정 2019.10.24 21:28

원금손실 나는 위험 시장 낙인 금물⋯부실기업 인식 변화 필요

심할 경우 시장 기능 상실⋯시장 소생 위해 전향적 조처 요구

원금손실 나는 위험 시장 낙인 금물⋯부실기업 인식 변화 필요
심할 경우 시장 기능 상실⋯시장 소생 위해 전향적 조처 요구


연이어 터지고 있는 금융사고들로 인해 시장 경색이 불가피 하지만 여러 코스닥 상장사들의 자금조달 창구가 되고 있는 사모사채, 메자닌채권시장이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금융감독당국의 묘수가 절실한 시점이다. ⓒ뉴시스 연이어 터지고 있는 금융사고들로 인해 시장 경색이 불가피 하지만 여러 코스닥 상장사들의 자금조달 창구가 되고 있는 사모사채, 메자닌채권시장이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금융감독당국의 묘수가 절실한 시점이다. ⓒ뉴시스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는 저서를 통해 산업재해가 발생해 1명의 중상자가 발생하면 같은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 경상자는 29명, 또 동일한 원인으로 다칠 뻔 한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바로 '1:29:300' 법칙으로 더 유명한 '하인리히 법칙'인데 큰 대형사고가 일어나기 전 29번의 중형급 사고가 발생하고 300회의 전조 현상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이 하인리히 법칙을 생각했을 때 하반기 들어 연이어 터지고 있는 파생결합상품(DLS·DLF) 및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사태는 우리 자본시장, 더 큰 의미에서 금융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상당하다.

어쩌면 이런 굵직한 사건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지만 진짜 위기는 아직 안 왔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일련의 전조 현상들을 고려했을 때 빠른 시일 내에 닥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이번에 일어난 라임자산운용 사태를 선제적 예방 차원에서 반면교사로 삼으면 좋을 것 같다. 특히, 미국처럼 정크본드 시장, 하이일드펀드 시장, QIB(적격투자자) 시장을 갖지 못한 제한적인 국내 시장 환경 상 사모사채 시장, 메자닌채권 시장을 원금 보장 안 되고 손실만 나는 위험한 시장으로 낙인을 찍으면 안 된다.

적절한 자금조달 시장이 없는 상황에서 이들 시장이 죽어버리면 코스닥에 상장된 수많은 혁신기업, 중소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할 방도가 없어진다. 신용등급을 매길 경우 대부분의 상장사들은 트리플 B 이하의 기업들일 것이다. 은행에서 이들에게 필요한 운전 자금을 대출해줄리 만무하다.

그렇다고 은행을 탓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고객의 예금을 관리하는 게 제1 덕목인 은행에게 제대로 된 신용등급 조차 갖지 못한 기업들에 돈을 빌려주라고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선, 인식의 전환이 수반되지 않으면 사모사채·메자닌채권 시장의 위축이 장기화 될 수밖에 없다.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조달을 한 전례가 있다고 해서 모두 부실기업일 것이라는 편견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발행기업의 신용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부실하다보니 정확한 신용 분석이 필요한데 이를 통해 객관적인 투자 판단이 가능하도록 여건 조성이 돼야 한다.

이와 더불어 감독당국은 이미 발생한 사태 수습 및 조사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점차 가시화 돼 가는 코스닥시장의 내재화된 위험에 대한 대비도 병행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만약 이번 사태에 대한 생채기가 아직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또 다른 대형 금융사고가 터지게 되면 그에 대한 피해는 오롯이 일반 투자자와 영세 코스닥 기업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한 시장 경색 국면은 불 보듯 뻔 한 일이다.

금융규제는 양날의 검과 같다. 이런 사고가 계속 터진다고 해서 규제를 강화하게 되면 자금조달이 안 되는 기업들이 속출해 다시 규제를 완화할 수밖에 없다. 규제를 완화하면 유사한 사고가 다시 발생해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결국, 시장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금융 후진성이 고착화 될 것이다.

따라서 이런 예민하고 민감한 특성을 지닌 금융시장에 대한 접근은 그만큼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 어느 때 보다 금융·감독당국이 전문성을 발휘해야 되는 때라고 생각한다. 특히, 투자자들의 계속된 손실로 인해 금융 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훼손되면 은행은 물론 직접금융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길이 막히게 된다.

그러면 수많은 중소기업으로 이뤄진 코스닥시장의 투자 환경은 악화될 수밖에 없는데 극단적인 얘기지만 심할 경우 시장의 기능까지 상실할 수도 있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옛 말에 건강한 밭에서 건강한 싹이 자란다고 했다. 이번 사태로 여러 코스닥 업체들은 지금부터 자금조달 걱정을 해야 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물론, 자본잠식 가능성이 높은 위험한 회사에 자금을 조달해줘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기술력이 충분하고 성장성이 유망하지만 자기자본이 미미한 원석의 기업들을 발굴해 자금 경색으로 질식하지 않도록 적시적소에 공급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 그래야 한국형 유니콘기업이 출현할 수 있는 토대를 다지게 되고 시장의 활성화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고사 직전의 시장이 소생해 투자자들과 상생할 수 있도록 금융·감독당국의 전향적인 조치가 요구된다.

최이레 기자 (Ir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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