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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리더십 문제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9.10.22 09:00 수정 2019.10.22 08:23

<김우석의 이인삼각> ‘비전’·‘포지셔닝’·‘커뮤니케이션’, 낙제점

문재인정부, 국민의 뜻 받들지 않으면 ‘불행한 결과’ 피하기 힘들 것

<김우석의 이인삼각> ‘비전’·‘포지셔닝’·‘커뮤니케이션’, 낙제점
문재인정부, 국민의 뜻 받들지 않으면 ‘불행한 결과’ 피하기 힘들 것


ⓒ데일리안 ⓒ데일리안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11월이면 반환점에 도달한다. 임기의 반이 지났고, 지지율도 반토막이 됐다. 문제는 아직도 임기가 반이나 남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지지율을 올리거나 유지할 뾰족한 무기가 없다. 이미 모든 호재를 소진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무기는 ‘헌법이 보장한 남의 임기’ 뿐인 것 같다. 그러나 그마저도 그렇게 믿음직한 무기가 아니다. 그가 끌어내린 전 정권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 이제 고민하고 있다. ‘임기는 마저 채우라’고 할 것인지, 아니면 ‘더는 못 참겠으니 이제 그만 하라’고 해야 할지. 그래서 판단기준이 될 ‘문재인 리더십’을 따져봤다. 리더십을 판단함에 있어서도 기준이 있어야 한다. 필자는 리더십론의 세계적 석학이자 ‘구루(Guru)’로 칭해지는 워렌 베니스가 설파한 기준을 적용해 볼 것이다. 그리고 그 기준을 역사 속 인물인 알렉산더의 행태를 통해 설명한 뒤, 문재인 대통령에게 적용해 보겠다.

워렌 베니스는 ‘비전’과 ‘포지셔닝’, ‘커뮤니케이션’을 리더십의 요체로 봤다. 그는 말한다. △ 비전을 통해 관심을 확보하라 △ 포지셔닝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라 △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의미를 추구하라.

알렉산더의 ‘비전’은 “그리스 문화의 전파”였다. 그는 폭압적 시스템의 페르시아를 정벌했다. 지중해를 내해로 삼고, 인도까지 내달렸다. 그는 청소년기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지도를 받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고대 그리스문화 전통을 집대성한 철학자다. 그는 풍요로운 그리스 문화의 결실이었고, 서구 민주주의의 기반을 구축했다. 특유의 모험심과 전략적·신체적 능력을 갖춘 알렉산더는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고대 그리스의 풍성한 문화와 전통을 사사했다. 그는 그리스의 사상과 시스템을 전파하는 사명을 갖고, 최강의 페르시아 군대에 담대히 맞섰을 것이다. 그는 ‘그리스문화 전파’라는 역사적 소명을 충실히 이행했다. 실지로 알렉산더가 개척한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는 암흑기 중세시대를 거친 유럽이 르네상스 문화를 개창할 수 있도록 고대 그리스 문화를 보전하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담당했다. 알렉산더가 위대한 것은 단순히 영토를 넓혀서가 아니다. 인류문화의 한 전형을 보전하고 확산 시켰기 때문이다. 마치 나폴레옹이 전 유럽을 정벌하며 근대 계몽주의를 전파했듯이 말이다.

다음은 ‘포지셔닝’이다. 비전만으로는 과업을 이룰 수 없다. 포지셔닝을 통해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포지셔닝을 진법과 같다. 바둑으로 말하면 포석이다. 적에 맞서 자신과 아군을 배치하는 것이다. 알렉산더는 아버지로부터 이어받은 ‘망치와 모루 전법’의 효용을 현실전투에서 극대화했다. 모루로 적의 공격을 버텨내고 망치로 공격해 적의 주력을 와해시키는 전법이다. 모루전술을 극대화하기 위해 창의 길이도 길게 했다. 그러나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다. 모루군이 버티는 동안 망치부대가 적의 본진을 공격한다. 여기서 기병대의 역할이 빛을 발한다. 가장 먼저 달려가 적 진영을 깨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알렉산더는 기병대의 선봉에 섰고 가장 빨리 달려 적장을 공격했다. 콘트롤타워를 제거하는 것이다. 그러게 진영이 무너지면 그 다음은 살육수준의 전투가 된다. 이 전법이 거듭 효과를 거두자, 마케도니아 군대는 그를 리더로 신뢰했고 사기는 충만해 졌다. 무적의 군대가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커뮤니케이션’이다. 이는 구체적인 전투다. 포지셔닝이 포석이라면 커뮤니케이션은 싸움바둑이다. 어떤 이는 인내심으로 견디는 바둑을 두고, 어떤 이는 싸움바둑을 선호한다. 일종의 전술이다. 베니스는 여기서 ‘의미를 추구하라’고 조언한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조직의 가치와 의미를 공유한 군대는 최강의 군대가 된다. 마키아벨리는 그의 저서 <군주론>에서 훌륭한 군대를 논하며 ‘용병은 무익’하고 ‘원군은 위험’하다고 평했다. 가치와 의미를 공유한 ‘자국군’이 주력이 되지 않으면 국가는 존립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무력은 개별 군인의 물리적 힘의 총합이 아니다. 의미 공유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은 핵심역량이 된다. 현대 군대에서도 ‘정훈교육’이 중요시 되는 이유다. 알렉산더 군에는 용병들도 있었고, 현지에서 합류한 군대도 있었다. 그러나 주력은 잘 훈련되고 막강한 마케도니아 정규군이었다. 이들은 같은 언어에 그리스식 대화법을 통해 의미를 공유했다.

이제 본론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리더십의 기준을 놓고 보면 낙제점이다.

‘비전’은 허구로 밝혀졌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식에서 ‘평등’, ‘공정’, ‘정의’가 추구하는 비전이라고 했다. 이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국민도 섬기겠다’고 했다. 그래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모두 거짓이었다. 취임사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자신에 반대했던 정적을 ‘적폐’로 몰았다. 정치보복에 날 새는 줄 몰랐다. 모두 ‘말의 성찬’이었음이 밝혀졌다. 기회는 불평등했다. 자신의 진영과 귀족노조의 특권만 보장했다. 과정은 불공정했고 결과는 정의와는 너무 거리가 멀었다. 조국사태를 보며 그 민낯이 백일하는 드러났다.

‘포지셔닝’도 낙제점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스스로 ‘통합의 중심’, ‘개혁의 주역’임을 선포했다. 그러나 그는 중심이 아니었다. 민노총 등의 촛불청구서에 쩔쩔매고 그들을 사주를 받아 상대편을 괴롭혔다. 국내정치는 차치하고, 국제외교에서 헛소리와 빈말이 너무 극명해서 낯이 뜨거워질 지경이다. 북미대화에서는 ‘중재자’, ‘촉진자’라는 포지셔닝을 공표했다. 그러나 미국, 북한 모두 문 대통령은 ‘빠지라’고 했다. 북한은 외교적 수사도 쓰지 않고 노골적으로 적의를 표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모욕감도 느끼지 못하는지 맹목적이다. 국민은 그의 포지션을 믿고 싶었지만, 결과가 거듭 거꾸로 나오니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그는 진법도 없고, 중심도 없다. 그러니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은 말할 것도 없다. 전략이 거짓이니 전술은 허풍일 수 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초기에 ‘소통의 달인’이라는 소리를 들었으나, 시간이 지나며 ‘쇼통의 달인’이란 불명예를 안았다. 임기 반이 가까워 오면서 상황이 나빠지고 쇼도 효과가 없자, 어느 순간부터 ‘대인기피증’에 사로잡혀 있다. 작당들의 회의나 통제된 행사가 아니면 국민 앞에 나서지 못한다. 광화문에서 유사이래 최대의 반정부집회가 열려도, 집권 초 약속과 달리 모른체로 일관한다. 맹꽁이 같이 듣지는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아니면 팩트 조작도 서슴치 않는다. 이런 ‘유체이탈화법’은 집권말기의 전형적 현상이다.

이제 문재인 정권의 점수는 확인됐다. 그에 상응한 조치를 취할 때다. 이번 주말에 광화문에서 최후통첩이 있을 것이다. 구체적 조치는 내년 총선에 나온다. 그래도 바뀌지 않으면 그 다음은 ‘퇴출조치’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행한 결과’를 피하기 힘들 것이다.

글/김우석 (현)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국민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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