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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에 공허해진 '소통 대통령'

이충재 기자
입력 2019.10.14 04:00 수정 2019.10.14 08:07

"집권3년차에 국민목소리 차단된 '외딴섬' 고립"

'조국 파문'에 민심 공감할 메시지 내놓지 못해

"광화문서 소주한잔 하겠다"던 약속과 동떨어져

"집권3년차에 국민목소리 차단된 '외딴섬' 고립"
'조국 파문'에 민심 공감할 메시지 내놓지 못해
"광화문서 소주한잔 하겠다"던 약속과 동떨어져


'소통'을 누구보다 강조해온 문재인 대통령에게 생소한 발언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대통령을 외딴섬처럼 고립시켜 놓은 청와대의 '구조적 문제'가 집권 3년차에 나타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자료사진)ⓒ청와대 '소통'을 누구보다 강조해온 문재인 대통령에게 생소한 발언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대통령을 외딴섬처럼 고립시켜 놓은 청와대의 '구조적 문제'가 집권 3년차에 나타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자료사진)ⓒ청와대

'소통'을 누구보다 강조해온 문재인 대통령에게 생소한 발언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대통령을 외딴섬처럼 고립시켜 놓은 청와대의 '구조적 문제'가 집권 3년차에 나타난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정부 청와대 관계자는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측근에 둘러쌓여 듣고싶은 말만 듣고, 하고싶은 말만 하게 된다"면서 "그게 청와대의 섭리"라고 지적했다.

'응원구호'를 시민의 공통된 목소리로 규정

실제 조국 사태를 대하는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우리가 동의하는 목소리'만 선택적으로 취하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다양한 의견 속에서도 하나로 모아지는 국민의 뜻은 검찰개혁이 시급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역시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책임 있는 메시지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할 수 있는 얘기가 없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오히려 거리에 나선 시민들의 공통된 목소리를 '검찰개혁'으로 규정한데서 현실 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애초에 조국 사태는 검찰이 만든 게 아니었다. 광화문이든 서초동이든 시민들이 거리로 나선 본질적 이유도 국정운영에 대한 각각의 불만과 응원 목소리를 내기 위한 것이었다. 그 가운데 '검찰개혁'은 문 대통령을 응원하기 위해 선택된 상징적 문구였고, 그 반대 구호는 '조국아웃'이었다.

본질은 외면하고 '산으로 가는' 조국 사태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거리로 나선 시민들의 목소리를 선택적‧단편적으로 해석하면서 조국 사태가 산으로 올라가는 형국을 자초했다. 사안의 본질에서 점차 멀어지고, 여야의 정치공학과 진영논리만 남은 꼴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애초에 조국 장관 딸의 입시 부정 의혹에 남 얘기하듯 '대입제도 개선'으로 비껴가려고 했을 때부터 여론에서 벗어난 '산행'이 시작됐다. 군대에 가지 않는 정부고위직 인사들을 바라보며 허탈해하는 국민들에게 '병영문화를 개선'을 지시한 격이다.

지난 7일엔 사태의 위중함을 잊은 채 "국민이 직접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대의 민주주의를 보완하는 행위로서 긍정적 측면도 있다", "직접 목소리를 내준 국민께 감사드린다"는 등의 발언으로 유체이탈 화법의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광화문에서 소주 한잔 못하더라도...

문 대통령은 정치적 고비의 순간 마다 "초심을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권 3년차 첫 국무회의 등 공식석상에서 밝힌 다짐도 '초심'이었다. 문 대통령의 취임사를 되짚어보면 '소통 대통령'을 세 번이나 약속했다.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다"고 했고,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광화문에서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고, 소주잔을 기울이겠다"던 약속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지금도 광화문에는 문 대통령을 향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울리고 있다. '문재인 하야'같은 극단적 주장을 빼더라도 조국 사태에 왜 거리로 나왔는지, 이유를 들을 수 있다.

'정의의 사도'인줄 알았던 진보의 상징적 인물에 대한 각종 의혹, 조국을 지키려는 진보진영의 '선택적 정의'에 대한 배신감, 조국 같은 '능력'이 없는 학부모들의 상대적 박탈감, 지난 정부와는 다를 줄 알았는데 뭐가 다르냐는 실망감 등이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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