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기자의 눈] 마냥 반갑지만 않은 박태환의 기념비적 위업

김태훈 기자
입력 2019.10.12 07:00 수정 2019.10.13 08:16

전성기 지난 박태환, 짧은 훈련에도 전국체전 4관왕 ‘총 39개’

최다 금메달 기록 갈아치우는 동안 한국 수영계 답답한 답보

전성기 지난 박태환, 짧은 훈련에도 전국체전 4관왕 ‘총 39개’
최다 금메달 기록 갈아치우는 동안 한국 수영계 답답한 답보


‘수영 변방’ 한국에서 다시 나오기 어려운 스타 박태환을 오래 볼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지만, 한국 수영계를 전체를 놓고 볼 때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 뉴시스 ‘수영 변방’ 한국에서 다시 나오기 어려운 스타 박태환을 오래 볼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지만, 한국 수영계를 전체를 놓고 볼 때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 뉴시스

박태환(30·인천시체육회)이 전국체육대회에서 39번째 금메달을 획득, 대회 수영 종목 역대 최다 금메달 기록을 경신했다.

박태환은 지난 10일 경북 김천 김천실내스포츠수영장서 열린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남자 혼계영 400m 결승에서 인천 선발 마지막 영자로서 터치패드를 3분38초51에 찍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만 16세 처음 출전한 2005년 제86회 전국체전에서 금메달 4개를 시작으로 이날 전국체전에서 39번째 금메달을 목에 건 박태환은 이보은(강원도청 감독)이 보유한 수영 종목 최다 금메달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 2015년 3월, 금지약물 양성 반응으로 18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던 박태환은 우여곡절 끝에 2016 리우올림픽에 출전했던 그해 전국체전에서도 자유형 200m와 400m 등 2관왕, 2017년과 지난해는 2년 연속 5관왕에 등극했다.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도 은퇴한 나이에 지금까지 무려 39번이나 시상대 꼭대기에 올라섰다. 박태환 말대로 꾸준한 ‘채찍질’과 각고의 노력이 빚은 산물이자 기념비적 위업이다.

‘수영 변방’ 한국에서 다시 나오기 어려운 스타 박태환을 오래 볼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지만, 한국 수영계를 전체를 놓고 볼 때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만 16세부터 태극마크를 단 박태환은 전성기에서 내려온 30대에도 한국에서는 독보적 1위다.

전국체전에서도 박태환의 다관왕을 저지하지 못한 한국 수영을 생각하면 씁쓸하다. 전국체전에서의 기록은 올해 기준 세계랭킹 30위권 밖이다.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기록(3분50초67)은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세운 한국 기록(3분41초53)에도 크게 미치지 못한다. 전성기 박태환이 아니라는 의미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으로 훈련을 많이 하지 못했던 박태환은 전국체전에서 여전히 독보적이었다.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으로 훈련을 많이 하지 못했던 박태환은 전국체전에서 여전히 독보적이었다.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TV 예능 프로그램 출연과 3개월 훈련으로 연습량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박태환의 적수는 보이지 않는다. 수영 선수로서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는 10대 후반과 20대 초반 나이대에서도 박태환을 위협할 만한 유망주가 보이지 않는다.

‘포스트 박태환’ 탄생의 가능성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이후 10년이 경과한 시점에 열리는 도쿄올림픽을 채 1년도 남겨놓지 않고 박태환을 위협할 걸출한 후배가 없다는 것은 안타깝다. 2017년 세계수영선수권 이후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않은 박태환은 도쿄올림픽 출전 여부를 결정하지도 않은 상태다.

박태환이 태극마크를 달고 15년 가까이 금빛 역영을 펼치는 동안 한국 수영은 제자리에 머물렀다. 미국에 맞서는 중국, 착실하게 성장하고 있는 일본을 생각하면 한국 수영의 현실은 더욱 안타깝다.

현장에서는 ‘박태환 키즈’가 나올 수 없는 현실적 구조적 문제와 이에 따른 해결책도 내놓았지만, 획기적인 변화의 계기를 마련해야 할 대한수영연맹은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되는 굴욕을 뒤집어 쓴 채 수장도 없이 2년여를 흘려보냈다. ‘KOREA’도 못 새긴 부실 유니폼 논란 등 광주 세계수영선수권에서도 드러난 행정 능력을 떠올리면, 제2의 박태환을 발굴하고 육성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마저 든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