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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친일망언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

하재근 문화평론가
입력 2019.10.04 08:20 수정 2019.10.04 07:23

<하재근의 이슈분석> 일본제국주의 동조 행위에 대해 불이익 주는 문화 필요

<하재근의 이슈분석> 일본제국주의 동조 행위에 대해 불이익 주는 문화 필요

ⓒ데일리안 ⓒ데일리안

친일발언 사건이 또 터졌다. 한 수도권 대학 교수의 강의내용이 문제다. 해당 교수는 일제가 한반도에 “학교도 세우고, 소방서 세우고, 댐도 만들었다”며 “전부 다 일본인들의 혈세로 만든”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제) 36년 동안 조선반도에서 일본으로 넘어간 돈은 단 1원도” 없었다고 했다.

공감하기 힘든 말이다. 제국주의 국가가 다른 나라를 침략해 식민지로 만드는 것은 이익을 챙기기 위해서다. 그런데 일본이 자기들 혈세로 한국을 발전시켰다니, 다른 제국주의 국가들과는 달리 전 세계에서 오직 일본만 산타클로스 같은 퍼주기형 식민지 경영을 했다는 것인가? 그렇게 퍼줄 거면 황후를 살해까지 해가면서, 친일파들을 매수까지 해가면서, 뭐 하러 힘들게 조선을 침략했단 말인가?

식민지 시절을 연구한 일본인 학자 도리우미 유타카는 ‘일본학자가 본 식민지 근대화론’에서 수탈은 분명히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도 해당 교수는 “여러분들, 수탈이라는 건 뺏어간 거잖아요. 잘 들으세요. 일본은 식민지 기간 단 한 번도 쌀을 수탈해간 적이 없습니다. 쌀을 수입을 했지”라고 했다.

일본이 조선을 발전시켰다는 사람들은 일본이 각종 건물과 댐, 공장 등을 한반도에 지었다는 걸 내세운다. 그런데 이런 시스템은 일본이 식민지를 경영하고 수탈 하기 위해 당연히 필요한 것들이다. 일본이 정말 조선을 발전시킬 생각이었으면 조선인에게 기술을 줘서 자립 시켰어야 한다. 하지만 공장 등을 지어 노동력만 수탈 했을 뿐, 고급기술은 철저히 일본인의 독점이었다. 그래서 해방 이후 한국이 기술이 없어 경제를 발전시킬 수 없었다.

또, 각종 경제적 이익에서도 조선인을 차별해 한반도의 부가 일본인에게 모이도록 했다. 친일적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강압적으로 뺏어가지 않았으므로 수탈이 없었다고 하는데, 구조적으로 조선인이 적은 수익을 감수하도록 한 불공정한 식민지 시스템을 외면한 주장이다.

해당 교수는 “식민지 배상금도 줄 필요가 없어. 전쟁 배상금도 줄 필요가 없어. 청구권은 어떻게 돼? 일본이 받아갈 게 왕창, 더 많아.”라고 했다. 일본은 한국에 배상할 게 없고 오히려 한국이 일본에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일제가 조선을 식민통치 ‘해주신’ 덕분에 우리가 ‘은혜’를 입었으니 일제의 그 고마움을 알고 일본에 보답하라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너무나 황당한 이런 주장이 대한민국의 대학교에서 버젓이 강의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면 우리 사회에 잘못된 인식이 퍼질 수 있고, 특히 일본 우익들에게 이용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한국 교수도 일제에게 잘못이 없다고 강의한다’면서 한국을 공격할 소재로 활용할 것이 뻔하다.

이런 망언이 끊이지 않는 게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얼마 전엔 연세대 류석춘 교수의 일제 옹호 발언이 충격을 줬다. 어떻게 한국에서 일제 옹호 발언이 버젓이 나온다는 말인가? 이건 정상이 아니다. 독일에선 나찌 옹호 행위를 할 경우 사회적으로 회복불능의 타격을 받거나 법적 처벌까지도 받는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선 아무리 일본제국주의를 옹호해도 별다른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그러니 망언이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독일이나 유럽이 나찌 동조 행위에 대해 그렇게 하듯이, 일본제국주의 동조 행위에 대해서도 분명히 불이익을 주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망언의 범람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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