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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 부모들이 가장 당황하는 아동 보호

이석원 객원기자
입력 2019.09.07 08:00 수정 2019.09.07 07:32

<알쓸신잡-스웨덴 65> 매 물론 체벌도, 소리 질러도 안돼

OECD ‘아동의 삶의 만족도’서 스웨덴 7.7점 한국은 6.6점

<알쓸신잡-스웨덴 65> 매 물론 체벌도, 소리 질러도 안돼
OECD ‘아동의 삶의 만족도’서 스웨덴 7.7점 한국은 6.6점

아동에 대한 일체의 체벌이 금지된 스웨덴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아동의 삶의 만족도가 높은 나라다. (사진 = 이석원) 아동에 대한 일체의 체벌이 금지된 스웨덴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아동의 삶의 만족도가 높은 나라다. (사진 = 이석원)

스웨덴에서는 아동에 대한 체벌은 완전히 금지돼 있다. 이는 학교 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교사든 부모든 그 누구에게도 매를 맞지 않는다. 교육적인 목적일지라도 교사나 부모가 아이들에게 매를 댄다는 것은 명백히 폭력 행위이고, 형사처벌의 대상이다.

매만 금지된 것이 아니다. 어떤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도 이를 이유로 신체적 정신적 체벌을 가할 수 없다. 무언가 제재를 가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아이들은 거부할 권리가 있다.

꾸중을 한다는 이유로 소리를 지르는 것도 폭력의 전 단계로 인식되고, 일방적인 훈계를 하는 것도 폭력 행위에 준해서 처리된다. 아이가 무언가 잘못을 해서 이를 바로잡고자 할 때도 교사와 학생, 부모와 자녀는 공평한 토론을 통해 잘못을 지적하고, 반박하는 과정 속에서 잘못을 깨닫게 해야 한다.

가정에서 부모가 아이를 때리는 것은 물론 소리를 지르며 훈계를 해도 아이는 이를 아동보호기관에 신고할 수 있다. 일단 신고가 되면 전문 상담사과 공무원이 파견돼 상황을 파악하지만, 만약 아이가 명백한 잘못을 했더라도 부모가 매를 들었거나 위협적인 고함을 질렀을 때는 아동보호기관은 부모와 아이를 격리시킬 수 있다.

스웨덴 북부 룰레오라는 도시에서 공과대학교 연구원으로 일하는 중국인 엔타구엔 씨(35세)는 지난 해 이웃으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아들 시오(가명. 9세)가 이웃집의 강아지를 귀찮게 굴며 장난을 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엔타구엔 씨는 시오를 야단쳤다. 하지만 시오는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고 했고 화가 난 엔타구엔 씨는 시오를 빈 방에 들어가서 반성하라고 했다.

시오는 자신은 강아지와 논 것이지 괴롭힌 것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엔타구엔 씨는 시오가 거짓말을 한다고 단정했고, 빈 방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항거하는 시오를 강제로 빈 방에 들어가게 했다. 빈 방에 들어서 울던 시오는 결국 휴대전화로 지역 아동보호기관에 신고했다.

시오는 아버지가 자신을 때릴지도 모른다고 주장했고, 엔타구엔 씨는 경찰을 동행하고 출동한 아동보호기관 직원에게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을 해야 했다. 3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은 후 아동보호기관 직원은 시오를 아동보호기관에서 운영하는 상담센터로 옮겼고, 엔타구엔 씨는 경찰에 연행돼 3시간을 더 조사를 받은 후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귀가했다. 재발 시 아동보호기관은 강제로 두 사람을 분리할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

다음 날 엔타구엔 씨의 하소연을 들은 연구소의 동료들의 말은 더 답답했다. 적법한 스웨덴 아동보호기관의 조치를 받은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억울할 일도 아니고, 스웨덴의 아동 교육에 대해 적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던 것이다.

지난 2014년 스톡홀름 인근 단데뤼드(Danderyd) 시에 살고 있던 중국인 20여명이 단데뤼드 아동보호기관과 경찰서를 항의 방문한 적이 있다. 아이에게 매를 댔다가 아동보호기관의 제재와 함께 경찰에 입건된 한 중국인의 문제를 놓고 ‘중국에는 중국인의 교육 방식이 있다’며 이를 존중해 달라는 항의를 했던 것이다.

단데뤼드는 광역 스톡홀름에 속한 기초자치단체(코뮈) 중에서도 가장 부유한 동네다. 그리고 당시 5년 사이에 단데뤼드 시에 유입된 중국 이민자(유학생과 주재원, 연구원 포함)들이 급격히 늘어 150 가구 이상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인들이 단체로 항의를 하는 것 때문에 단데뤼드 시측은 주민 공청회를 열게 됐다. ‘아동에 대한 체벌이 교육적인가?’라는 주제로. 중국 출신 주민들은 물론 한국의 주민들도 꽤 많이 참석했고, 스웨덴 주민들을 비롯한 유럽의 이주자들도 많이 참석했다..

스웨덴의 아동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가족과 친구, 지역 공동체와 어울리는 시간을 많이 갖고, 이를 통해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사진 = 이석원) 스웨덴의 아동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가족과 친구, 지역 공동체와 어울리는 시간을 많이 갖고, 이를 통해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사진 = 이석원)

스웨덴의 교육 전문가들과 아동 학자들은 중국이나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지니고 있는 고유의 아동 교육 방식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또 존중한다는 의견들을 냈다. 하지만 그것은 중국이나 한국 등 아시아 국가 안에서 존중되고 행해질 수 있는 일일지는 몰라도 스웨덴에서는 수용된 수 없는 가치라고 주장했다.

스웨덴의 아동보호는 법 질서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고, 이는 스웨덴에서 사는 모든 사람들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고, 단데뤼드 시도 결국 이런 의견이 타당하다며 중국인들의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공청회에서 일부 아동학자들은 “일부 아시아 국가가 아동의 인권을 가볍게 여기고, 이는 아동들의 삶의 질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해 다소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일은 중국인 사회 뿐 아니라 한국 교민들 사이에서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특히 스웨덴 이주 경력이 짧은 주재원이나 방문 연구원, 초기 이민자들의 가정에서는 적잖게 일어나는 갈등이다. 부모는 스웨덴의 교육에 익숙하지 않은데, 스웨덴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금세 스웨덴의 아동보호 시스템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 아동(10~13세)의 삶의 만족도 조사에서 스웨덴은 7.7점을 받은 반면 한국은 6.6점을 받았다. 한국의 아동들이 물질적 결핍도(가정 내 인터넷 활용, 식사, 의류, 레저 등)는 매우 낮았지만, 여가, 친구, 가족과의 활동 등으로 표시되는 사회관계적 결핍도는 매우 높게 나타났다.

반면 스웨덴은 한국보다 오히려 물질적 결핍도는 더 높았다. 그러나 사회관계적 결핍도는 매우 낮았다. 한국의 아동들이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하루 중 48분인데 비해, 학원 등 사교육 시간은 3시간,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과 보내는 시간은 2시간 40분에 달했던 것이다.

스웨덴의 아동들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3시간이 넘고, 사교육 시간은 20분,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하는 시간이 20분인 것과는 크게 비교되는 부분이다.

스웨덴의 교육학자인 페르 몽고메리는 “체벌을 금지하는 것은 단지 현재의 교육에 관한 문제가 아니고,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아동에 대한 체벌의 일상화는 아동을 어른들 마음대로 재단할 수 있다는 생각을 만들고, 아이들이 설령 덜 행복해도 큰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일반화 시키고 있다” 강조한다.

‘체벌은 교육의 도구가 아니라 폭력의 자기 합리화’라는 오래된 스웨덴 교육계의 경구를 되새겨 볼 일이다.

글/이석원 스웨덴 객원기자

이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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