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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돕는 에너지혁신성장펀드, 시작부터 ‘삐걱’

백서원 기자
입력 2019.09.04 06:00 수정 2019.09.04 06:02

정부 ‘에너지전환’강행 속 원전산업계 돕는 펀드 조성…운용사 관심 미미

전력신산업펀드 사례 기대감 낮춰…“이번 펀드도 사업처 발굴 어려울 것”

정부 ‘에너지전환’강행 속 원전산업계 돕는 펀드 조성…운용사 관심 미미
전력신산업펀드 사례 기대감 낮춰…“이번 펀드도 사업처 발굴 어려울 것”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해체산업 육성을 위해 조성하는 ‘에너지혁신성장펀드’가 운용사 선정을 마치고 출발선상에 섰다. 사진은 한울원자력본부 전경.ⓒ한국수력원자력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해체산업 육성을 위해 조성하는 ‘에너지혁신성장펀드’가 운용사 선정을 마치고 출발선상에 섰다. 사진은 한울원자력본부 전경.ⓒ한국수력원자력

정부가 원전해체산업 육성을 위해 만든 ‘에너지혁신성장펀드’가 운용사 선정을 마치고 출발선상에 섰지만 시장참여자의 외면으로 표류하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최근 총 300억원을 출자해 결성하는 에너지혁신성장펀드A·B 운용사로 포스코기술투자와 다담인베스트먼트를 선정했다. A 사업 부문에 선정된 포스코기술투자는 180억원의 한수원 출자액을 바탕으로 300억원 이상의 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다. B 사업 부문인 다담인베스트먼트는 120억원을 출자 받아 200억원 이상의 펀드를 결성하게 된다.

정부는 지난해 원자력발전소 조기폐쇄 등에 대한 일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에너지전환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른 ‘원전산업계 달래기’ 중 하나로 펀드 조성을 제시했다.

투자 대상은 탈원전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전력기술 협력사, 두산중공업 협력사 등을 비롯한 중소·중견 업체들이다. 여기에 원전 해체 관련 업체를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약정 총액의 50% 이상을 주목적 투자대상에 의무적으로 투자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금투업계에선 정부의 보완책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강행한 뒤 한전 등 에너지 공기업들 실적이 급락했고 두산중공업도 매출·수주 급감을 겪으면서 285개 협력업체 등이 고사위기에 처했다”면서 “펀드에 대한 운용사들의 관심이 미미했다는 것은 운용실적 기대감이 그만큼 낮다는 것인데, 출자자 모집이 원활하게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펀드 존속기간은 8년 이하로 최소 기준수익률은 5%다. 단 한수원 출자금에 대해선 기준수익률을 2% 이상으로 차등 설정할 수 있다. 매칭 출자는 민간 자금을 원칙으로 하고 다른 정책펀드는 출자를 제한한다. 단 한국벤처투자조합(KVF) 결성을 위한 출자는 할 수 있고 펀드B의 경우 민간 출자자는 후순위 출자가 가능하다.

지난달 한수원의 에너지혁신성장펀드 출자금 운용계획 공고 이후 운용사들은 펀드 참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펀드 A에는 포스코기술투자 단 한 곳만 지원했다. 이후 한수원이 지난달 A 사업 부문 재공고를 냈지만 여전히 운용사들은 반응하지 않았다.

업계는 앞서 출범한 ‘전력신산업펀드’의 사례도 정부 에너지펀드에 대한 기대감을 낮췄다고 평가했다. 전력신산업펀드는 2016년 한전이 에너지 신사업 초기기업과 성장기업지원을 위해 만든 펀드다. 미래에셋그룹의 자회사인 에너지인프라자산운용이 운용을 맡고 있고 2년간 총 2조원을 출자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3년여 간 1차 출자액인 5000억원에 대해 별다른 운용 실적을 거두지 못하면서 추가 출자도 흐지부지된 분위기였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처 발굴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에너지인프라자산운용 측은 운용 성과를 내는 것이 생각보다 늦춰지긴 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근 경기 화성에 연료전지 개발사업에 130억원 정도 투자 약정을 맺었고 경북 영덕 남정이란 곳에 풍력개발 사업에도 일단 인허가 승인 전에 지분투자가 6억5000만원 가량 들어가 있는데, 후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성사되면 투자를 1~200억 더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해남 솔라시도란 곳의 태양광 개발사업에도 이달 혹은 다음 달 경에 700억 정도 투자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사업 속도가 느린 것에 대해 “에너지 사업은 인허가가 나더라도 민원이 발생하면 일단 중단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좋은 사업처를 발굴하느라 늦은 점도 있다”고 했다.

업계에선 이번 펀드 역시 취지는 좋지만 주투자 업체를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탈원전 기조로 국내 원전 업체들의 수익 전망이 불투명하고 정부가 육성하는 원전 해체 산업도 국내에선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포스코기술투자 관계자도 “우리나라가 원전 해체·폐기물 관리 등 후행 핵주기로 접어들었지만 관련된 사업체가 거의 없는 만큼, 육성하자는 뜻에서 만들어진 펀드”라며 “탈원전 정책이 시행되면서 원전 관련 기업들이 영속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펀드에 참여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펀드의 수익성 우려에 대해선 “원전생태계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수익률 업사이드는 작겠지만 그 중 유망한 회사의 운영자금 쪽에 투자를 하면서 목표 수익률은 맞출 수 있게끔 운용을 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자격 분야를 보면 중견기업과 상장사에도 투자할 수 있게 열어놨고 찾아보면 비상장사 중에서도 1000억대 이상의 꾸준한 수익을 내는 곳들이 있다”면서 또 “비 목적분야에 50%는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원전 관련 회사는 아니더라도 전자 부품, 센서 업체 등으로 균형을 맞춰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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