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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속 한국은 과연 행복한 세상일까?”

이석원 객원기자
입력 2019.08.17 06:00 수정 2019.08.17 03:52

<알쓸신잡-스웨덴 62> 넷플릭스 통해 ‘스카이 캐슬’ 시청

의사-서울대 대한 한국의 집착에 놀라는 스웨덴의 시청자들

<알쓸신잡-스웨덴 62> 넷플릭스 통해 ‘스카이 캐슬’ 시청
의사-서울대 대한 한국의 집착에 놀라는 스웨덴의 시청자들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스웨덴에서도 넷플릭스 등을 통해 시청되고 있다. (사진 JTBC 홈페이지 캡처)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스웨덴에서도 넷플릭스 등을 통해 시청되고 있다. (사진 JTBC 홈페이지 캡처)

스웨덴의 꽤 많은 젊은이들이 한국 드라마를 제법 좋아한다. 케이 팝과 아울러 한국의 드라마를 찾아서 보는 젊은이들이 점점 더 늘고 있다.

스웨덴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젊은이들의 대부분은 BTS 등의 케이 팝 때문이거나 한국 드라마 때문이다. 스톡홀름에 있는 한국학교 성인반에서 공부하는 스웨덴 젊은이들 대부분이 케이 팝으로 시작해 한국 드라마를 보기 위해 한국어를 배운다고 얘기할 정도다.

그런데 최근 스웨덴에서 VOD 서비스를 통해 지난 해 화제가 됐던 드라마 ‘스카이 캐슬’을 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 드라마가 미국의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인 넷플릭스(Netflix)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스웨덴에서도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드라마 시청이 늘면서 심심찮게 받는 질문이, 드라마 속 다소 복잡하고 이상한 한국어이기는 하다. 극중 한서진(염정아 분)의 트레이드 마크 욕설인 ‘아갈머리’나 진진희(오나라 분)의 더 복잡하고 오묘한 욕설인 ‘이런 시베리안 허스키 수박씨~ 발라먹을 것이 눈깔을 확 뒤집어가지고 흰자에다 아갈머리라고 써 버릴까보다’ 같은 것 등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다는 질문이다. 물론 쉽게 설명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드라마가 스웨덴 사람들에게 한국 사회를 긍정적으로 이해시키는 데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 스웨덴 사람들은 그 복잡하고 미묘한 욕설만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 속 기본적인 설정도 이해하지 못하지 때문이다.

우선 그들이 가장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한국 상위 0.1%에 속하는 사람들 상당수의 직업이 대학병원의 의사였다는 것, 그리고 그 집 아이들이 서울대 의대를 가기 위해 비정상적인 교육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그런 교육이 다른 사람이 아닌 그 아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부모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스웨덴은 의사의 대부분이 공무원 신분이다. 스웨덴의 대학에서 임상 의학을 전공하고 환자를 상대하는 의사들은 국가의 공공 의료에 속해서 다른 공무원들과 같이 적당한 월급을 받는다.

스웨덴의 서울대 의대 격인 카롤린스카 의과대학. (사진 = 이석원) 스웨덴의 서울대 의대 격인 카롤린스카 의과대학. (사진 = 이석원)

그런데 ‘스카이 캐슬’의 의사들은 대학 병원에 근무를 하면서 대한민국 상위 0.1%에 속한 계층에 속하는 것으로 등장한다. 초호화 타운 하우스에서 살고, 수억 원에 이르는 수입 자동차를 부부가 각자 운행한다. 조금은 높은 월급을 받지만, 스웨덴의 의사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한국 의사들의 삶인 것이다.

어느 정도 한국을 아는 스웨덴 사람들은 한국에서 서울대학교가 가장 좋은 대학교라는 막연한 지식은 있다. 물론 앞서 언급한 자기네 의사들의 삶을 고려해서 서울대 의대가 그 중에서도 가장 선망되는 곳이라는 것은 아는 이도 있고 모르는 이도 있지만. 어쨌든 어떤 경우라도 서울대 의대를 가기 위해 아이들이 받는 교육은 상상도 해보지 않은 일이다.

서울대에서 석사 과정을 유학한 크리스탈 룬그렌(35)은 “유학하는 동안도 서울대가 가지는 위상은 익히 알고 있었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나와 함께 공부하던 한국 친구들이 그 정도로 특별하고 대단하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고 말한다.

드라마 속 그들이 추앙하는 서울대 의대에서 1년간 교환학생을 한 적이 있는 크리스 볼비스크(27)는 “드라마를 보고 한국의 친구들에게 연락했다. 너도 저 사람들과 같은 사람들이냐고. 그런데 친구들은 웃으며 ‘그런 애들도 있지’라고 해서 놀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스웨덴의 서울대 의대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카롤린스카 외대를 졸업하고 현재 스톡홀름 외곽 단데뤼드 코뮌의 의사로 알하고 있는 에릭 발스트룀(36)은 “만약 드라마 속 아이들처럼 공부를 한다면 노벨 생리의학상부터 받아야 할 것 같다”고 놀라워했다.

영국의 대학 전문 평가 기관인 ‘더 월드 유니버시티 랭킹스(The World University Rankings)가 발표한 2019년 세계 대학교 순위(표 참조)를 보면, 대부분 미국과 영국의 대학교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영국의 옥스퍼드와 캠브리지가 1, 2위이고, 미국의 스탠포드, MIT, CIU가 그 뒤를 잇고 있다.

20위까지는 미국과 영국의 대학만이 있는데, 스위스의 취리히 대학이 유일하게 11위에 올랐다. 21위부터 40위까지는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 중국 호주 캐나다 등의 대학도 간간히 보이는데, 앞서 에릭이 졸업한 스웨덴의 카롤린스카 의과대학도 보인다. 그리고 서울대학교는 미국과 영국, 다른 유럽은 물론 중국과 싱가포르 홍콩과 일본 등에도 뒤진 63위다.

2019년 세계 대학 랭킹 (표 = 이석원) 2019년 세계 대학 랭킹 (표 = 이석원)

‘스카이 캐슬’이 서울대 의대를 두고 전개된 드라마니까 의과대학의 순위도 보자. 역시 영국의 옥스퍼드가 1위, 미국의 하버드가 2위다. 존스홉킨스도 6위에 있고, 20위 안에는 거의 다 미국과 영국의 의과대학 들이다. 그 가운데 스웨덴의 카롤린스카가 14위에 있다. 한국에서는 오히려 성균관대 의대가 41위로 49위의 서울대 의대보다 순위가 높다.

물론 이 기관의 대학 순위가 그 대학의 절대적인 가치나 수준을 규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교육 여건(Teaching) 30%, 연구 실적(Reaserch) 30%, 논문피인용도(Citation) 30%, 국제화(International outlook) 7.5%, 산학협력(Industry income) 2.5%로 집계되며 그래도 국제적인 신임도가 적지 않은 것을 감안한다면 참고 자료는 될 것이다.

한국의 서울대 의대와 스웨덴의 카롤린스카 의대를 단순 비교하자거나, 교육 여건이나 교육 정서가 전혀 다른 두 나라를 단면으로 비교하자는 것은 아니다. 세계 최고의 복지 수준을 자랑하는 스웨덴과 OECD에서 복지 예산이 적은 수준인 한국은 분명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

그러나 드라마 ‘스카이 캐슬’ 속 인물 대부분은 이미 대한민국 상위 0.1%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신분상승의 절박함보다는 0.1%를 유지하려는 욕망의 소유자들이다. 이 드라마를 함께 시청했던 스웨덴 사람들이 가장 이해하지 못하는 지점이 바로 거기다. 그들은 왜?

‘스카이 캐슬’을 본 스웨덴 사람들의 일반적인 반응은 냉담하다. 결국 모든 것은 행복을 위한 일인데, 과연 행복으로 가는 방법이 맞느냐고 질문도 한다. 적어도 ‘스카이 캐슬’ 속 한국은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는 않나 보다.

글/이석원 스웨덴 객원기자

이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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