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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하시 쥬리에 황당 질문, 자살골

하재근 문화평론가
입력 2019.08.09 08:20 수정 2019.08.09 07:24

<하재근의 이슈분석> 정치적 대립과 별개로 문화적 교류는 정상적으로 이어가야

<하재근의 이슈분석> 정치적 대립과 별개로 문화적 교류는 정상적으로 이어가야

다카하시 쥬리ⓒMnet 다카하시 쥬리ⓒMnet

최근 신인 걸그룹 로켓펀치의 데뷔 쇼케이스가 있었다. 이 팀엔 ‘프로듀스’ 시리즈에 출연했던 AKB48 출신 다카하시 쥬리가 속해 있어서 관심이 집중됐다. 얼마 전 윤종신이 ‘프로듀스’ 시리즈에 나왔던 AKB48 출신 타케우치 미유가 부른 신곡의 발표를 연기했기 때문에, 다카하시 쥬리의 한국 데뷔는 과연 예정대로 진행될지가 관심사였는데 정상적으로 쇼케이스에 참여했다.

그런데 현장에서 취재진이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데뷔하게 된 심경’에 대해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사회자가 예민한 부분이라 답을 할 수 없다며 가로 막았다.

이에 대해 한 매체는 ‘소속사도 해당 아티스트도 아닌 현장 MC가 매체 질문을 위해 만들어놓은 자리에서 이러한 제지에 나선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사회자의 제지가 적절치 않다면 어쩌란 말인가? 다카하시 쥬리가 그 자리에서 한일관계에 대해 발언이라도 했어야 한단 말인가? 이런 국가간 분쟁 이슈에 대해 연예인에게 불쑥 물어보는 것은 언론의 잘못된 행태다. 말 한 마디 잘못 했다가 두 나라 어디에선가는 비난당할 수 있다.

우리 입장에선 문화예술 교류는 정치적 대립과 별개로 보고, 대중예술인에게 국가적 문제에 대한 입장 표명을 아예 요구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얼마 전에 우리 연예인이 일본에 출국하면서 태극기 모자 쓴 모습이 미담 사례처럼 보도 됐는데, 이런 연예인의 일본을 향한 도발을 공론화시킬 필요도 없다. 이러면 다른 연예인들의 유사한 행동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가미가제식 공격이라는 시각이 있다. 수출하면 자신들한테 이익인데 그걸 포기하는 자해 공격이라는 의미다. 대중예술계에 한일 대립 이슈를 연관시키는 것도 그렇다. 우리는 한류 수출국인데, 여기에 정치적 대립을 투영하면 우리만 손해다.

대중문화에 정치대립 의식을 연루시키면 아무 생각 없이 한류를 즐기던 사람들이 정치적 경계심을 갖게 될 것이다. 이러면 혐한 세력에게 힘이 실린다. 그런 점에서 과거 싸이 등에게 독도 발언을 요구한 우리 매체의 태도도 심각한 것이었다.

일본의 모든 국민이 아베와 우익에게 동조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엔 정치 무관심층이 매우 많다. 정치에 관심 있는 일부 중에서 또 일부가 우익에 동조하는 것이지, 그렇지 않은 국민들은 반대하거나 아예 관심이 없다. 그런 이들은 정말 순수하게 한류를 즐기고 한국에 관심을 가진다. 굳이 그들을 자극할 이유가 없다.

서울 시내에 일본 반대 배너를 걸겠다는 시도에 문제가 큰 것도 이 부분이다. 한국에 관광 온 일본인들은 우익에 동조하지 않는, 한국에 관심 있는 평범한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은데 그들을 상대로 배너를 내걸어 한국에 대한 적대감을 심어줄 이유가 없다. 우익세력이 아닌 일본인들과는 협력연대해야 일본 내에서 아베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문화예술 교류가 중요하다. 정치적 대립과 별개로 문화예술 교류는 이어져야 하고 한국이 일본 자체를 적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그래야 일본 국민들도 한류를 경계심 없이 즐기고 한국이 반일국가라는 아베의 선동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굳이 연예인에게 한일 대립에 대해 질문해서 정치문제를 대중문화계에 상기시킬 이유가 없다. 걸그룹 데뷔 쇼케이스에선 걸그룹 얘기만 나왔어야 했다.

다케우치 미유의 신곡도 정상적으로 출시되도록 해야 한다. 다카하시 쥬리의 한국활동에 제약이 있어서도 안 된다. 제천시의회가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일본 영화 상영 중단을 요구한 것도 황당한 일이었다. 최근 농구나 컬링 종목에서 일본팀과의 교류를 끊는 듯한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도 과도하다. 정치적 대립과 별개로 문화적 교류는 정상적으로 이어가야 아베의 선동이 힘을 잃을 것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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