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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해진 KCGI, 느긋한 한진그룹...공수 전환되나

이홍석 기자
입력 2019.07.26 14:01 수정 2019.07.26 14:05

델타항공 지분 매입 이후 상반된 행보 보이는 양측

KCGI 영향력 축소 속 자금 압박...만남 성사 '주목'

델타항공 지분 매입 이후 상반된 행보 보이는 양측
KCGI 영향력 축소 속 자금 압박...만남 성사 '주목'


서울 중구 한진빌딩 전경.ⓒ연합뉴스 서울 중구 한진빌딩 전경.ⓒ연합뉴스

한진그룹을 놓고 벌어졌던 공수(攻守)가 교대되는 분위기다. 지난해부터 한진그룹에 대한 줄곧 공세를 지속해 온 행동주의 사모펀드 강성부펀드(KCGI)가 한진측에 먼저 만남을 제기했지만 상대방은 원론적인 입장 속 미지근한 반응도 엿보인다.

지난 3월 한진칼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수세에 몰렸던 한진그룹이 다시 주도권을 잡는 모양새다.

26일 재계와 한진그룹에 따르면 전날 KCGI가 제안안 만남에 대해 한진측은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KCGI는 전날인 25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 오너 일가와의 내달 중 회동을 공개 요구하며 가능한 일시를 내달 2일까지 답변해 주기를 바란다.

한진그룹측은 언론보도를 통해 KCGI의 제안을 접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제안이 온 것은 아닌 만큼 제안이 오면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룹 관계자는 “공식적인 제안이 오면 내용을 살펴보고 만남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내부에서는 만남의 필요성에 대한 회의론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만남 성사 가능성은 열려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달 초 개최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기자간담회에서 “KCGI는 한진칼의 대주주일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면서도 “나중에 만남이 이뤄지더라도 주주를 만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KCGI는 자료에서 "한진그룹 지배구조 정상화를 위한 경영진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하며 한진칼 조원태 대표이사, 조현민 전무를 상대로 글로벌 경영 위기에 대처하는 그룹 경영진의 전략을 듣고 한진칼 책임경영 체제 마련을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한다"고 밝혔다.

KCGI가 한진측에 먼저 손을 내민 것은 지금까지 견지해 온 행보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KCGI는 지난 3월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주총에서 부결되기는 했지만 주주제안 등으로 회사측을 압박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KCGI는 이후에도 산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 등을 통해지속적으로 지분을 늘려 현재 보유 지분을 15.98%까지 늘린 상태다. 2대 주주로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지분 17.84%) 등 총수일가와 특수관계인(지분 28.93%)에 이어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기업이 다른 기업의 비상장주식 20%, 상장주식 15% 이상을 보유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신고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분을 늘리는 등 한진그룹의 경영참여에 의지를 보여왔다. 공정위는 25일 KCGI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의 기업결합신고를 승인했다.

KCGI의 자세가 달라진 것은 미국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다. 텔타항공은 지난달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한데 이어 추가 지분 매입을 예고한 상태로 지분을 10%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델타항공이 사실상 백기사로 나서면서 KCGI의 입지는 그만큼 축소됐다.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매입이 글로전 전략 하에 이뤄진 것으로 한진측과 사전에 어떤 합의도 없이 이뤄졌다며 중립 입장을 명확히 했지만 아무래도 한진측에 우호적일 수 밖에 없다.

델타항공은 대한항공과 함께 글로벌 항공 동맹체 ‘스카이팀’의 대표 항공사로 양사는 지난해 5월부터 한·미 간 직항 노선을 포함해 아시아와 미주 지역에서 370여 개 노선을 함께 운항하는 조인트벤처를 운영 중이다.

델타항공이 예고한 대로 지분을 10%까지 늘리게 되면 한진측과 합한 지분이 약 40%에 이르게 돼 자금력 동원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KCGI로서는 대응하기가 어려워진다.

KCGI는 지난 22일 미래에셋대우로부터 받은 주식담보대출 200억원을 상환하긴 했지만 지분 확보를 위한 대출로 머니게임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KCGI가 이번 상환 전에 미래에셋대우측에 대출기간 연장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한 것에서 잘 알 수 있다.

이는 한진칼의 경영권을 확보해 계열사들을 지배하려고 한 KCGI의 구상이 틀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한진칼은 대한항공의 지분 29.9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러한 변화 때문에 KCGI측이 마음이 급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봉착하자 먼저 손을 내밀게 됐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KCGI로서는 그동안 늘려온 한진칼 지분의 영향력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자금력 확보에 대한 부담도 작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한진과의 협상을 통해 경영참여나 자금회수 등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보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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