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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한반도의 봉인을 풀었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9.07.25 06:00 수정 2019.07.25 05:57

한일관계 악화 한미동맹 약화가 낳은 균형 파괴

고차방정식 열강들의 도발도 ‘이분법’으로 풀건가

한일관계 악화 한미동맹 약화가 낳은 균형 파괴
고차방정식 열강들의 도발도 ‘이분법’으로 풀건가


ⓒ데일리안 ⓒ데일리안

한반도의 봉인이 해제됐다. 2019년 7월 24일 우리는 지금 한반도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와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를 목도했고 우리의 눈을 가려온 꿈과 환상과 착각이라는 투명장막이 단숨에 사라지는 것을 경험했다.

이날 러시아 군용기가 대한민국의 영공을 침범했고 그들은 그 직전 중국의 군용기와 합동 작전을 하듯 우리나라의 방공식별구역(KADIZ) 안에서 비행했으며 일본은 자신들의 영공에 러시아 기가 침입했다고 즉각 전투기를 발진했고 미국은 이 모든 상황을 팔짱을 끼고 바라보고 있었다.

영공 침범 후 러시아 측은 적반하장으로 주 러시아 한국대사관 무관을 불러 한국 공군의 ‘폭력적 행위’에 대해 항의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조기경보기가 “일본해의 독도에서 25km 이상 떨어진 상공을 국제규칙에 따라 비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우리의 KADIZ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로 독도와 이어도는 ‘영토분쟁’ 중임을 들었다. 즉 독도를 한국 영토로 인정하지 않는 이상 영공 침범은 말도 안된다는 주장인 셈이다. 우리 정부에 뒤늦게 사과했지만 그 속내가 변할리 없다.

정부와 언론은 러시아의 영공 침범을 초유의 일이라고 호들갑을 떨지만 이미 독도 상공은 중국에 의해 유린당했다. 중국은 2018년 한햇동안 8차례나 대한민국의 KADIZ를 아무런 예고 없이 침범했으며 올해 2월 24일에는 독도 울릉도 영공을 보란 듯이 침범했다. 이 군용기는 울릉도와 독도 사이를 지나 울릉도 동북방 약 60마일까지 날아갔다. 중국 군용기의 KADIZ 침범을 날짜별로 보면 1월 29일, 2월 27일, 4월 28일, 7월 27일, 8월 29일, 10월 29일, 11월 26일, 12월 27일로 월말마다 정기적으로 제집 드나들 듯이 ‘방문’했다. 이어도 앞바다는 오성홍기가 나부끼는 중국 공안 감시선들로 둘러싸인지 오래다.

중국의 침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정부가 러시아에 유린당하는 것은 정해진 수순에 불과하다. 국제 관계도 저잣거리의 시시비비와 다를 바 없다. 얕잡아 보인 순간 서열은 결정된다. 러시아의 적반하장은 멀게는 중국의 사드 철회 압박을 자국의 국토방어에 대한 내정간섭이라며 끝까지 버텼어야함에도 ‘4원칙 합의’라는 굴욕적 무릎꿇기로 봉인하려 했던 문 정부의 태도에서부터 학습된 결과다.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다툼은 이미 1900년대 초부터 발아하기 시작했고 포츠담 회담 등의 담합을 거쳐 분단을 통한 이권 나누기로 귀결됐다. 이후 6.25 전쟁을 거치면서 7월 24일 이전까지 아니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까지 한반도는 적어도 북한의 도발이라는 상수를 제외하고는 다른 열강들이 균형을 이루는 상태로 ‘봉인’돼 있었다. 그 봉인을 깬 것은 문재인 정부다. 같은 좌파정권의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한일관계를 정치적으로 상황관리해온 것과는 달리 역사 청산을 기치로 내세워 결과적으로 일본의 무역보복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으며 한미동맹 역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문재인 정부의 전작권 환수 등 자강론과 맞물려 ‘함께 갑시다’라는 전통적인 구호가 무색해진 상황이다. 그 균열을 그 틈새를 그 붕괴의 조짐을 놓치지 않은 것이 러시아와 중국의 독도 영공 침범이다.

노무현 정부 때도 봉인을 깨려한 시도가 있었다. 노 대통령은 2005년 3월 육군 3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동북아의 세력판도는 변화할 것이다. 무력이나 힘의 사용에 의존하지 아니하고, 동북아 역내에서 중견 국가의 위상에 맞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며 소위 ‘동북아 균형자론’을 내놓는다. 이를 필두로 동맹으로 한반도 문제를 풀려는 동맹파는 밀려났고 독자적으로 해결하자는 자주파가 외교 통일 안보 라인을 장악하게 됐다. 이후 자주파 내에서 강경파들이 온건파들을 축출하려는 분쟁이 일어나고 그 내분으로 인해 또 이어지는 정권교체로 인해 자주파는 무대의 뒷전으로 물러나게 된다.

그 당시의 오류를, 그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듯 이 정권은 단 한마디의 이견도 내부에서 허락하지 않는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의원 총회에서 정부의 대일 정책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려하자 이해찬 대표는 손가락으로 X표시를 하며 ‘경고’를 보냈고 많은 의원들이 그만하라며 고함으로 강 의원의 발언을 제지하는 진풍경이 이어졌다. 평소 강 의원의 언행으로 봐서 ‘막말’이나 비난 받을만한 발언이 포함될 가능성은 없었고 그야말로 한일 정부간 소통이 단절될 때 물꼬를 터왔던 한일의원연맹 회장으로서 할 수 있는 아니 해야만하는 고언에 불과했다.

당내 이견도 제압하는데 야당이나 언론의 이견은 불문가지다. 이미 조국 민정수석의 44건에 달하는 ‘지침서’에 나와 있는데로 정부의 외교 통일 안보 정책에 대한 이견은 이적행위이고 이견을 주장한 자는 친일파일뿐이다. 한 토론프로그램의 앵커가 ‘일본의 경제보복은 잘못됐고 철회돼야 한다, 그러나 대응은 외교 협상이어야 한다’는 취지로 “의병으로 나라를 구하지는 못한다”라고 클로징 멘트를 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나서서 “이런 분들이 그 시대 태어났다면 절대 의병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공격했다. 이 앵커는 ‘의병폄하발언자’라는 낙인이 찍힌채 마이크를 내려놓아야했다.

한반도의 봉인이 해제됐다. 국가간 분쟁이 있거나 마찰이 생겼거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있을 때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 두가지 접근 방식이 있다. 하드 파워는 군사력과 경제력이 우위에 있을 때 힘 대 힘, 강 대 강으로 기선을 제압하면서 상대의 의도를 무력화하는 것이다. 그 어떤 국가 심지어 우방 국가들과 맺은 이전 정부에서의 그 어떤 협정도 백지화하고 다시 양자간 협상 테이블로 허리 굽히고 나오라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 사례다. 소프트 파워는 대화와 협상이다. 힘이 없는데도 조국 수석의 표현을 빌려 “쫄지 말라”며 ‘의병을 모아’ 전쟁터로 달려 나간다면 어떻게 될까.

1차 대전이 끝난 1917년 8월 폴란드는 123년만에 승전국들로부터 건국을 승인받았다. 유난히 자존심이 강한 국민성 때문이었는지 폴란드는 건국하자마자 영토회복을 기치로 주변국 모두를 적으로 돌리는 힘의 외교 안보 정책을 고집했다. 그로 말미암아 체코와의 국경분쟁을 시작으로 적백 내전중인 소련과 전쟁을 선포했고 그와 동시에 슐레지엔을 두고 독일 자원의용군과 전투를 개시했으며 16세기 때 200년간 지배했다는 이유로 리투아니아와 병합을 위한 전쟁을 벌였다. 그 결과는? 실질적 국력 없이 영토 확장 전쟁만 벌인 결과 소련과 손잡은 독일이 침공하면서 이것이 2차대전으로 이어졌으며 1945년 해방 당시 국민 600만명이 죽고 국부 40%가 증발했다.

옛 소련의 영광을 부활하고자 하는 푸틴의 러시아는 쿠릴열도를 두고 일본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고 중국굴기를 선언한 시진핑의 중국 역시 센카쿠 열도를 두고 일본과 영토분쟁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실효지배를 하고 있는 이어도와 독도를 중국과 일본이 각각 영토분쟁으로 끌고 가기 위해 도발을 일삼고 있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펼쳤던 아시아-태평양 전략(Pivot to Asia) 한미일 삼각 동맹체제를 통한 중국 러시아 견제에서 호주 일본 인도를 엮는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꾀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외교정책을 이끌었던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은 그의 저서에서 “대국들에 둘러싸인 작은 나라 한국의 경우 모두가 단합해서 지혜와 역량을 모아도 우리의 전략과 전술을 실천해 나가기 힘들다”면서 국내적으로 분열을 수습하고 국론을 수렴하며 진영간 극한 대결로 가지 않게 할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이 없다면 구한말 상황은 반복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평소 ‘애국이 아니면 이적, 나는 선이요 너는 악’이라는 이분법 공식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해온 문재인 정부가 그런 이분법으로 초고차 방정식인 한반도 문제를 풀 수 있을까. 러시아의 도발도 친정부 성향의 자칭 방송인이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떠드는 데로 “겁이 나면 숨어라. 싸움은 우리가 한다”며 애국으로 대동세상을 만들어 대응하려할까.

남북관계 개선이 이 세상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해줄 것이라고 확신하는 문재인 정부가 평화를 원하는 세력이라고 맹신하는 북한 김정은 정권은 러시아 중국 일본의 공군기가 독도 상공에서 뒤엉킨 이날 3000톤급 SLBM 신형 잠수함을 공개했다. 이 엄중한 한반도 상황에도 이 정부는 북의 잠수함 공개를 지난번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처럼 미국의 대화 재개를 압박하는 외교용이라고 주장할까.

글/이종근 언론인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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